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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가 가는 길

공유는 기자가 만난 배우 중 가장 달변가였다.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진심을 담아 얘기했고, 이 모든 것에 자연스러웠으며 주저함이 없었다. 능수능란한 인터뷰 기술을 가진 배우였다. 좋은 의미다.

On November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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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는 대명사다. '잘생김'의 대명사가 '장동건'과 '정우성'인 것처럼 공유는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된,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다. '뭐 이렇게 사족이 많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공유스러움'이다.

공유는 달변가다. 단어 선택도, 감정 표현도, 소신에 관한 얘기도 천천히 곱씹으며 완벽에 가까운 언변으로 표현했다. 의외였다.

그는 늘 단정하다. 피지컬은 훌륭하고, 패션 센스 또한 현존하는 배우 중 톱이다. 스스로 옷 입기를 즐기기에 간혹 보여지는 일상복 간지 역시 남다르다. '남친짤'이라는 해시태그가 수두룩하게 달린 것만 봐도 그렇다. 마흔 살의 공유는 여전히 젊고, 트렌디하다.

공유는 데뷔 후 영화와 드라마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됐고, 2017년 tvN <도깨비>로 다시 한 번 톱스타임을 입증했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를 맞이한 도깨비 '김신'은 공유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고 읊조리던 이 남자가 3년여 만에 컴백했다. 이번엔 스크린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 자체가 '여성'이라는 젠더 의식을 담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도 그 반향은 진행 중이다.

애초에 공유의 출연 소식은, 의아했다. 타이틀 롤도 아닌, 주 종목도 아닌, 그렇다고 특별히 상업적인 작품도 아닌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공유의 지난 '스크린 행보'를 보면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김종욱 찾기> <도가니> <용의자> <남과 여> <부산행> <밀정>. 흥행과 인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그의 성향과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 끝에 그는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공유는 이번 영화에서 동료 배우 정유미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두 배우는 <도가니> <부산행>에도 나란히 출연한 바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에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다. 정유미가 맡은 김지영은 결혼과 출산 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모습과 아픔을 알아가는 현실적인 캐릭터다. 극 중 공유는 아내 지영을 걱정하고 지켜보는 남편 '대현'을 맡아 한층 깊어진 분위기와 연기를 선보인다. 공유 특유의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지금까지의 공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원작은 단편영화를 준비하면서 이미 읽었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고, 아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겪은 경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공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이고, 해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제작된다는 건 분명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땠나요?
집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덮자마자 가족들 생각이 났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죠.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우는 일이 거의 없는데, 청승맞지만 꽤 많이 울었어요. 내가 '대현'이 되어 울컥했다는 건, 본능적으로 '해야겠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죠. 평소에는 불효자로 까칠한 아들이지만 엄마에게 전화도 드렸어요. 엄마한테 자초지종도 설명하지 않고, "나 어떻게 키웠어?" "어렸을 때 어땠어?"라고 물어봤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고, 잘 키워주신 것 같아서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키워줘서 감사해요"라고 이야기하니 살짝 당황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기분은 좋으신 것 같았어요. 잘 키워줬다는 말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평범하게 키워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예요. 우리 전 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다 같이 보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원작과 시나리오의 차이는 없나요?

큰 차이는 없었어요. 단지 시나리오가 좀 더 '김지영'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입체적으로 나와서 좋았어요. 김지영이 말하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싼 가족, 동료 등 모든 사람의 얘기를 영화에서 다룰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게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족이 생각났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현실적 남편 '대현'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요?
캐릭터를 처음 접할 때 '나와 닮은 점이 무엇일까'를 보는 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대현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대현은 인간관계에 있어 '혹여 내 말 때문에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 뒤 상대에게 말하는 인물이에요. 소심할 수 있지만 배려심이 깔려 있죠. 제 자랑 같지만 그런 부분에서 저와 비슷했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이라서 좋았어요.


출연을 결정할 때 고민은 없었나요(영화는 개봉 전부터 악플과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여성이 겪는 부당함과 고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관심을 받았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책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을 안 했다"고 한 말에 제 마음이 내포돼 있어요. 저 역시 관련 기사들을 접했지만 그 자체가 출연을 결정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문제가 됐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저는 그저 좋은 책을 읽었고, 제가 하고 싶은 역할, 들어가고 싶은 작품을 선택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이에요. 논란이 이해가 됐나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배우라는 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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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한데 이 이야기는 하고 싶었어요.
배우는 결국 상업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때로는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순리대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캐스팅 리스트가 발표됐을 때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이 영화는 '김지영'의 영화이고, 공유 씨가 맡은 역할은 '주변인'이었으니까요.
그런 얘기를 꽤 듣긴 했어요.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려 섞인 말도 들었고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참 어려운데, 저는 제 역할이 크고 작은 것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에요. 잘난 척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는 한데요,(웃음) '저'보다는 '영화'가 더 중요한 사람이에요.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한데 이 이야기는 하고 싶었어요. 배우는 결국 상업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때로는 계산과 전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순리대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첨언을 하자면 이 시나리오가 정서적인 측면에서 저를 건드린 건, 가족, 특히 '엄마'라는 키워드였어요.


이 작품에서 짧지만 사투리 연기를 처음 보여줬어요.
제가 부산 출신이긴 한데 사투리를 안 쓴 지가 오래돼서 오히려 더 신중하게 사투리 장면을 촬영했어요. 2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아서 사투리가 희석된 부분이 있을 거예요. 다행인 건, 극 중 인물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 크게 문제될 건 없겠다 싶었죠. 짧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사실 사투리 연기를 제대로 한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껴두고 있었던 비밀 병기랄까요.(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오랜 세월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어땠나요?
감독님은 열린 사고를 가진 분이세요. 배우를 했고 연극 무대도 섰고 카메라 앞에도 섰던 분이라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저는 무대에 선 적은 없어요. 이 모든 걸 경험한 분이라 스펙트럼이 컸죠. 연기를 하면서 '아, 어느 작품보다 편하구나. 내 몸이 가볍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배우가 불편한 걸 가만히 두지 않아요. 배우 관점에서 배우를 바라보세요. 모니터에 나온 것으로만 판단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갇힌 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편집은 감독의 몫이지만, 신과 신의 여백이 앞뒤로 많은 걸 선호하는 편이고요, 현장의 공간이나 소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추상적이지만 현장의 공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확실히 몰입도에서 차이가 나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그 어떤 연출가보다 자연스럽게 그 순간으로 녹아들 수 있게 해주셨어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데요.(웃음)
기자분들이 영화를 꽤 괜찮게 본 것 같아서요.(웃음) 그래서 긴장이 풀리긴 했어요. 각자 다른 세대, 다른 환경에서 살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분명한 건 이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한 후회가 없고, 만족한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감정적으로 치유가 된 부분이 있나요?
저 역시 대중 앞에 나서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고충이 있어요.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제가 처한 입장과 역할이 있고요. 다들 그렇게 지내잖아요. 한데 현실 속에서는 그 고충이 매몰될 때가 있어요. 그게 이번 영화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해요. 영화의 카피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이라는 문구예요. 그게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죠. 거기서 오는 아주 작은 상처가 쌓이면 무시할 게 아니에요.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서 그 부분에 대한 위로를 받았어요. 막상 현실 속에 들어가면 또 잊고 살겠지만, 한 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평소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나요?
운동으로 풀어요. 애초엔 몸 관리 차원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땀을 흘리는 행위 자체가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는 걸 알게 됐죠. 저는 땀을 흘려야 사는 사람이에요. 2~3시간 혼자 운동하는 그 시간이 어떻게 보면 가장 편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죠. 회복이자 치유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낚시도 좋아해요. 초보이긴 하지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지우고 바다만 바라보며 생각이 없어지는 그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도깨비> 이후 공백기를 가졌어요. 어떻게 지냈나요?
조금 지쳐 있었던 것 같아요. 그해에 많은 일이 제게 있었거든요. 대부분 좋은 일이라 행복했지만, 이후에 오는 여러 가지 감정을 종합해봤을 때, 지쳐 있었어요.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를 위한 보상의 시간이 필요했죠. 그래서 다시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의 영화 취향은 분명하다. 캐릭터 혹은 이야기가 현실과 닿아 있는 것,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작품에 눈이 간다. 나이가 들수록 그 취향이 더 짙어진다.

"중요한 건 껍데기가 아니라 본질이에요. 저는 제 주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사람이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실히 제게 전달되고 공감됐을 때 그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요."

이렇듯 공유는, 의연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숲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숲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