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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제 성추행 피해 여배우 A씨 심경 인터뷰

A씨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 조덕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공방 중인 여배우다. 그녀가 “떳떳하다”는 조덕제와 달리 한발 뒤에 숨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On January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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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저라고요…”


A씨와의 인터뷰는 꽤 긴 침묵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눈물로 대답을 대신하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그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어요. ‘여기에서 그만둘까?’ ‘내가 죽어버리면 (조덕제가) 미안해할까?’ 그날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그럴 때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피해자는 저인데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다니는 걸 보면…. 제가 받은 상처와 고통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A씨는 2015년 4월, 사건 당일을 ‘그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좋아하던 산책을 끊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였으며, 노심초사 걱정하는 가족들 곁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 일로 모든 게 바뀌었다는 그녀다.

“제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졌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밥도 잘 먹지 못해요. 캐스팅 이야기가 오가던 작품도 결국 못 하게 되었죠. 가족들도 저를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그날 이후 지금까지 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어요. 제가 소위 잘나가는 여배우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유명 여배우였다면 촬영 현장에서 성추행당할 일도, 이런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 일도 없었겠죠. 그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그날, 무슨 일이 벌어졌나?


‘그날’의 일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는 다른 것이 많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촬영 현장이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장면은 13번째 신이었죠. 그(조덕제)와는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 안면이 있던 터라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그가 대사를 외워 오지 않아서 제가 대본을 맞춰드렸죠. 리허설을 여러 번 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그가 NG를 두 번 내더군요. 그리고 3번째 촬영 때, 그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폭행을 했어요. 갑자기 제 옷을 찢고 속옷(브래지어)을 찢더니 제 가슴을 만졌고, 바지를 내렸어요. 순간적으로 그 손을 막았죠. 그랬더니 이번엔 아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군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고, 저는 온몸이 얼어붙어버렸어요. 카메라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그는 제 목을 졸라 다시 데려왔죠. 힘으로 이길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사고 현장에서 좀 더 강하게 항의했어야 했는데….”

A씨는 그 장면은 강간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겁탈신이었고, 옷을 찢는 건 미리 합의된 내용”이라고 말하는 조덕제와는 다른 주장이었다. 조덕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본과 콘티상 그 장면이 겁탈신이었다. A씨와 이미 합의된 내용이고 감독 및 현장 스태프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입장은 달랐다.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가정 폭력신’이었고, 대본과 콘티엔 대사 위주였다고 설명했다. 대사를 통해 관객이 ‘겁탈’을 상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19금 에로 영화인 줄 아는데,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 드라마입니다. 캐스팅 당시부터 감독님은 제게 ‘노출은 없을 거다’라고 하셨고, 문제가 된 장면 역시 아주 평범한 장면이었어요. 저는 당연히 표정 위주로 연기 연습을 했고요. 그가 저를 그렇게 벗기고, 만질 이유가 전혀 없는 장면이었죠. 그리고 만약 제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면 카메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을까요? 오히려 더 잘 보이게끔 카메라 쪽으로 향했겠죠. 조덕제의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A씨는 사고 직후 감독에게 항의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감독이 조덕제를 그 자리로 불렀고, 당연히 조덕제로부터 사과를 받을 줄 알았던 A씨는 또 한 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조덕제는 태연했고 뻔뻔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연기에 도움 됐지? 다음 장면 찍자’라고 말하더군요. 사과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말예요. 베드신을 찍더라도 상대 여배우와 충분히 상의하고, 상대 여배우를 꽃처럼 아끼며 배려하는 게 보통 남자 배우들인데 그는 한마디 상의 없이 제 옷을 찢고, 몸을 만지고서도 미안해하지 않았어요. 연기 생활 15년 동안 이런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던 것일까? 조덕제는 사고 이틀 후 제작진에게 하차를 통보해왔다. 조덕제의 빈자리는 다른 배우로 대체됐고, 감독과 스태프, 출연 배우들은 이번 사건이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의 사고는 A씨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녀가 조덕제를 신고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가 사과를 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제게 ‘네가 만지지 말라고 하지 않았잖아’라며 하차를 번복하는 그를 보고 신고하기로 결심했어요. 직접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작성했고, 당시만 해도 신고하면 다 잘 해결될 줄 알았죠. 그런데 그가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민·형사 고소를 하더군요. 그렇게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된 거예요.”

그녀의 신고로 시작된 법정 공방.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이 기소해 재판이 시작됐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선 유죄를 선고 받았다. 2심 결과에 불복한 조덕제가 상고를 제기하면서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 당시 저는 국선 변호사를 선임했고, 조덕제는 변호사만 6명이었어요. 제 담당 변호사님은 제게 ‘이건 무조건 조덕제가 유죄를 받을 거다’라고 하셨죠. 그 말을 믿고 기다리기만 했던 제가 바보였어요. 조덕제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를 마치 허언증 환자로 만들어버리더군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조덕제는 재판이 시작된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를 통해 6건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모두 A씨를 비방하는 인신공격형 기사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덕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정보를 입수, 취재한 것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시작은 유명 프랜차이즈 업주를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어요. 제목과 기사 내용을 유추하면 저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죠. 문제는 그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거예요. 기사에서는 마치 제가 아프지도 않은데 허위 사실을 꾸며 합의금을 갈취한 것처럼 표현돼 있지만 저는 식중독에 걸려 정당하게 보험 처리를 받았을 뿐이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조덕제와 그의 변호사가 프랜차이즈 업주를 찾아가 ‘제가 돈을 요구했다’는 확인서를 요구했고, 업주는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주었더군요. 후에 식당 업주는 법원에 출석해 ‘돈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정당한 보험 처리였다’고 증언했지만 저는 이미 ‘협박녀’ ‘갈취녀’가 된 후였죠.”

A씨의 목소리엔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도 담겨 있었다.

“그는 제가 유명 정치인의 조카라고 사칭하고 다닌다는 루머를 퍼뜨리더군요. 1심 전, 검찰에 낸 진정서에 ‘우리 가문의 명예를 걸고 피해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맹세한다’고 썼는데, 조덕제는 그걸 두고 제가 유명 정치인을 걸고 넘어지는 거라고 꼬투리 잡았죠. 저는 한 번도 그 정치인과 조카-삼촌 사이라는 걸 말하고 다닌 적이 없어요. 그로 인해 제가 어떤 이득을 취한게 있나요? 그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종친회로부터 사실 확인 공문도 받아놨어요. 저를 깎아내리기 위해 억지 부리는 조덕제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A씨는 자신과 유명 정치인은 조카-삼촌 사이가 맞지만,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인터뷰 도중 ‘종친회 공문’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덕제는 본지와의 통화해서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녀가 오래전부터 정치인과의 관계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덕제의 주장은 결국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 판사는 그녀가 “허위 과장의 습관이 있다”는 조덕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5년을 구형했음에도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녀는 항소했고,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은 달랐다.

“자꾸 말을 바꾸는 그의 태도에 법원이 제 손을 들어주었어요. 처음에는 만졌다고 했다가, 나중엔 만지지 않았다고 했다가, 또 나중엔 저와 합의된 부분이었다고 했죠. 반면에 저는 접촉 부위, 접촉 횟수 등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해왔죠.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제가 겪은 일을 그대로 말했으니까요. 결국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을 명령했어요.”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한데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한 매체에서 촬영 현장 메이킹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녀는 또 한 번 좌절했다.

“죽고 싶었어요. 그 치욕스러운 현장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심정을 누가 알까요? 더구나 더 큰 상처는 공개된 영상을 짜깁기한 거예요. 저는 그가 하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제게 왜 가만히 있느냐고 물어요. 근데요. 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반박도, 해명도, 호소도 다 해봤고 기자회견도 했어요. 하지만 이미 ‘협박녀’ ‘사칭녀’가 돼 있었기에 사람들은 제 말을 들을 생각조차 안 했고, 전 그저 가십거리였죠. 사람들이 저를 꽃뱀이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모두에게 마음을 닫았어요.”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렸다. “저는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돈을 밝히고, 갈취하고, 허언증이 있는 여자로 취급됐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 해를 끼치고 산 적도 없는데….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좌절감에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혹자는 당당하게 정체를 드러낸 조덕제와 달리 숨어서 나오지 않는 그녀를 의심한다. 떳떳하지 못하니까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조롱이다. 어쩌면 그녀가 숨어 있기 때문에 논란이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실명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걸요. 하지만 전 저를 드러낼 수가 없어요. 제 이름이 공개된 후에 제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저희 가족은 또 어떻게 살아가라고요? 지금까지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여자는 늘 약자였어요. 지금도 저희 가족을 들먹이면서 입에 담지 못할 성적 모욕을 퍼붓는 네티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댓글들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라 저를 얼마나 작게 만드는데요. 상처는 저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상황. 그녀가 지금 가장 바로잡고 싶은 건 하나다. 그가 추행을 했고, 그녀는 성추행을 당했고, 그래서 재판이 이뤄졌고, 결국 조덕제가 유죄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어요.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미안하다’ 한마디면 됐을 일이었어요. 소송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도 알아요. 그리고 여자 입장에선 성추행당했다는 걸 공개하는 것도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데요. 그 모든 벽 앞에서 두렵기에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앞으론 캐스팅도 어려워질 테고, 시선도 따갑겠죠. 하지만 전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진실이니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거운 공기는 쉽게 환기되지 않았다.

“소송 과정에서 전 소속사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돌아온 건 계약 파기였어요. 그 대표는 지금 조덕제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죠. 참 아이러니하죠? 세상이 그렇더라고요. 믿었던 사람마저 저를 버리고, 저는 오롯이 혼자가 됐죠. 괜찮아요, 어차피 전 혼자 싸워야 하니까요. 힘든 과정 속에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대가 없이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 정말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숨을 쉬며 살 수 있습니다(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소심한 성격 탓에 힘들었던 연예계 생활을 딛고 일어났지만 이렇게 찾아온 시련이 ‘그만두라’는 신의 계시인 것 같기도 하단다. 그럼에도 그녀는 연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비록 무명의 여배우지만, 그녀에게 연기는 삶이다.

“소심한 성격이었어요. 아무도 제가 배우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죠. 연기를 하면서 눈물 흘릴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는 연기가 좋아요, 이번 사건이 제 연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겠죠. 저 역시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그래도 극복해볼 거예요. 연기는 제게 그런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싶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언젠가는 그날의 기억도 흐려지지 않겠느냐고 나지막이 말했다.

“제 삶을 찾고 싶어요. 마구 갈겨쓰는 네티즌, 진실이 무엇인지 관심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부디 법의 판결을 기다려주세요.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로 제 사건을 말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끝까지 싸움으로서 성폭력 피해로 인해 직장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날 밤 그녀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 인터뷰… 잘한 선택일까요?”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분명한 건 누군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 그때 그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홍하얀
2018년 01월호

2018년 01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홍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