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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학교폭력,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학폭' 논란 쓰나미

연이어 터지는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On April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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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스포츠계 학교폭력 논란

대한민국이 학교폭력(학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스타였던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을 시작으로 체육계와 연예계의 학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학폭투(학폭+미투)가 연일 발생할 정도다.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중학생 시절, 신체적인 폭력과 금품 갈취 등의 학폭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소속 팀으로부터는 무기한 출전 금지, 배구협회로부터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의 징계를 받았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레프트 송명근과 심경섭도 가해자의 급소를 가격하는 등의 학폭을 저질러 이번 시즌 남은 경기 출전을 포기했다. 삼성화재의 박상하 선수는 학폭 의혹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은퇴했다.

프로야구 팀 두산은 고교 시절 학폭 의혹이 제기된 소속 선수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와 소속 선수의 진술이 중요 부분에서 엇갈렸다며 해당 선수가 소속 에이전시를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절차가 끝날 때까지 모든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선수의 소속 구단인 LG 역시 앞서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물고문에 흉기 위협까지 가했다는 또 다른 프로야구 선수의 학폭 논란도 등장했다.

체육계에서 감독, 코치, 선배, 동료들의 폭행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는 이유는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엘리트 체육’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문적인 체육 지도자들의 집중적인 관리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학업을 중단하고 체육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고, 좋은 성적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로 인해 체육계가 닫힌 사회가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연예인들에 마음 돌아선 대중

배구계가 쏘아 올린 학폭 논란은 연예계로 번졌다. TV조선 예능 <미스트롯 2> 출연자 진달래로 올초 시작된 연예인 학폭 논란은 배우 조병규, 김동희, 박혜수, 지수, 심은우, 동하 등을 비롯해 아이돌 (여자)아이들의 수진, 몬스타엑스 기현, 스트레이키즈 현진, 세븐틴 민규, 에이프릴 이나은 등 많은 가수의 학폭을 주장하는 폭로 글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각 소속사는 사실로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해당 폭로 글의 진위 여부와 법적 대응 등 신중한 입장 표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달래와 지수, 스트레이키즈 현진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은 걸 그룹 에이프릴. 에이프릴 수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멤버 집단 따돌림 논란과 학폭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나은을 비롯해 또 다른 멤버 양예나의 옆집 주민이라고 밝힌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벽간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늦은 시간 새벽까지 벽간 소음에 사과는커녕 안하무인으로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엘리베이터에서 대놓고 일반인에게 욕을 한 멤버도 있었다고 올렸다. 조병규를 비롯해 박혜수, 에이프릴 이나은, 세븐틴 민규 등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돌아선 대중과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뿔난 대중은 학폭 논란 연예인이 출연 중인 작품은 물론 출연 예정 작품까지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으로 대세 배우가 된 조병규는 유재석과 함께 할 예정이었던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에서 하차했고, 배우 박혜수가 주연을 맡은 KBS2 드라마 <디어엠>은 방송이 연기된 상황이다.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주연배우인 지수가 학폭 논란을 시인하자 그의 하차를 결정하고 배우 나인우를 새 온달 역으로 캐스팅했다.

이렇게 방송과 광고업계는 학폭 논란을 빚은 연예인들의 흔적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이 출연한 방송은 물론 광고도 줄줄이 중단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폭 논란 연예인이 광고 모델인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스트레이키즈 현진, 몬스터엑스 기현 등을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는 영상 등 콘텐츠를 모두 삭제했다.

학폭 논란 연예인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키이스트는 소속 배우 지수가 학폭을 인정하면서 지난 3월 4일 장 중 한때 3%가량 하락했고,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스트레이키즈 현진이 학폭 사실을 인정한 지난 2월 26일 주가가 전날보다 3.43% 하락했다.

기업이나 방송사들은 불매운동과 이미지 훼손까지 감수하며 해당 연예인을 기용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해당 연예인이 학폭 논란을 시인하지 않더라도 출연 콘텐츠를 삭제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체능계의 주 소비층이 청소년인 만큼 학폭 논란이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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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도 언택트 시대

학폭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신체적인 상처를 입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학폭을 겪은 피해자의 경우 성인이 돼서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학폭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새 학기가 되면서 학폭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과 부모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학폭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의 전체 비율은 줄었지만 사이버 폭력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 폭력과 금품 갈취 비율은 2019년과 비교해 각각 0.7%, 0.9%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의 비율은 3.4% 증가한 12.3%를 차지했다.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학폭의 형태가 ‘물리적 폭력’에서 온라인상의 ‘사이버불링’으로 발전하면서 더 악랄하고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불링은 모바일 메신저,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폭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사이버불링의 수법은 다양하다. 피해자를 애매하게 특정해 비방하는 글과 영상을 SNS에 올리는 ‘저격 글과 저격 영상’, 단체로 대화방에서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꺼번에 퇴장하는 ‘방폭’, 특정인을 단체방에 초대한 뒤 욕설을 하는 ‘카톡 감옥’, 피해자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지인 능욕’, 피해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도박 사이트나 불법 홍보업체 등에 돈을 받고 판매하는 ‘카카오톡 계정 강탈’ 등 다양하다.

이제는 금품 갈취도 모바일로 이루어진다. 휴대전화를 통해 데이터와 선물을 빼앗는 ‘와이파이 셔틀’, ‘기프티콘 셔틀’, 피해자에게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받는 ‘게임 아이템 셔틀’ 등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년범 형사처벌 강화 검토 중

예체능계를 넘어 일반인 사이에서도 학폭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과거 폭력 행위에 대해 현재 책임을 묻기에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이유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협박이나 폭행·모욕죄, 특수상해죄 등 학폭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공소시효가 5년에서 길어야 10년이다. 게다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학폭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고 가능 형량을 20년에서 25년까지 강화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또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소년범들이 범행 직후 보호처분을 받도록 행정을 개선해야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소년범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청와대가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10일 아파트 커뮤니티 체육시설 안에서 자녀가 동급생들에게 스파링을 가장한 폭력을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라며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현재 성폭력을 비롯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등 형사처벌 강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며, 정부도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생기부의 학폭 이력 삭제 논란

학폭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폭 이력이 가해자의 반성 여부에 따라 삭제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어린 학생인 점을 감안해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이와 반대로 학폭 근절을 위해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폭 가해 학생의 조치 사항을 삭제할 수 있는데,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록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처분 정도가 무거운 경우에는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기록 삭제 여부를 따지게 된다. 이때 전담기구는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행동 변화를 고려해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삭제가 결정되면 졸업과 동시에 기록이 사라진다. 피해자는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전담기구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생기부 기록은 삭제된다. 단, 재학 기간 동안 2건 이상 학폭 사안으로 조치를 받거나 퇴학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은 학폭 기록을 삭제할 수 없다. 중학교의 경우 퇴학이 없기 때문에 생기부 학폭 이력을 무조건 지울 수 있는 것이다.

가해자에게 반성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는 있지만,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쉽게 삭제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생활기록부 이력 삭제 권한을 피해자에게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
참고
<2020년 학교폭력 예방과 지혜로운 대처방법>(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4월호

2021년 04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
참고
<2020년 학교폭력 예방과 지혜로운 대처방법>(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