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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가 그리는 행복

가장 좋은 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한참을 고민하던 조윤희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바로 오늘.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에 집중한다.

On September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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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디자인의 하이넥 롱 벨티드 재킷 미스지콜렉션, 골드 볼드 이어링 비올리나.


배우 조윤희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여느 예능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 앞에선 혀가 짧아지는 엄마의 얼굴로 말이다. JTBC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에서 조윤희는 올해 5살이 된 딸 로아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그녀는 방송에서 'FM 엄마'로 통하는데 자신이 세운 규칙을 지키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리는 제때 해야 하는 생활 습관을 선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육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해진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습관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거죠. 아이가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제3자의 시선으로 방송을 보는데 정해놓은 규칙을 전부 지키려고 하는 저와 자유로운 딸 로아의 상반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스타일인 반면 로아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서 더 놀고 싶어 하더라고요. 로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도 FM 같나요?(웃음)"

조윤희는 방송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결정을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아이를 대중 앞에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조윤희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아이와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5살 로아와 자신의 모습을 꺼내볼 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종종 로아를 바라보면서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로아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저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니 이 순간을 기록해두면 로아와 저에게 값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로아가 성장한 뒤에 5살 때 엄마와 보냈던 시간을 다시 열어보고 추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악성 댓글 등 부정적인 시선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방송에서만 밝고 행복한 척하는 게 아니라 로아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내가 키운다>는 육아 예능의 판도를 바꿨다는 호평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육아를 한다거나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포맷이 아닌 싱글맘의 현실 육아를 조명하면서 화제를 모은 것. 방송에는 조윤희를 비롯해 방송인 김나영, 배우 김현숙 등 전적으로 아이의 육아를 도맡고 있는 돌싱 스타들이 출연한다.

"다른 출연진을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을 두 명이나 키우는 나영 언니는 아이들이 방 벽에 낙서할 수 있도록 허용했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은 낙서를 하고 싶어 하는데 언니는 그 부분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자유를 지켜준 거죠. 현숙 언니는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순수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로 아이가 또래에 비해 천진한 면이 있더라고요. 제주도에서 지내다가 최근 밀양으로 이사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저더러 시골에 내려가서 살라고 하면 주저할 텐데 현숙 언니는 아이를 위해 자연을 선택했잖아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부모이든, 부부가 함께 키우는 부모이든 모든 육아에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아이의 행복과 올바른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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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치 디테일의 테일러드 베스트·투 턱으로 멋을 더한 테일러드 팬츠 모두 에몽, 블랙 플랫 샌들 지안비토 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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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라인의 베이지 블레이저·버뮤다팬츠 모두 무디디, 로고 포인트 블랙 로퍼 비비안웨스트우드, 클래식한 프린트의 하프 슬리브 티셔츠·스포티한 무드의 화이트 삭스 모두 셀린느, 허리에 둘러 연출한 케이블 니트 톱 모스키노, 볼드한 디자인의 링·이어링 모두 비올리나.

로아의 솔직함과 자유로운 표현력을 보면서 제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었는데 엄마가 된 뒤로 강인해졌죠. 사람들도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용감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로아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

조윤희는 지난 1998년 패션 잡지 <에꼴>의 모델로 연예계에 입성해 이듬해 가수 이수영의 '아이 빌리브(I Believe)'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전격 데뷔했다. 이후 2002년 SBS 시트콤 <오렌지>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조윤희는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동건과 방송 중 열애 사실을 인정한 뒤 이듬해인 2017년 결혼했고 같은 해 12월 딸 로아를 안았다. 이후 결혼 3년 만인 지난해 5월 이혼 소식을 알렸다.

마음을 다스리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가만히 있다가 울적해지거나 무심코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보던 중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을 버티는 건 오롯이 조윤희의 몫이었다. 때때로 견딜 수 없는 무게의 슬픔이 찾아왔지만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고 시간의 힘을 믿으며 묵묵히 이겨냈다.

"힘든 일이 생겨도 내색하거나 보이는 곳에서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혼뿐 아니라 로아의 일상, 저의 마음 등 재정비해야 할 일이 많아서 혼자 감당하는 게 버겁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직면한 슬픈 상황에 몰두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아픔을 겪으니까요. 한 해를 힘들게 지낸 뒤 올해 초에 마음가짐을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중심을 잡아야 로아에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신기하게도 로아가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유치원 새 학기에 잘 적응하고, 일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힘들었던 부분들이 하나씩 나아지면서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지난해 휴식기를 지낸 조윤희는 로아와 교감하며 일상에 생긴 공백을 메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로아를 바라보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용기와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다. 조윤희는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면서 "모든 일은 로아를 만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했던 선택들을 번복할 수 있다고 해도 로아를 만나는 길을 택했을 것이라는 그녀의 대답에는 흔들림이 없다.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존재는 로아예요. 단순히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로아의 솔직함과 자유로운 표현력을 보면서 제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요. 과거에는 주로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더군다나 이혼 후에는 아이의 유치원, 학원, 체험 활동 등 모든 부분을 혼자 선택하고 책임져야 했죠. 저의 결정으로 좌지우지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우유부단하게 행동하거나 쭈뼛거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단력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엄마가 된 뒤에 만난 사람들은 예상했던 제 모습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말해요. 용감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안정감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로아의 곁에 엄마가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는 그녀다. 로아가 엄마를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아이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늘 조윤희가 있다. 또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문장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고 로아가 본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한다.

"로아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어디에 있든 저를 먼저 찾는 일이 없도록 항상 아이의 주변에 있었어요. 놀이터에서 놀거나 문화센터 수업을 들을 때 보면 종종 또래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놀다가 엄마가 있는 쪽으로 뛰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로아가 오기 전에 제가 '엄마 여기에 있으니까 걱정 마'라는 사인을 주면 로아도 금방 고개를 돌리고 마저 놀아요. 또 아이가 길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저부터 가지려고 해요. 예를 들어 로아에게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을 때 저부터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엄마가 좋은 사람이어야 아이도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조윤희는 연기 활동 재개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정과 행복을 찾은 지금, 다시금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그녀가 만나고 싶은 배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도 조윤희답다.

"과거에는 해보지 못했던 강렬하고 매력적인 배역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면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실제 모습과 동떨어진 캐릭터보다 제가 소화해낼 수 있는 배역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예요. 올해 마흔에 접어들기도 했고,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지내고 있는 제 상황과 비슷한 역할을 연기하면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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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티셔츠 메종마레, 레터링 포인트 볼캡 무디디, 펄 네크리스 비올리나, 레이스업 스니커즈 나이키, 블랙 더블브레스트 재킷·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과거에는 해보지 못했던 강렬하고 매력적인 배역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면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실제 모습과 동떨어진 캐릭터보다 제가 소화해낼 수 있는 배역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연기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조윤희는 꾸밈이 없다. 여배우의 화려한 모습에서 돌연 그 모습을 벗어던지고 대중 앞에 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부족함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통한다는 게 그녀의 인생관이다.

"외적으로 꾸미는 데 흥미가 없어요. 평소에 과할 정도로 꾸미지 않고 다녀서 지인들이 당황할 정도예요.(웃음) 성격도 마찬가지죠. 마음에 없는 말은 못 하는 편이에요. 예능에 출연할 때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꾸미는 걸 못 해서 자신이 없었어요. 사실 <내가 키운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였던 이유 중의 하나예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사람일 뿐, 집을 예쁘게 꾸미거나 근사한 요리 실력을 뽐내는 모습 등 제 일상과 동떨어진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요."

연기, 육아 외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림이다. 조윤희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얀 도화지, 다양한 색채의 물감, 제각기 모양이 다른 붓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고. 지금도 그녀의 집 거실에는 TV 대신 우국원 작가의 작품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2019)이 걸려 있다.

"처음으로 구매한 그림이라서 의미가 남달라요. 우국원 작가의 작품은 그림마다 각기 다른 설명이 적혀 있는데 제가 구입한 그림에는 '일요일 아침에 숨겨진 축복이 찾아온다. 그 축복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어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문장인데 이 문구를 읽고 힘들다는 이유로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행복들을 곱씹어봤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을 만끽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인터뷰 말미에 조윤희는 어떤 질문을 받아도 딸을 언급하게 된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부모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5살 아이에게 몰두하는 여느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어른인 자신도 끝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조윤희에게 바라는 어른의 모습을 물었다.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요. 또 매사에 성실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면 좋을 거 같아요. 지나치게 감정에 의지하면 결정적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사유하는 연습을 해요. 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죠. 딸이 성장해 저를 떠올렸을 때 '엄마는 씩씩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결론적으로 딸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사람이 되는 게 제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이에요."

조윤희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첩에 간직하고 있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글귀를 보여줬다. "축복은 보관하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 오늘날 우리가 이 기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라질 것이다." 오늘도 조윤희는 이 문구를 읽으며 행복을 좇아 살겠다고 다짐한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이보람
헤어
문혜아
메이크업
방선화(김청경헤어페이스)
2021년 09월호

2021년 09월호

에디터
정소나(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이보람
헤어
문혜아
메이크업
방선화(김청경헤어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