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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여자

이혼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부부들의 영화

On June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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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의 이혼으로 가십 미디어들은 축제 분위기다. 빌이 소아성애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어울려 다녔던 게 이혼 사유다, 결혼 후에도 전 여자친구와 매년 휴가를 보냈다 등의 소문이 쏟아졌다.

멀린다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면서 빌을 만났다. 신데렐라 이야기 같지만 멀린다는 ‘선택받은 여성’으로 머물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수학 게임으로 빌을 이기는 바람에 친해졌다는 이 명석한 인물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사회에 영향력을 쌓아왔다.

이혼소송 제기 당일 빌은 멀린다에게 24억 달러(약 2조 7,000억원) 상당의 기업 주식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사이 일은 당사자들밖에 모르는데 남의 이혼에 코를 들이밀고 킁킁대는 건 못난 짓이다. 하지만 멀린다의 이혼 성명은 알아둘 만하다.

“우리는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더는 부부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혼을 통해 결혼의 의미를 되새긴 것이다. 좋은 파트너십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인류의 건강과 페미니즘을 도모해온 멀린다가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영원히 성장시키는 경험”이라는 자기 계발 대가들의 개념을 인용한 것은 놀랍지 않다.
 

이혼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테마가 ‘자아의 성장’이다. 이 분야의 걸작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를 보자.

일에만 몰두하던 남편(더스틴 호프만 분)은 아내(메릴 스트립 분)가 집을 나간 후 살림과 육아를 맡으면서 아내의 빈자리를 체감한다. 줄거리만 보면 영화는 이기적인 남자가 아버지로 성장하는 이야기이자 이별 후의 공허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성 관객이 아내의 입장에 공감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영화에서 무심한 남편 때문에 자아를 잃어가던 아내는 이혼 후 정신과 치료도 받고, 직장도 구하고, 양육권 다툼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선다. 이혼 후 모든 일이 꼬여가는 남편과 대조적이다.

그로부터 40년 후 영화 <결혼 이야기>(2019)가 나왔다. 뉴욕의 잘나가는 연극 연출가와 LA에서 온 무명 배우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부부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작은 실수가 쌓여 두 사람 간에 균열이 점점 커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 이혼 얘기를 꺼내고도 머뭇대던 두 사람은 각각 변호사를 고용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이혼 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추궁하지만 진실은 한동안 밝혀지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아내의 커리어와 자존감 문제다. 아내는 남편이 천재 연출가라고 찬사를 받는 동안 뉴욕에서 자신의 삶은 정체됐다고 느낀다. 자신이 그를 내조했듯 남편도 자신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타협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에서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지 못했다. 좋은 결혼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우리에게 이미 답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
2021년 06월호

2021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