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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의 세계

그는 자신을 객관화할 줄 아는 연예인이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남자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지진희의 세계는 다르다.

On August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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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에게는 많은 모습이 있다. 한 여배우는 인터뷰에서 인생 멘토나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지진희를 꼽았다. "지진희 선배는 연기자로서 멋있기도 하지만 사람 자체가 멋있다. 바르고, 성실하고, 신사적이다." 지진희와 인터뷰를 수차례 했던 연예부 기자는 "반전 매력이 엄청나다. 근접하기 힘든 중후한 외모지만 알고 보면 동네에서 '치맥' 하고 싶은 편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다. 지진희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소위 아재개그를 능청스럽게 쏟아내 분위기를 이끈다. 이렇듯 그는 성실하고, 유쾌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능수능란하다.

지진희의 얼굴에는 '신뢰'가 있다. '국민 불륜남'의 타이틀이 붙었을 때도 왠지 모르게 그 불륜 연기에 빙의됐던 것도 어쩌면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얼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신뢰'를 주는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내가 하면 믿어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야구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이 어느 집 담을 넘어가면 집주인이 다른 형들에게는 공을 안 돌려주는데 제가 가서 달라고 하면 공을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가 '얼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배우라는 길에 막 들어설 때였다.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2년간은 일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결론은, '특별히 잘생기지도, 특별히 연기에 관심이 많지도 않았기에 '바닥 상태'인 건 당연하다. 한데 그게 유일한 장점이다. 난 누구처럼 한 방에 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절대 뒷걸음질치지 말자.' 실제로 그는 뒷걸음질치지 않고 조금씩 달려왔다. 인기가 조금 생겼을 때도 스스로를 눌렀다. 언젠가 추락해도 덜 다치도록 말이다. 자신을 다져가는 시간이었다.

배우들이 좋아하는 배우

그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렇고 그런 작품이 아닌, '특별한' 작품과 배역을 들고 나타났다. 인생작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역시나 호평 일색이다. 뭐랄까, 지진희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에 쐐기를 박는 작품이랄까.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미드 원작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열리던 국회의사당이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되고,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부장관 '박무진'이 승계 서열에 따라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서 지진희는 타이틀 롤에 가까운 박무진을 연기한다.


원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없다면 말이 안 되죠.(웃음) 저 역시 미드 <지정생존자>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 중 한 명이에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이 배역을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도 했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사실 '주문' 같은 거죠. 한국에서 제작하게 되면 내가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섭외 제안이 와서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사실 지진희는 오래전에 원작을 봤다. 리메이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재미있게 봤다. 원작을 보고 욕심이 났던 경우가 딱 두 작품이다. 하나는 <슈츠>, 다른 하나가 바로 <지정생존자>다. <슈츠>는 국내에서 리메이크되면서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작품. 지진희는 말했다. "나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인정!" <지정생존자>는 애초부터 감독이 지진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나이, 생김새 등 분위기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이런 제 마음에 힘을 준 사람이 감독님이셨어요. 잘 어울린다고 똑같이 말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안목이 있으시구나' 싶었죠.(웃음) 대본을 봤을 땐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이 없고, 데이터대로 생각하려고 하는 모습이 실제의 저와 꽤 많이 닮았더라고요.


걱정스러운 부분은요?
리메이크 작품이다 보니 원작과의 차별성이죠. 우선 우리나라는 미국과 헌법이 다르기에 극의 상황이 달라져요. 미국은 하나의 적이 있다면 우리는 남북부터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잖아요. 그래서 대본을 받았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지금 처음 말씀드리지만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있어요. 대본을 넘기면서 '정말 잘 쓰시는구나' 하고 감탄하거든요.


역할을 소화하면서 모델이 된 대상은요?
따로 모델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박무진이라는 캐릭터가 현실 상황에 있는 분과 공통점이 없거든요. 박무진은 굉장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이끌어나가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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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배우는 인생 멘토나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지진희를 꼽았다.
"사람 자체가 멋있다. 바르고, 성실하고, 신사적이다."
지진희와 인터뷰를 수차례 했던 연예부 기자는 "알고 보면 동네에서 '치맥' 하고 싶은 편한 사람"이라고 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출연자 오디션에만 2년이 걸렸다. 허준호, 배종옥, 최재성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도 감독이 직접 오디션을 보고 선택한 배우다. 단 한 명도 오디션을 보지 않은 배우가 없다. 그래서 지진희는 그 배우들과 함께하는 현장에 대해 '상상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들 자기만의 색깔을 내며 '다양함'이 주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수많은 별이 동시에 빛나는 현장, 그는 참 행복하다. 소름 돋을 정도로 현장이 멋있게 보일 때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현장에서 주변 배우들에게 농을 던지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은 실제 그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즐거워야 연기든 캐릭터든 살아나니까.


출연자의 면면도 화려해요(지진희를 비롯해 이준혁, 허준호, 강한나, 배종옥, 김규리, 손석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이 역할과 어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동료 배우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개성이 너무 다른 분들이에요. 그게 또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고, 확연히 다른 배우들이 완벽하게 조화됐을 때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 느꼈어요. 튀는 사람 한 명 없이 조화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라 더욱 의미가 있어요.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면요?

이처럼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들이 이렇게 하나가 돼서 조화를 이루기란 쉽지 않아요. 매 신마다 배우들이 희생하고 배려해요. 이상적인 분위기에서 연기하고 있고, 아마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스타가 탄생될 거예요.


극 중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역할이에요.
대본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죠. 응원도 해주고 덮어주기도 하고 끌려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생깁니다. 맞아요.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두렵고 떨리고 걱정돼요.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인간적인 것 등등 어떤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그 숙제가 제게 끊임없이 주어지기에 긴장하며 촬영하고 있어요.


박무진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복잡하고 치열한 정치 상황에 놓이는데 그래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지진희는 한 인터뷰에서 박무진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아요. 원리와 원칙을 기준으로 묵묵히 싸우죠. 스스로 고민하고 고뇌하는 시간이 가장 박무진답다고 생각해요. 물론 조금 외로운 캐릭터일 수도 있죠."

<60일, 지정생존자>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 역할의 지진희와 야당 대표 '윤찬경' 역의 배종옥의 대립각을 높이는 열연이다. 배종옥은 "내가 맡은 윤찬경은 박무진이 권한대행이라는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게끔 자극을 주고, 그 권력을 넘는 순간 견제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한 뒤 "극에서는 대립 관계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완전히 반대다. 지진희 씨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촬영장에 갔는데, 능청스럽게 '선배님, 요즘 어떤 드라마 하세요?'라고 묻는 거다. <지정> 한다고 하니까 지진희 씨는 <생존자> 한다고 하더라. 그게 지진희 씨의 매력"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에 지진희는 다소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선배와의 호흡이 중요하기에 농담을 많이 던졌는데 그거 하나 기억해주시는군요"라고 했다. 지진희는 "선배의 첫 느낌은 귀엽고 새침했다. 또 예뻤다. 근데 '와! 예쁘다' 정도는 아니고 '그냥 예쁘다'는 느낌이었다(웃음)"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배종옥과의 대립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철저히 대립 관계죠. 하지만 박무진 입장에서 봤을 때 윤찬경은 기댈 수 있는 멋진 지도자이기도 하죠. 사실 선배님은 워낙 다른 드라마에서 잘 봐왔기 때문에 제가 감히 어떻게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예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또 할 수밖에 없어요.


현장에서 후배들이 보는 지진희는 어떤 선배일까. 함께 드라마에 출연 중인 3명의 배우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차갑고 지적이고 말 한마디 걸기 어려운 선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 선입견이 완전히 깨졌다. 분위기 메이커다. <60일, 지정생존자>의 코미디 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진희와 부부로 열연 중인 김규리)

"지진희 선배님의 유머 코드가 참 좋다. 게다가 선배님은 내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뭘 해도 좋다고 격려해주신다. 현장에 가는 길이 설레는 원동력이다." (박무진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킹 메이커 '차영진' 역의 손석구)

"촬영장에서 본 선배님은 소년 같기도 하면서 '아재개그'를 굉장히 재밌게 한다. 게다가 이번 캐릭터와 전무후무하게 잘 어울리는 분이다." (정책 비서관 '정수정' 역을 맡은 최윤영)

세상엔 재미있는 게 너무 많다

지진희의 배우관은 명확하다. 배우인 자신을 철저히 도구적 위치에 놓는다. 소위 모시기 힘든 톱스타 혹은 주연 배우일지라도 작품의 주도권을 쥐거나 작품을 쥐고 흔드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출은 재료들을 가지고 그림으로 그려내는 사람이라면 주제와 부주제, 그것의 크기 등을 결정하는 일은 작가 몫이에요. 밸런스를 맞추는 일도 작가 몫이죠. 그렇기에 배우가 작가의 작품에 어떤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요구에 따라주는 감독이 있다면 오히려 실망할 것 같아요."

지진희는 뭐든 분명하다. 그의 선택에는 '소신'이 있다. 지진희를 이처럼 만든 계기가 있었다. 젊은 날 그는 불안한 시절을 보냈다. 3개월 동안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중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경험을 했다. 덤프트럭 3대가 덮쳐 그가 탄 차가 두 동강이 났는데, 기적처럼 그는 티끌 하나 다치지 않았다. 이 사건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진짜 그렇게 살았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진희는 스케줄이 없는 날엔 혼자 이것저것 만들며 '논다'. 휴대폰 케이스도 직접 만들고, 가죽 파우치도 직접 만든다. 행복한 일이 너무 많다는 그는 시간이 없어 다 못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내버려두는 시간도 갖는다. 온종일 잠을 자기도 하고, 2~3시간 무작정 걷기도 한다. 한강에 나가 '멍 때리기'도 한다.

이렇듯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지진희가 선택한 작품 혹은 캐틱터가 특별한 것은 그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 남자, 멋있지 아니한가.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이끌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08월호

2019년 08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이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