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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의 가슴속 이야기

On October 23, 2019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혜선은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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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앤아더스토리즈, 블라우스 베니토, 이어링 자라, 링 해수엘.

슈트 앤아더스토리즈, 블라우스 베니토, 이어링 자라, 링 해수엘.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3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KBS2 드라마 <블러드>를 통해 만나 1년의 열애 끝에 결혼해 tvN 예능 <신혼일기>에서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는 신혼 생활을 공개했던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파경 소식은 "권태기로 변심한 남편은 이혼을 원하고, 저는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라는 구혜선의 고백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 후 두 사람이 함께 소속된 HB엔터테인먼트가 이혼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안재현의 외도 의혹 제기, 안재현과 구혜선의 문자메시지 공개 등 양측은 이혼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펼쳤다.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고 이혼 소송 절차가 시작됐을 때, 그녀를 마주했다. 두 시간 남짓의 인터뷰 동안 구혜선은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이혼 소송 절차를 밟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두 달의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최근에 에세이 <나는 너의 반려동물>을 출간했는데, 본래 책 제목이 <우리 집에 여덟 마리 동물들이 산다>였어요. 6마리의 반려동물과 저, 남편까지 8마리의 반려동물이 함께 산다는 의미였죠. 책 속에 남편과 관련된 시와 사진도 많았는데 이혼 얘기가 나오면서 관련 내용들을 편집했어요.


SNS에 이혼 관련 내용을 여과 없이, 실시간 공개했었죠. 대중에겐 피곤한 뉴스이기도 했어요.
싸울 땐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로서는 억울한 게 많은 이혼입니다.


무엇이 억울한가요?
서로 좋아서 결혼했는데 남편은 이제 자신의 삶을 살고 싶대요. 이혼 소장에는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쓰여 있었어요. 사실 이혼 이야기가 나올 만큼 크게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결혼 생활에 대한 제 기억과 남편의 기억이 다르더라고요. 제 기억으론 좋았던 일이 많았는데 남편은 아니었어요.


남편과 연락하고 있나요?
아니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도 답이 없어요. 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내온 "(집에 잠시)겨울옷을 가지러 간다"는 문자메시지가 남편의 마지막 연락이었죠. 어떤 식으로든 결론지으려면 대화를 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언론과 접촉하는 걸 남편 측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솔직한 편이거든요. 결혼한 후 인터뷰를 할 때도 "깨가 쏟아지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니요"라는 답변을 했었어요. '부부의 흉은 덕이야. 칭찬하면 푼수지'라는 생각으로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죠.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좋은 쪽으로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처음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죠?
남편이 사과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남편이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얻은 오피스텔에 찾아간 날이었어요. 연락이 잘 안 됐거든요. 남편에게 휴대폰을 봐도 되냐고 물은 뒤에 봤는데, 매니지먼트 대표님과 나눈 메시지가 있더군요. 그 안에선 제가 남편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유되고 있었어요. 무척 실망스러웠죠.


메시지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나요?
제가 조용히 이혼하지 않을 것 같으니 합의금을 주자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제게 용인의 집을 줄 테니 이혼하자고 했고요. 저는 그 사람을 '내 편' '내 가족'으로 여겼는데, 남편은 돈을 줄 테니 이혼하자고 하더군요. 누가 가족을 돈과 바꾸나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 "용인 집으로 부족해. 더 줘!"라고 말했어요.


현 소속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남편이 오랫동안 소속돼 있던 HB엔터테인먼트를 제게 소개해줬어요. 남편과 한 매니지먼트에 소속되면 활동하기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지난 5월에 계약을 했죠.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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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나인, 원피스 테드베이커, 벨트 자라.

어느 날 남편이 제게 설렘이 없어졌다고 했어요.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난 자기랑 만나고 한 달 만에 설렘이 없어졌는데,
여태까지 설렘을 안고 있었던거야"라고 했었죠.

언제부터 이혼 이야기가 나왔나요?
3월쯤부터요. 그 전까지 대체로 잘 지냈어요. 별거 아닌 일로 다툰 적은 있지만 이혼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데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밥도 잘 먹고, 잘 지냈던 남편이 갑자기 이혼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 후 남편은 연기 연습에 집중하고 싶다며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했고요. 정확한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이 늘었죠. 그 전까진 드라마 촬영으로 바빠도 연락이 잘됐던 사람이라 이상하다고 여겼어요. 오피스텔로 찾아가 혹시 여자가 생겼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죠.


그가 갑자기 "이혼하자"고 했나요?
어느 날 남편이 제게 설렘이 없어졌다고 했어요.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난 자기랑 만나고 한 달 만에 설렘이 없어졌는데, 여태까지 설렘을 안고 있었던 거야?"라고 했었죠. 그러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저는 "에잇, 왜 그래"라면서 웃어넘겼어요. 그런데 오피스텔을 얻은 뒤부터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거예요. 분명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해 얻어준 오피스텔이었는데 별거를 위한 오피스텔이 돼 있더라고요(안재현은 합의하에 별거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설득도 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고, 그걸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이야기했죠. 그랬더니 "얼마를 더 주면 이혼할 수 있어?"라는 말이 되돌아왔어요. 남편은 떨어져 지내는 동안 마음을 굳혔던 것 같아요.


갑자기 이혼을 원한 이유가 뭘까요?
저로서는 여자가 생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누구보다 제가 남편을 잘 알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행동하지 않을 사람이에요. 제가 아는 남편은 착하고 성실하고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평소 이성과 관련된 문제로 다툰 적이 있나요?
남편이 덜렁거리는 편이라 집에서 (결혼 전 교제했던) 전 여자친구의 물건으로 의심되는 것들이 자주 발견됐어요. 당연히 화가 나죠. 사진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이런저런 일이 반복되자 용인으로 이사를 갔어요.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이 싫었거든요.


초반엔 두 사람이 이혼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로 조용히 헤어지는 것으로 정리했었어요. 만나서 밥도 먹고 전화통화도 하면서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서로를 걱정해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혼 합의가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혼 발표를 하겠다는 거예요(안재현은 7월 30일 이혼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저희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남편에게 일주일만 보도를 미뤄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제 마음이 많이 틀어졌어요.


왜 그랬던 걸까요?
이혼에 대한 내용을 빨리 정리해야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촬영에 합류할 수 있다고 했어요. 아마도 드라마 촬영이나 광고 계약에 차질이 없으려면 이혼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남편의 행동이 저희 부모님에게 도의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해서 남편이 부모님을 설득했거든요. 부모님도 배신감을 느끼셨어요.


당시 부모님의 반대에도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가 뭔가요?
당시 누군가랑 사귀다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별이 힘겨워 연애보다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남편도 제 생각에 동의해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까지 물이 흐르듯이 흘러갔어요.


결혼해보니 어땠나요?
남편은 세심한 편인데 저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남편을 조심스레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화를 낼 때도 있었지요. 저는 남편이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삐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잔소리를 할 때도 "집안일 좀 해"가 아니라 "밖에 바람 쐬러 나가면 문 앞의 쓰레기를 버려줘"라고 조심스레 말했어요. 남편이 청결한 걸 좋아하니 강아지가 똥을 싸면 빨리 치우고, 집이 어지럽혀 있으면 빠르게 정리하곤 했죠. 남편은 집안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그는 어떤 남편이었나요?
착하고 섬세하고 저를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어요. 집안일을 안 하긴 했지만 그 부분은 제가 커버할 수 있었죠. 하지만 남편은 가정보다 자신의 인생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결혼할 때 저는 아이를 원했지만 남편은 둘이 알콩달콩 살자고 했어요. 결혼 후에도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남편에게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형성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부부가 함께 살면 점점 가족처럼 변하잖아요. TV 앞에 앉아 스팸을 한 장 구워 밥 위에 올려 먹으면서 대화도 나누고요. 저는 그런 일상이 좋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혼과 어울리지 않는 남자였나요?
남편은 종종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고 싶어 했지만 저는 살림을 하는 사람이니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또 남편은 밥을 차리면 예쁜 그릇에 반찬을 놓는 것을 좋아했는데, 저는 우리 둘이 먹는데 큰 그릇에 반찬을 다 놓으면 되지 않냐고 묻곤 했죠. 왜냐하면 뒷정리는 거의 제 몫이었어요. 현실적으로 바뀐 거죠. 하루는 남편에게 "나는 다음에 결혼하면 무거운 물건도 들어주고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잘하고, 가끔은 집 청소도 하고 강아지 목욕도 시켜주는 사람하고 하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의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달랐던 거예요.


반대로 어떤 아내였나요?
생각해보면 저도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남편이 행여 상처받을까 봐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제 감정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모님을 들이자고 했는데, 저는 우리 직업이 연예인이라 꺼려지더라고요. 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 둘이 해결하면 좋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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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모코블링, 이어링 헤스티아.

생각해보면 저도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남편이 행여 상처받을까봐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제 감정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요?
사실 제 성격이 보편적이진 않아요. 연예인이라 보통의 직장인들과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연예계 활동을 오래 하면서 점점 더 주변과 멀어져 고립됐던 거 같고요.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다 보니 외모를 꾸미지 않게 됐어요. 강아지 털이 붙어도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사 입었죠. 언젠가 1만원에 두 개 주는 티셔츠를 사서 남편에게 나눠 입자고 했더니, 남편은 몇 번 입고 버리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돼요. 생각해보면 제가 즐거워서 남편이 힘든지 몰랐어요. 남편도 "여보는 정말 특이해"라면서 웃기도 했고요. "그래서 내가 좋지?"라고 물으면 "그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으니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고요. '분명 우리는 즐거웠는데 남편은 왜 불행하다고 이야기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 대중은 "구혜선은 사차원에 허언증"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저를 포악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반응에 대한 맷집이 생겼어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해요.


부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시댁에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나요?
두 아들을 홀로 키우신 시어머니는 저를 살갑게 대해주셨어요. 제가 '엄마'라고 불렀는데, 가끔 저희 집에 오셔서 저와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한잔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가셨죠. 저는 시어머니에게 "엄마, 아들이 집안일을 아무것도 할 줄 몰라"라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긴 조심스러워 따로 상의하진 않았죠.


잠깐의 방황일 수도 있으니 조용히 기다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남편은 마음이 돌아서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남편이 어긋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며 살았어요.


지금도 그를 사랑하나요?
이젠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저는 원래 사랑을 믿지 않았어요. 사랑을 믿지 말고 나를 믿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배웠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니지만 가까웠던 사람이 없어지고 혼자가 되니 낯설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허무해요. 연애와 결혼까지 4년이란 시간이 무의미해졌어요. 저는 요즘 인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전 남편이 안쓰럽고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와서 화가 나도 다음 날 북엇국을 끓여주는 그런 마음요. 그런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제게 "여보는 혼자서도 잘 살잖아"라고 하더라고요. 그에게 전 강한 여자였나 봐요.


2015년 이후 연기 활동이 없었어요. 왜 공백이 길어졌나요?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어요.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이 사니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남편의 스케줄에 공백이 없으니까 제가 일을 할 수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괜찮았어요. 남편이 '구혜선의 남편'이 아닌, 온전히 안재현으로서 성공하길 누구보다 바랐거든요.


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건 아니잖아요. 두렵지 않아요. 잘될 거라 믿어요.


상처받은 자신에게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잠들기 전에 "사랑해, 구혜선"이라는 말을 해요.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됐거든요. 낯간지럽긴 하지만 스스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위로하곤 하죠. 또 이혼을 상처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요. 인생에서 일어난 일 중 하나로 여기며 씩씩하게 살려고 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듯 아름다운 이별은 세상에 없다. 시간에게 시간을 주는 방법밖에.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혜선은 그렇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
송아름

2019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
송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