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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RIS

프랑스, 가정 폭력이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폭력, 특히 여성 폭력이 심각하게 늘어났다.

On January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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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가 풀리면서 비교적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게 되자, 가정 폭력 관련 재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성들이 거리에서 ‘페미사이드’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최근 르망 법원에서 가정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녀는 바쁜 틈에 전화를 한 건지 다급한 목소리로 이미 예정돼 있던 연말 파티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안절부절못했다. 코로나19로 격리에 들어가면서 가정 폭력이 늘었고, 격리가 풀린 이후 신고가 급증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파리 쪽에서 아동 권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인 이자벨 스테예르도 부모에게 학대나 폭력을 당한 아동들을 위한 변호로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2019년부터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가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상황으로 피해자인 자녀와 가해자인 부모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아동 폭력에 대한 사건이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내에서 격리 이후 가정 폭력 사건 신고가 30% 증가했고, 격리 기간 중에 총 4만 5,000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이는 신고 전화가 하루에 800건이나 걸려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173명의 성인이 배우자나 전 배우자에 의해 사망했고, 그중 146명이 여성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프랑스에서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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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테스트 장소에서 경찰이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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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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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클럽 아이들.


사실 프랑스인은 가정 폭력을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에 상당히 열성적이고, 그 역사도 오래됐다. 시작은 1975년 ‘치정 사건’이라는 용어가 프랑스 형법에서 삭제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치정 사건은 정상참작의 기준이 됐다.

1992년에는 ‘여성 폭력 전문 긴급 번호 3919’가 도입됐고, 2004년에는 가정 폭력이 심각한 사건으로 취급돼 법적으로 강력하게 죄질을 다루었다. 가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옮기던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을 벗어난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조처가 내려졌고, 커플 간의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학대도 범죄로 규정했다. 최근엔 정신적 학대를 넘어 ‘경제적 학대’까지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에는 재범 방지를 위해 가해자에게 책임감 강화 훈련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2020년엔 가정 폭력의 증가로 조만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자팔찌’가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45년 동안 프랑스 내에서 일어난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와 법의 진화는 상당히 놀랍다. 오랜 시간 가정 폭력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법을 진보시키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
2021년 01월호

2021년 01월호

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