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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의 차인표

차인표가 영화 <차인표>에 출연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 격한 박수를 보낸다.

On February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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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로 대한민국을 '차인표 신드롬'에 빠지게 했던 데뷔 28년 차 배우 차인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2021년 '신박한' 코미디 영화로 컴백했다. 이름하여 영화 <차인표>다.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실존하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 그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오가는 신박한 기획이다.

사실 차인표 없이는 불가능한 기획이지만 배우 차인표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애초에 섭외를 단칼에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새롭고 실험적인 코미디 장르의 첫 실험 대상이 된다는 묘한 설렘과 스릴을 느꼈다"며 결국 4년이 흐른 뒤 섭외에 응했다.

오랜만에 언론과 마주하는 자리였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는 그는 편안해 보였고, 동시에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이름이 영화 제목인 작품이에요.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요? 이 영화는 코믹적인 요소와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굴레에 대해 조명했어요. 한 달 동안 촬영했는데 그걸 감안하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출연 제의를 한 차례 거절한 이유는 뭔가요? 영화 <차인표> 속 차인표와 실제 차인표의 모습이 차이가 나서 굳이 현실의 차인표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 묘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4년이 흐르고 다시 제안을 받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일맥상통해요. 거절했을 때 (영화 속 차인표가) 정체된 차인표라 거절했는데, 4년이 흐른 뒤 실제 차인표 역시 정체돼 있었거든요. 변화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개선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작품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차인표>라는 영화에서 차인표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고착화된 이미지는 희화화할 수 있는 요소도 많이 포함돼 있잖아요. '분노의 양치질'도 있고….(웃음) 애초에 거절할 때 지나가는 말로 "저 말고 다른 배우로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감독님이 제가 아니면 차태현 같은 배우와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무래도 작품이 안 들어오는 게 가장 크죠. 세월이 흐르면 주연에서 조연이 되는 건 당연한데, 그 와중에 어느 정도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작품을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미지는 계산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어느 순간 '아, 사람들이 나에게 이걸 기대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시점이 있어요.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 기대치에 맞는 이미지를 하나씩 쌓고, 어느 날 돌아보면 나를 둘러싼 거대한 이미지가 생겨버린 거죠. 실제로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살았어요. 예를 들면 바른생활 사나이로 알려져 있으니 어딜 가나 나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영화 <차인표>에서 나온 "베드신 한 번 안 한 몸이야"라는 대사처럼 실제로 배역을 고를 때도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하며 스스로 통제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살다 보니 그 이미지대로 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저의 이미지가 공고해졌죠.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데뷔 이후 10년 동안 많은 작품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그다음엔 연기보다 봉사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힐링캠프> 등 예능에 출연하며 지냈죠. 어느 날 뒤돌아보니 나이는 40대 중반이고 복귀가 쉽지 않더라고요. 고착화된 이미지라는 게 작품 속 캐릭터도 있지만 봉사 활동을 하고 연예인 부부로서의 모습이 자주 노출된 것도 한몫했을 거예요.

'젠틀맨'이라는 피로감이 있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이 작품으로 극복하고자 했어요. 이 작품을 하라고 계속 들이민 게 제 매니저였거든요. 제가 싫어할 걸 알면서도 제작자를 만나보자고 매니저가 저를 설득했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왜 그랬는지 알 거 같아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외출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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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스태프와 일할 때 '손색없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꼰대 같지 않고, 같은 눈높이에서 일할 수 있는 동료이고 싶었어요.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제가 이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생각에 작은 부분도 존중하며 임했더니 자연스레 다들 존칭을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차인표가 <차인표>에 출연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생각해봤어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건 틀려'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간섭하면 그건 다큐멘터리이지 결코 영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감독이 창조하고 해석한 세상에서의 차인표라고 받아들였어요. 그게 어쩌면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죠.

감독님이 해석한 차인표, 어땠나요? 연예인은 포장돼 있는 직업이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그 포장된 모습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죠. 물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배우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겠어요. 대부분의 배우들은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하고 만족해야 하죠. 그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차인표>라는 작품이 들어왔을 때 '변신'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도 저의 자존심과 이미지를 붙잡으려고 하는 마음을 비워내는 게 힘들었어요.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그동안 영화에 많이 출연하지 못했어요. 다만 이 영화가 제 필모그래피로 봤을 때, 분기점이 됐으면 합니다. 그 전까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많은 변수를 두고 고심한 끝에 선택했다면, 이후엔 조금 단순하게 다양한 배역을 선택하고 연기하고 싶어요. 그렇게 이 영화를 기점으로 배우 차인표가 달라졌으면 해요.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나와 보니 어땠나요? 무엇보다도 젊은 스태프와 일할 때 '손색없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꼰대 같지 않고, 젊은 친구들을 존중하며, 같은 눈높이에서 일할 수 있는 동료이고 싶었어요. 사실 대부분이 저보다 어리죠. 하지만 존댓말을 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제가 이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작은 부분도 존중하며 임했더니 자연스레 다들 존칭을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영화에서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성이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에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살아갈 때 진정성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와 이번 연기는 많이 달라요. 연기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게 있나요? 특별하게 영화를 위해 준비한 건 없어요. 감독님도 준비하길 원치 않으셨죠. 계산하지 않고 그때그때 느낌에 충실하며 연기했어요. 사실 영화 내용 측면에서 보면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히거든요. 그런데 실제 배우로서 제 모습이 더 극한에 내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고 놀고 있으면 배우가 아니잖아요. 극 중에 건물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죠. 배우가 연기는 안 하고 광고를 찍거나 다른 활동으로 얼굴을 비추면 배우가 아니라 연예인이죠. 실제 제 상황이 배우로서 극한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뷔 초창기에 제일 인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저의 전성기는 오늘입니다. 오늘 제가 행복하거든요. 그게 전성기죠.

영화를 보면 매니저와 관계가 돈독해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극 중에서 매니저와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온 모습으로 나와요. 제 실제 매니저도 비슷해요. 오랜 기간 저와 함께하고 있고, 함께한 시간이 길다 보니 저에 대해 다 꿰뚫어보고 있죠. 서로 알게 모르게 익숙하고 편한 관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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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에게 코믹하고 재미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웃음). 그냥 '어, 이 사람 아는 사람인데 재미있는 아저씨네' '분노의 양치질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연기도 하네' 하는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요.

연기자로서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이번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영화를 재미있게 본 분들에게는 감사하고 실망한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어찌 됐든 이 영화의 가장 큰 소득은, 젊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젊은 관객 중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을 많이 봤거든요. 사실 제 나이 또래 연기자가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아요. 역할을 통해서만 가능하죠. 또 저를 잊었다고 생각했던 예전 팬들의 반응을 봐서 감사했어요. 제 솔직한 마음은 그래요. 평생 연기자로 살겠다는 마음보다는 창작, 제작, 연기 등 이 업계에서 어떤 일이든 같이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동안 제작에도 참여해왔고, 현재 시나리오 제작 중이라고 들었어요. 다른 작품을 홍보하는 거 같아서 죄송하지만(웃음) 현재 초반부를 쓰고 있고 여러분에게 보여줄 때가 되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코믹하고 재미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웃음). 이미 <차인표>를 통해 코믹한 부분을 강렬하게 보여줘 당장 다른 이미지로 다가가긴 어려울 거 같고…. 그냥 '어, 이 사람 아는 사람인데 재미있는 아저씨네' '분노하며 양치질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연기도 하네'라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로 다가가길 바라요.

젊은 세대의 피드백 중 본인의 마음을 관통하는 피드백이 있다면요?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보고 난 뒤에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젊은 남성의 리뷰를 읽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는 감상 평이에요. 제가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관객도 느꼈으니까요.

'분노의 양치질' 등 비슷한 모습이 '짤'로 만들어졌어요. 어땠나요? 항상 긍정적인 면과 불편한 면이 공존하죠. 어쨌든 그러한 짤들은 제게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캐릭터예요. 연기하면서 불쾌하거나 복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어떨 때는 구차한 느낌이 들었을 만큼요. 샤워하다가 샤워장이 무너져 갇혔는데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밖으로 안 나오는 역할이잖아요.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구차하게 느껴지다가도 또 아무렇지 않게 웃게 되더라고요.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딱 맞아요. 깔깔 웃다가도 돌이키고 곱씹어보는 것처럼요.

55세의 28년 차 배우 차인표는 그의 말처럼 지금이 전성기이다. 영화 <차인표>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용기'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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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1년 02월호

2021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