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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SNS

지난 7월 24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대기업 오너가 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On August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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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대뜸 대중과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출근 전 반려묘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나 소파에 편하게 앉아 게임을 하는 모습 등 자신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공유했다. 어린 시절 3남매의 흑백사진과 자신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최 회장은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언론은 물론, 업계도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최태원 회장의 생활 속 모습만 올라오는 게 아니기 때문. 최 회장은 대체식품 콘텐츠를 공유하며 자신의 경영 관심사를 공유하는가 하면,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뽐낸 김연경 국가대표 여자배구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도 게재했다. 그룹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최 회장이 적극적인 SNS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이 동거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언급하며 무심코 올린 사진과 메시지는 현재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다시 부각시키며 SNS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업 아이템과 관심사도 업데이트

지난 8월 3일, 최태원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대체식품 사진 여러 장을 게시했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체식품이었는데 최 회장은 수십여 종의 미국 현지 대체식품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이 중 1등은 단연 발효단백질 바닐라아이스크림"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콩고기·식물성 우유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을 표출한 것인데, 사실 대체식품은 최근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역 사업이다. 사육 과정에서 환경오염 발생 걱정이 없는 것으로 일반적인 농축산물이 아니다.

일단 고기는 실제 고기가 아니다. 콩이나 버섯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 또는 별도 공정으로 만들어낸 일명 콩고기와 같은 단백질이다. 생산이나 사육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를 발생시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축산업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소비자'로 게시한 사진과 글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이 사진으로 소개하며 '1등'이라고 콕 찍어 언급한 바닐라아이스크림은 미국 대체식품 기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가 만든 브레이브로봇(Brave Robot) 제품. SK그룹이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 SK(주)를 통해 퍼펙트데이에 540억원을 투자하면서 퍼펙트데이가 가진 기술력에 주목했다. 세계 최초로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를 통해 발효된 유단백 생산에 성공한 기업이 퍼펙트데이다.

대체식품 투자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과 중국 대체식품 기업에 대략 4,000억원을 투자했고, 영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의 SNS 게시 글이 올라오자 "최태원 회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SK가 대체식품 사업을 더욱 확대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최 회장은 네티즌들이 추가로 문의한 글에 "(대체식품이) 대략 10% 정도 비싸게 팔린다. 대체 유제품의 역사는 더 오래됐다. 두유도 대체유의 일종"이라고 답하거나 "(대체식품은) 단백질을 가장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발효단백질은) 우유 맛과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 시장성과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대체식품 시장도 최 회장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푸드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미국 에그펀더(AgFunder)는 글로벌 대체식품 투자가 2016년 약 1,3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 6,000억원으로 20배가량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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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최 회장은 일상은 물론이고 관심사, 그리고 배구선수 김연경, 방송인 전현무, 배우 유태오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김연경' 친분 과시하며 소통

그런가 하면 올여름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올림픽 관련 이슈에도 숟가락을 올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8일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승전이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김연경 국가대표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찐팬'이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에는 최 회장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김연경 선수와 함께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김연경 선수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찐팬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내 마음속 금메달. 김연경 선수 매너 다리"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4년 전, 중국 방문 당시 김연경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었지만,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김연경 선수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자배구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 높았던 만큼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갓연경도 멋지고, 회장님도 멋지다"고 반응했고, 함께 사진을 찍었던 박용만 회장 역시 "김연경 선수 키가 너무 커서 셀카 화면에 안 들어가니 친절하게 반으로 접어주심"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에 최 회장은 "행님 소환 지송(형님 소환 죄송)"이라고 댓글로 화답했다.

최 회장이 SNS를 통해 '소통 마케팅'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회장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경우, 회사 이미지를 젊게 세팅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소비자와 빠른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최태원 회장이 배구와 직접 인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진을 올린 것은 진짜 응원의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를 통해 많은 국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의 SNS를 통한 소통은 양날의 칼이다. 사진 한 장, 단어 하나, 문장 한 구절을 통해서도 논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

지난 7월 24일 올린 글이 그러했다. 최태원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칫솔과 치실 사진을 올린 뒤 막내딸과의 일화를 적었다. 최 회장은 "치실을 사용하는데 실을 좀 많이 길게 뽑아서 썼더니 막내가 옆에서 보다가 '아빠 재벌이야?'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며 "응? 어? 음… 아니… 아껴 쓸게"라고 답했다는 생활 속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막내딸이) 졸귀탱구리다. 재벌 맞다. 아가야" "사람 사는 거 똑같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회장님 치약은 어떤 거 쓰시냐"는 관심도 쏟아졌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도 자연스레 거론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동거 중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2010년생)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현재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데 '막내딸'을 언급하면서 이혼소송과 내용이 회자됐기 때문.

앞선 대기업 관계자는 "회장의 sns는 기업이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sns와 달리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터질 경우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미 이혼소송 중인 것이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회자될 걸 알았다면 신중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SK그룹 제공, 최태원 인스타그램
2021년 09월호

2021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SK그룹 제공, 최태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