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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이 끝나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만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게 술잔이다. 그렇게 술독에 빠졌다.

On Octobe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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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모두가 아는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의 일상에 변화를 불러왔다. 나에게도 생긴 변화가 있는데 바로 ‘음주 습관’이다. 캘린더를 꺼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6월 닷새, 7월 일주일. 두 달간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은 날이 통틀어 12일밖에 안 된다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헤아려봤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해가 저물면 설레는 발걸음으로 술집을 향했던 나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퇴근 후 행선지를 집으로 바꿨다. 하지만 크게 쓸쓸하거나 아쉽진 않았다. 점포에서 한 병에 4,000원을 지불하고 마셨던 소주를 반값이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한 병에 5,000원으로 인상한 곳이 많지만 프로 알코올러를 자부하는 나는 4,000원인 곳만 골라 다닌다), 그런 대로 먹을 만한 편의점 와인을 사 들고 귀가하는 기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코로나19 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나만의 가성비의 술집을 마련했고 약속이 있는 날에만 마셨던 술을 매일 즐기는 새 인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홈술(Home+술)’이 새로운 생활 루틴으로 자리 잡았을 무렵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름 아닌 뱃살이다. 체중이 늘어도 뱃살만은 안 된다는 몸매에 대한 철학(?)이 있었고 술이 다이어트의 강적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나름대로 조절을 잘해왔다고 믿었다. 독하게 마음을 다잡은 사람이라면 #홈트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 #금주 등의 해시태그를 SNS에 올리며 금주 선언을 하고 운동을 택하겠지만 다년간 술과의 의리를 지켜온 입장에서 당장 술에 이별을 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며 술에 곁들일 안주를 바꿔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밥 한 그릇이 300kcal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403kcal에 달하는 소주 한 병의 칼로리가 무시무시하다고 느껴지지만 술 자체는 영양소가 없어 체내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몸이 마신 술을 열심히 에너지로 소모할 때 곧이곧대로 살이 되는 건 안주가 아니겠는가. “어차피 다 아는 맛”이라는 다이어트 명언을 남긴 가수 옥주현의 말을 되새기며 평소에 안주로 즐겨 먹었던 생선회·각종 해물·삼겹살을 잠시 떠나보냈다.

대신 씹는 맛을 고려해 닭가슴살샐러드를 선택했고 심심한 맛을 달랠 드레싱은 칼로리가 낮다고 소문난 ‘스리라차 소스’로 대체했다. 매운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제법 먹을 만했다. 매운맛이 당기지 않을 땐 소량의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곁들였다.

또 술기운이 올랐을 때 찾아오는 허기를 막기 위해 술의 양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과음한 다음 날 언제 먹었는지 모르는 컵라면과 각종 과자 봉지를 보면서 덜컥 겁이 났던 기억 때문이다.

과음한 이튿날, 도저히 해장 없이 정상적인 하루를 지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삶은 달걀이나 샐러드 같은 ‘클린 식단’으로 허기를 달랬다. 그리고 과할 정도로 물을 많이 마셨다. 과음으로 인한 숙취로 온갖 음료를 찾게 될 때, 몸을 덜 혹사시키는 귀한 액체는 단연 물이다.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이뇨 작용으로 알코올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기도.

한 달 남짓 술의 양을 줄이고 클린 식단을 실천해본 결과를 전하자면 확실히 몸이 가벼워졌다. 또 때때로 피부에 올라오던 트러블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당질의 식품으로 분류된 술이 성인 여드름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음주 라이프에 변화를 일게 한 술배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눈보디(거울로 몸을 확인하는 것)’로 확인한 결과 점차 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술배를 제거하는 데 가장 좋은 건 술과의 거리 두기다. 절주도 좋고 금주도 좋다. 하지만 일단 한 잔 마시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술의 양을 조절하는 노력과 식단 관리, 적당한 운동으로 몸을 해치는 일을 조금씩 줄여보는 게 어떨까?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0월호

2021년 10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