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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굿!

참으로 하 수상한 시절이다. 과일 보기를 돌같이 하던 나 같은 사람이 아침마다 블루베리를 챙겨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On October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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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그렇듯 지난해 들이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에도 핵폭탄급 변화를 불러왔다. 우편으로 졸업장만 전달받고 유치원 졸업생이 된 아이는 사상 초유의 입학 연기가 거듭된 끝에 거의 여름이 다 돼서야 랜선 입학으로 겨우 초등학생이 됐다. 그날 이후 온라인 미팅 플랫폼을 매개로 선생님과 친구들이 한 화면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함께 수업을 하는 생경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미래 사회를 상상할 때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화상 수업을 받는 모습을 떠올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온라인 수업이 1년이 지나 일상이 될 무렵, 아이의 건강검진 결과에서 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겨우 반 년 만에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컴퓨터나 태블릿 PC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나 시력이 떨어진 아이들이 워낙 많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쿨하게 생각해 이미 나빠진 시력은 안경이나 드림 렌즈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키가 쑥쑥 자라는 성장기에는 안구도 같이 자라 점점 시력이 급속하게 떨어질 수 있다 하니 걱정이 몰려왔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눈 건강에 좋다는 것들을 급히 수소문했다. 아직 어린아이니 이왕이면 약보다 음식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눈에 좋은 안토시아닌과 로돕신을 활성화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블루베리를 생과일로 매일 먹이기로 결심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그나마 다행인 건 블루베리 같은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 재료의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 ‘요알못’인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접한 다양한 블루베리 레시피를 활용해 아침마다 아이에게 대령하기 시작했다. 우유에 시리얼을 붓고 싱싱한 블루베리를 듬뿍 올리기도 하고, 믹서에 블루베리와 요구르트, 우유, 얼음 조각과 꿀을 조금 넣고 갈아낸 뒤 로즈메리 잎을 얹어 스무디도 만들었다. 그마저도 귀찮은 날엔 시판 플레인 요거트 위에 블루베리를 넣어 주면 끝!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블루베리의 효능을 읊어대며 아침을 권하는 내게 아이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그렇게 좋으면 엄마랑 아빠도 매일 같이 먹어야지.”

사실 나는 과일과 친하지 않다. 1년에 디저트로 과일을 먹는 날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어떤 과일에도 그다지 감흥이 없으니 굳이 챙겨 먹는 일 따위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엄마인 것을.

이렇게 나와 남편까지 합세한 우리 집만의 블루베리 모닝이 루틴으로 자리 잡은 지 어언 몇 달째. 물론 정신없이 바쁜 평일 아침에는 최대한 간단하게 챙겨 먹지만, 주말에는 블루베리를 활용한 음식과 디저트로 식탁을 풍성하게 채우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주중에는 문자로만 대화하던 사이버 부부인 남편과 나는 입안에서 터지는 블루베리의 새콤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육성’으로 오랜 대화를 즐기게 됐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유일한 순기능이라고나 할까?

물론 블루베리를 열심히 챙겨 먹는다고 아이의 시력이 단숨에 정상으로 회복되는 식의 드라마틱한 결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더는 나빠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의 위안만으로 충분하니까. 외근이 잦은 남편은 면역력을 위해, 예쁘게 늙고 싶은 나는 노화 예방을 위해, 학업의 길에 들어선 아이는 눈 건강을 위해, 각자의 희망을 담아 아침 식탁에 둘러앉는 거다.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는 냉동 블루베리를 활용해 콩포트를 만들어볼 심산이다. 아침 일찍 사 온 갓 구운 식빵에 크림치즈와 함께 듬뿍 발라 먹을 생각만으로도 벌써 입안 가득 침이 고여온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0월호

2021년 10월호

에디터
정소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