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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코로나 19가 가져온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아들 주안이의 시간

코로나19가 가져온 온전한 셋의 시간.

On March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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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뽀뽀를 하고 있는 나와 주안이.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슈인 코로나19 때문에 온 가족이 되도록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 주안이도 2주 넘게 학교를 안 가고 있으니 가족 셋이 집에 있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 주안이가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거나,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진 않을지 아내와 나는 걱정이 됐다. 얼마 전 긴 방학이 끝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온 주안이가 유난히 들뜨고 행복해하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걱정과 달리 주안이는 2주 내내 전혀 지루해하거나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투정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재밌고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주 넘게 셋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냥 즐거운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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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을 보러 온 아내와 주안이. 2 코로나19로 ‘방콕’ 신세인 요즘, 주안이가 집에서 카페를 차렸다. 3 꼬맹이 주안이의 러브레터. 4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는 주안데이. 바이킹 만들기.


같이 밥을 먹고, 책을 읽고, TV를 보며 2주 내내 셋이 뭐든 함께하는데도 주안이는 매 순간을 ‘오랜만’이라고 표현했다. “우와! 진짜 오랜만에 셋이서 밥 먹는다” “셋이 진짜 오랜만에 책도 읽고 TV도 보네~”라는 것. 처음엔 주안이의 그 말이 긴가민가했지만 이내 마음이 짠하며 뭉클해졌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바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노라 다짐해왔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 우리 부부는 같이 있고, 방과 후 시간에는 둘 중 한 명이 일하러 나가야 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주안이한테는 2주 넘게 셋이 함께한 소소한 일들도 오랜만이라는 기분이 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함이 몰려왔다. 이 위기의 시간을 가족의 행복한 시간으로 잘 보내봐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들었다.

하루는 주안이와 함께 예전에 방송한 SBS <오 마이 베이비>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에 나오는 네다섯 살의 아기 주안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헤벌쭉 미소가 지어졌다. 그 순간 9살 주안이가 불쑥 얼굴을 들이대더니 “어린 주안이가 그렇게 귀여워?”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사실 주안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훌쩍 자라 겉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가슴과 머리에 닿는 아들의 느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자식이 50, 60대가 돼도 부모 눈에는 어린아이로 보인다는 말이 이런 느낌일까? 비록 10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그 말의 뜻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아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멋진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 요즘처럼 온전히 세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내게 이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 오늘도 잠들기 전 우리 세 가족은 나쁜 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지길 기도하면서 잠자리에 누웠다. 손을 꼭 잡고 누워 서로의 체온을 통해 따뜻함을 느끼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손주안, 사랑해!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지다영, 김소현 인스타그램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김두리
손준호
사진
지다영, 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