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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RIS

아이들의 천국! 숙제 없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에선 아동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공부, 그러니까 숙제가 아이들에게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On March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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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1956년부터 숙제가 법으로 금지됐다. 11세 미만의 아동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의 공부는 비효율적이라는 많은 교육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며, 집에서 숙제 지도를 받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프랑스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는 중학교에서도 숙제를 없애겠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에 해당하는 필자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 오는 숙제는 매번 비슷하다. 배운 부분 복습하기, 시 외우기, 받아쓰기, 단어 외우기 등이다. 수학 연습 문제도 하루에 3개 이상 넘지 않고 숙제 가짓수도 2가지를 넘는 법이 없다. 그런데도 숙제가 많다고 늘 불평이다.

학기 초에 참가한 학부모총회에서 설명을 듣고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숙제는 불법이니까”라고 운을 뗐다. 프랑스에서는 1956년부터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쓰기 숙제’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학습량이 많으면 아이의 신체적·지적 발달에 방해가 된다고 본 것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 6시간 이외에 추가로 하는 공부는 “비효율적이고 아이들의 정신적 균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미 배운 것을 집에서 한 번 소리 내어 읽거나 시를 암기하는 등의 ‘말하기’ 숙제 외에는 특별히 숙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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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는 보통 15분이면 끝난다. 대부분 ‘쓰기’ 숙제가 아닌 ‘말하기’ 숙제다.

숙제는 보통 15분이면 끝난다. 대부분 ‘쓰기’ 숙제가 아닌 ‘말하기’ 숙제다.


이처럼 아이가 해야 하는 공부를 노동으로 여기는 점이 흥미로웠다. 프랑스어에서는 아이들이 하는 공부도 ‘일, 노동’이라는 뜻의 ‘트라바이(travail)’라고 부른다. 프랑스 학부모들은 아이가 그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해하는 것은 아닌지를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많이 걱정한다. 만약에, 부모가 프랑스어에 서툰 이민자 가정이거나, 제대로 된 공부 습관을 길러주기 어려운 가정환경이라면 아이는 학교에서 방과 후에 선생님과 한 시간씩 ‘에튀드(étude)’라는 시간을 보낸다.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맞벌이해 오후 4시 반까지 아이를 찾으러 올 수 없는 집의 아이가 가는 곳이다. 이렇게 학교에서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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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아이들은 스포츠 클럽, 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곳으로 교양과 운동신경을 기르기 위해 바삐 돌아다닌다.

방과 후 아이들은 스포츠 클럽, 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곳으로 교양과 운동신경을 기르기 위해 바삐 돌아다닌다.


그럼 프랑스 아이들은 숙제를 안 하면 뭘 할까?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스포츠나 음악과 같은 예체능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방과 후 아이들은 다들 다른 가방을 메고 음악 학교, 스포츠 클럽, 동네 도서관, 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곳으로 교양과 운동신경을 기르기 위해 바삐 돌아다닌다.

물론 프랑스 공교육이 무조건 완벽하지만은 않다. 교사들이 의욕이 없거나, 파업으로 수업 진도에 지장이 생기기도 하고,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한국은 1, 2위를 다투는데 프랑스는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과연 어떤 모델을 따라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이 많지 않은 아이들이 더욱 행복하게 자란다는 점이다.

글쓴이 송민주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사진
송민주, 아비웰 농장 제공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송민주
사진
송민주, 아비웰 농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