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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 쓰는 일명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새로운 경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On March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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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소비 방식 '구독 경제'

소비 트렌드가 '상품 경제'에서 '공유 경제'로, 이제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로 변화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라고 불리는 구독 경제는 미국 기업인 티엔 추오가 <서브스크라이브드 매거진> 편집장 게이브 와이저트와 함께 발간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이란 책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로, 쉽게 말해 1990년대까지 집마다 신문이 배달됐듯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구독 경제의 핵심은 경제 모델이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상품 경제가 '구매해서 쓴다'에, 공유 경제가 '나눠 쓴 만큼 낸다'는 것에 기초한다면 구독 경제는 '이만큼 내고 마음대로 쓴다'라는 개념이다. 즉, 기업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구독 경제의 등장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맞물려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IT기술에 능통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다는 것이 특징.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아 매매보다는 임대를 선호하고,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상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방식이 곧 구독 경제다. 그들에게는 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가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경제 서비스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불과 30년 전인 1990년대만 해도 거의 모든 가정에서 구독 경제를 실천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오토바이를 탄 배송 기사가 매일 아침 집집마다 신문 혹은 우유 나 요구르트를 배달했고, 오후엔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들이 일일 학습지를 전달했다. 또 동네마다 비디오와 만화책 대여점이 성행했다. 그때는 요즘처럼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목표는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거나 대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9년엔 상황이 다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콘텐츠의 유통 속도가 빨라졌고, 그만큼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더 이상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소비자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일정 금액을 내고 고정된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 이들의 욕구를 충족한다면 기업은 매달 반복해서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또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또 과거와 달리 구독 경제를 유발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비디오 등 단순 재화를 넘어 고가의 명품, 자동차, 생필품, 아침 식사, 커피 등도 구독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스위스의 금융기관 크레딧 스위스는 2015년 474조원이었던 세계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9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매 비용 부담이 큰 상품이나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 경제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이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임은 분명하다. 기업의 경우 과거보다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좀 더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한번 기업에게 마음을 빼앗긴 소비자가 충성 고객이 되던 과거와 달리, 모두의 취향이 아닌 나의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일상인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기 때문이다. 구독 경제의 성공은 다양한 방식의 소통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에 달려 있다.


밀리의 서재·W카페 '넷플릭스 모델'

구독 경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인 넷플릭스의 이름을 딴 모델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형이다. 한때 DVD 대여 서비스를 했던 넷플릭스가 7.99달러를 내면 한 달 동안 보고 싶은 동영상을 PC나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10년 만에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동영상 플랫폼 최강자로 거듭난 것을 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큰 모델이다. 동영상 및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해 술, 커피, 병원, 헬스클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월 구독료를 납부하고 매월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모델로 내세운 '밀리의 서재'는 월정액 독서앱으로 월 9,900원을 내면 2만 5,000여 권에 달하는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다. 이용자는 책장을 만들어 나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다. 독서 후 느낌과 생각을 공유하는 구독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다른 이용자와 소통도 할 수 있다. 'W카페'는 월정액 2만 9,000원을 내면 전국 W카페 매장에서 1,990원짜리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를 매일 마실 수 있다. 5만 9,900원을 내면 커피와 차 종류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단, 한 사람당 3시간에 한 번씩 주문할 수 있고 레귤러 사이즈만 가능하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매일 한 잔씩 따로 주문할 때보다 최대 47%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데일리샷'은 월 9,900원에 전국 120여 개 제휴점에서 술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로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

프로젝트앤·꾸까 '정기 배송 모델'

월 구독료를 납부하면 매달 집으로 수차례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면도날, 란제리, 생리대, 칫솔, 영양제 등 소모품의 서비스에 적합한 형태다. 미국의 '달러 셰이브 클럽'은 구독료 9달러를 지불하면 매달 면도날 4~6개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SK플래닛이 지난 2016년 선보인 프로젝트앤은 9만 9,000원짜리 월정액권을 결제하면 한 달에 옷 4벌을 보내주는데 현재까지 누적 가입 회원만 40만 명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테디', 애경산업은 '플로우'라는 이름을 내걸고 월정액을 내면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 매달 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쿠팡에서는 식수 등 생필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원더그린 등은 샐러드를 일주일 단위로 정기 배송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꽃 구독 서비스 '꾸까'는 매달 4,900~4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매주 꽃을 배송하고,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 '핀즐'은 12개월 정기구독료 39만 6,000원을 내면 매달 새로운 그림을 배달한다.

현대 셀렉션 '정수기 모델'

구독 경제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적합한 형태다. 월 구독료만 납부하면 품목을 바꿔가며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 자동차, 명품 옷, 가구 등 고가 제품이 해당 서비스를 실시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두드러지는데 리스와 달리 특정 차량만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등록, 보험, 정비 등 차량과 관련된 비용이 모두 구독료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7일부터 한 달에 72만원을 지불하면 주행거리 제한 없이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매월 1회 SUV 팰리세이드와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중 한 대를 48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이용권을 증정한다. 포르셰는 월 2,000달러에 8가지 자동차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포트 서비스로, 캐딜락은 월, 1,800달러를 내면 1년 동안 최대 18번 차량 교체가 가능한 서비스로 구독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3월호

2019년 03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