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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위기를 맞은 패션계의 선택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했고, 패션쇼는 모조리 취소됐다. 패션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On June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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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iaa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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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esiaasta@alesiaasta
  • @mirna.naiia @mirna.naiia
  • @jeanetelife @jeanetelife
  • @vikyandthekid@vikyandthekid

▲ 패션 인플루언서들은 베개 챌린지, 집콕 패션쇼 등 패션 열정을 깨워줄 유쾌한 놀이를 제안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그저 지나가는 전염병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이 사태는 단순히 질병의 유행을 넘어 순식간에 평범한 일상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이라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현실이 됐고, 많은 기업이 강제적인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직장인들의 로망이었던 재택근무는 가정 불화의 씨앗을 심었다는 ‘웃픈’ 에피소드를 남겼다. 생필품은 물론 패션과 뷰티 아이템까지 온라인 구매가 급증했고, 임시 휴관에 들어간 스포츠 센터의 자리는 ‘홈트(홈 트레이닝의 약자)’가 대신했다. 약속이나 미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집에서 끼니를 만들어 먹는 날도 늘어났다. 결혼식이나 예배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앞세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화를 감상하는 풍토가 확산됐다. 불과 두어 달 만에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 급변하는 걸 보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세계는 그 이전과 전혀 같지 않을 것이며,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꿀 것”이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예견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bulgari / 공공 병원에 무료 배포될 손 소독제를 생산하는 불가리.

@bulgari / 공공 병원에 무료 배포될 손 소독제를 생산하는 불가리.

@bulgari / 공공 병원에 무료 배포될 손 소독제를 생산하는 불가리.

@dior / 옷이나 가방 대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디올.

@dior / 옷이나 가방 대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디올.

@dior / 옷이나 가방 대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디올.

코로나19의 세계, 지금의 패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두가 마스크 속에 표정을 감춘 채 소통하는 극단적 풍경이 일상화됐고, 라이프스타일은 급변하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가 도래했다. 패션계도 예외 없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유럽과 미국 내 패션 브랜드들은 거의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했고, 매 시즌 유행의 흐름이 결정되는 패션 산업의 시작점인 전 세계 패션 위크와 유명 브랜드들의 패션쇼는 모조리 취소되고, 기약도 없이 연기됐다. 지난 4월 초 영국 패션 전문 매체 BOF와 컨설팅 그룹 맥킨지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0 패션 현황-코로나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로 유럽·북미의 상장된 패션 회사 80%가 금융 위기에 처할 것이며, 향후 12~18개월 동안 많은 글로벌 패션 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패션업계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27~30% 떨어지고, 특히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은 35~39%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상황도 문제지만, 포스트 팬데믹까지 이어질 불황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패션계는 마음을 다잡고 럭셔리 브랜드들을 필두로 눈앞의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로 결심했다. 디올, 샤넬,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루이비통, 지방시, 구찌, 생 로랑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기부금을 내거나 자신들의 공장에서 마스크와 의료 작업복을 생산하고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불가리는 손 소독제를 만들어 프랑스 보건 당국을 통해 공공 병원에 무료 배포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고기능 마스크 개발로, 언더아미는 패니 팩과 페이스 실드등 의료진을 위한 제품 생산으로 공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패션 인플루언서들은 길어진 ‘집콕’ 생활로 본의 아니게 옷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사람들의 패션 열정을 깨워줄 유쾌한 놀이를 제안했다. 스웨덴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듀오의 인스타그램 계정 (@stylebynelli, @myforteisfashion)에서 #pillowchallenge #quarantinepillow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단 베개 챌린지가 등장한 것. 베개를 벨트로 고정해 미니드레스처럼 연출하는 단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전 세계에 유행을 만들어냈다. 독일의 워킹맘 스타일리스트 빅토리아 레이더는 그녀의 계정 (@vikyandthekid)에 집콕 패션쇼, 다채로운 파자마 스타일링, 페이스 타임 미팅을 위한 아웃핏 등을 선보이며 격리 기간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패션에 대한 갈증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소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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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IO ARMANI

GIORGIO ARMANI

▲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무관중 쇼로, 샤넬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한 2020 F/W 컬렉션.

패션계가 ‘언택트’에 대처하는 방법

패션계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면서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름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지난 3월 말 중국 상하이 패션 위크는 종전의 오프라인 패션쇼 대신 모든 행사를 디지털로 진행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과 협업해 런웨이 쇼와 제품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디지털 쇼룸까지 진행하고,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댓글을 달거나 즉시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한 것. 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부터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150여 개의 브랜드가 컬렉션을 선보였고, 2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쇼를 시청하는 성과를 냈다.

‘그들만의 잔치’였던 패션쇼를 대중에게 공개한 대표적인 브랜드인 구찌는 지난 2020 F/W 컬렉션에서 SNS를 통해 쇼 시작 10분 전부터 현장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원형으로 설계된 무대로 백스테이지부터 무대까지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밀착 중계하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취소된 서울 패션 위크를 대신해 한국패션산업협회와 네이버 디자이너윈도가 손잡고 2020 F/W 온라인 패션 위크와 ‘방구석 패션쇼’ 라이브 방송을 선보였다. 다가올 F/W 컬렉션 의상과 함께 현재 판매 중인 이번 시즌 제품도 함께 소개했으며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형식의 패션쇼로,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비대면 쇼핑’으로 모바일 라이브 쇼핑 트렌드에 합류했다.

전형적인 작업 환경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모델,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스타일링 등 많은 스태프가 모여 작업하는 패션 화보 촬영에도 ‘언택트’가 적용된 것. 패션 브랜드 자라는 전속 모델들에게 이번 시즌 컬렉션 화보 기획을 직접 하게 했다. 신제품을 모델에게 보내 원하는 옷으로 스타일링하고 집에서 개인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신선하고 친근한 매력을 어필했다.

나이키는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리 로렌조와 함께 원격 촬영한 나이키 에어 피어 오브 갓 ‘누아르’ 화보를 공개했다. 제리 로렌조가 LA에 있는 집에 머물며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의 이미지 캡처를 활용해 아들 제리 조렌조 마누엘 3세가 ‘누아르’ 제품을 착용하고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담아냈다.

패션 매거진 이탈리아 <보그>는 코로나19를 위해 싸우는 의료진과 세계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의미로 아무것도 없는 백지를 4월호 커버로 선택한 데 이어 지지 하디드와 린제이 윅슨 등 톱 모델이 스타일링부터 메이크업, 촬영까지 모두 직접 진행한 5월호 패션 화보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이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언택트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뉴 노멀’이 됐다.

미국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CBS와 한 인터뷰에서 “패션 월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며 “코로나 팬데믹 현상이 패션계를 윤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흐려질 만큼 세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혼돈은 언제나 발전을 동반하는 법. 갑작스럽게 나타난 코로나19는 패션 유통에 있어 ‘비대면 소비’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고, ‘뉴 노멀’ 시대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됐다.

안나 윈투어의 말처럼 코로나19 이후의 패션은 이전과 절대 같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시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믿는다. 이전에도 그랬듯 코로나19 역시 확산 속도가 더뎌지고, 백신의 개발과 함께 언젠가는 종식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 같은 환경문제를 계속해서 방관한다면 지금 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제는 생산자나 소비자가 뜻을 모아 이전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를 반성하고, 윤리적으로 만들고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사력을 다했던 패션계가 또다시 맞닥뜨린 새로운 도전들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해나간다면, 불안과 우려를 딛고 찬란한 패션 호황기를 앞당겨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마스크를 벗고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이 집약된 패션 아이템에 감탄하며 ‘BUY’ 버튼을 클릭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그날이 속히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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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italia /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의미로 백지를 커버로 선택한 이탈리아 <보그> 4월호.

@vogueitalia /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의미로 백지를 커버로 선택한 이탈리아 <보그> 4월호.

  • @vogueitalia /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의미로 백지를 커버로 선택한 이탈리아 <보그> 4월호. @vogueitalia /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의미로 백지를 커버로 선택한 이탈리아 <보그> 4월호.
  • @zara / 전속 모델들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촬영한 자라의 이번 시즌 컬렉션 화보. @zara / 전속 모델들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촬영한 자라의 이번 시즌 컬렉션 화보.
  • @zara / 전속 모델들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촬영한 자라의 이번 시즌 컬렉션 화보. @zara / 전속 모델들이 직접 스타일링하고 촬영한 자라의 이번 시즌 컬렉션 화보.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사진
쇼비트, 인스타그램
2020년 06월호

2020년 06월호

에디터
정소나
사진
쇼비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