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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래퍼 비와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가 막을 내렸다. 우리는 ‘비와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얻었다.

On August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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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생각하는 ‘힙합의 멋’은 다르잖아요. 저에게는 신앙이 힙합의 멋이에요.

저마다 생각하는 ‘힙합의 멋’은 다르잖아요. 저에게는 신앙이 힙합의 멋이에요.

이달의 아티스트 ‘비와이’를 소개하려면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와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 힙합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대중음악의 한 장르를 일컫는 말인 동시에, 문화 전반에 걸친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힙합’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아마도 미국 뒷골목에서 삶에 대한 분노를 읊조리던 흑인들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힙합 뮤지션들은 랩을 통해 그들의 힘들었던 과거부터 현재의 풍족한 삶의 모습까지 가식 없이 대중에게 전달한다. 자랑처럼 들릴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울림이 있는 이유는 실제 삶을 담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랩은 비트 위에 얹힌 시다.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에서도 힙합이 대세다. Mnet의 힙합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는 이러한 흐름을 정확하게 내다본 프로그램이다. 2012년 당시로서는 비주류 문화였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성공하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4년 뒤 <쇼미더머니>는 매드클라운, 바비, 로꼬, 소울다이브 등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션을 배출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힙합 뮤지션을 보며 꿈을 키운다. ‘나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쇼미더머니5>에 참가 신청한 래퍼만 9천여 명이다. 9000: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거둔 이는 ‘비와이’(본명 이병윤), 1993년생 스물네 살로 청운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래퍼다.

사실 비와이는 이미 전 시즌인 <쇼미더머니4>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힙합 마니아라면 열에 아홉은 ‘<쇼미더머니4>에서 가장 아깝게 탈락한 래퍼’로 비와이를 지목할 것이다. 뛰어난 랩 실력에 패배를 겸허히 수용하는 인성까지 주목받으며 그는 <쇼미더머니4> 이후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어느덧 힙합계에서 ‘괴물 래퍼’로 발돋움한 비와이가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그의 우승을 점쳤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쇼미더머니5>에 출연한 래퍼들은 프로듀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들과 대중 앞에서 랩을 선보이고 평가받는다. 프로그램이 중반에 접어들며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래퍼와 함께 팀을 이루었고 매회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뛰어난 래퍼들이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가사를 틀리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오직 비와이만은 언제나 실수가 없는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무대는 매번 “<쇼미더머니> 프로그램 사상 가장 획기적이었던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다.
 

<쇼미더머니>는 매 시즌 스타를 만들어냈다. 비와이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전 우승자와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욕설과 비방 가사가 난무하는 힙합 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바른 청년의 이미지다.

신실한 기독교도로 잘 알려진 비와이는 주로 기독교의 가르침을 담은 랩을 만든다. 가사만 놓고 보면 비속어가 없고, 재미없다 싶을 정도로 건전하다. 하지만 마치 도덕책 같은 가사도 비와이의 목소리를 거치면 대중은 열광한다.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움직여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안 뵈는 것의 증거니까
니 머리 아닌 영혼이 가는 대로 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비가 내리는 법이야
축복은 내가 벌린 입만큼 들어오는 거니까 순수함을 우리 모두가 절대로 잃지 않길 원해 난
너의 날은 어차피 올 테니깐 편하게 미리 너를 꺼내놔
9회 세미파이널 무대 ‘Day Day’ 

“사람들은 저에게 ‘너는 기독교 얘기만 안 하면 진짜 멋있을 텐데’라고 말해요. 대부분의 힙합 가사 중에 여자를 많이 만난다는 이야기나 스스로의 부를 자랑하는 내용이 나오기는 하죠. 하지만 저마다 생각하는 ‘멋’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권위주의적이거나 폭력적인 면모만이 힙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개인적인 신앙이 힙합의 멋이에요. 기독교의 가르침이 제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랩 가사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거예요”

<쇼미더머니5>라는 극도로 상업적인 무대에서조차 비와이는 시종일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힙합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많이 혼났지만 스스로 확신이 있어 계속 설득했어요. 교회 목사님이 한번은 ‘힙합은 악하니 그만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무슨 소리예요, 목사님. 이거 하나님이 만든 거예요’라고 답했어요.”

종교적인 가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떨까?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호의적이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음악관을 고수하는 비와이의 모습만큼은 멋지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비와이가 롤모델로 꼽는 아티스트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2016년 제58회 그래미 어워즈최우수 랩 앨범상 등 다섯 부문을 석권한 실력파 아티스트다. 비와이의 랩 스타일이나 무대 구성, 제스처 등도 켄드릭 라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켄드릭 라마 역시 신실한 기독교도로 자신의 랩에 신앙에 대한 고백을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와이가 지닌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뒷받침하는 요소는 또 있다. 동료 래퍼 ‘씨잼’(본명 류성민)과의 우정이다. 씨잼은 <쇼미더머니5>에서 비와이와 함께 결승까지 올라간 실력파 래퍼다. 현재 한국 힙합계의 스타이기도 하다. 힙합 팬들에게 비와이와 씨잼의 우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씨잼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에요(둘은 인하대학교 부속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제주도 살던 씨잼이 중3 때 서울로 이사 오며 만나게 됐죠.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랩 가사를 쓰고 있었는데 친구 한 명이 ‘다른 반에도 가사 쓰는 얘가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게 씨잼과의 첫 만남이었죠. 대뜸 저보고 비트박스 해달라고 하더니 랩을 들려주는데, 잘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부터 씨잼이랑 절친이 됐어요. 용건 없이도 매일 만나서 같이 가사 쓰고 그러다 운동하러 가고, 다시 가사 쓰고 같이 철봉에 매달려 있고 그랬어요.

제 예명인 ‘비와이’도 씨잼이랑 같이 만든 거예요. 지드래곤의 ‘지디’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했죠.(웃음). ‘Be Why’라는 의미는 나중에 붙였어요. ‘이유가 되다’라는 뜻을 담았죠.”

Thank God 당신은 내게 삶이란 선물 속에 또 다른 선물을 줬지
꿈이 없이 헤매고 팍 고개 숙여 시든 열일곱 꽃에게 물을 줬지
That is hiphop 내가 걸어가는 track 위에다가 불을 피웠지
어둠은 걷히고 무릎을 편 뒤 나와 나 사이 경주를 멈춤은 없이
시작한다는 마음이었을 무렵 들려온 옆반 친구의 Rhyme & flow
멈추지 않던 allegretto tempo 그 랩이 내 피를 더 들끓게 했고
그 녀석이 내게 건넸던 MP3에 꽂은 이어폰 왼쪽
흘러나오는 동전 한 잎 remix 아직도 잊지 못하는 VJ의 verse

-2015 ‘Thank God’- (비와이가 씨잼과의 우정에 대해 노래한 곡)

비와이와 씨잼 모두 가장 핫한 힙합 뮤지션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인지도를 높이며 승승장구했던 씨잼과 달리 비와이는 오랫동안 무명 래퍼였다.

“씨잼이 먼저 떠서 부러웠어요. 사람들이 저를 ‘래퍼 비와이’가 아닌 ‘씨잼 친구’로 기억할까 봐 걱정했고요. 비교당한 것도 사실이에요.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라이벌인 두 래퍼가 <쇼미더머니5>에 함께 출연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화제였다. ‘비와이가 이기나, 씨잼이 이기나’는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였다.

프로그램이 종영될 때까지 이어졌던 두 래퍼의 대결 구도는 비와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우승자가 발표되자마자 두 래퍼는 뜨겁게 포옹을 나눴다. 그 순간만큼은 승자와 패자는 없었다.

“애초에 씨잼이랑 ‘결승전에서 보자’라고 이야기했어요. 결승전 무대 뒤에서 ‘진짜로 이루어져서 행복하다’는 대화를 나눴죠. <쇼미더머니5> 마지막 회에 나온 랩 쓰는 공책도 씨잼이 준 거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일상을 함께해온 친구와 같은 꿈을 꿀 수 있어 감사해요.

스타를 남긴 채 무대는 막을 내렸다. 비와이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측 기사도 여러 차례 났다.
“제가 소속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는 기사와 혼자서 음악을 할 것이라는 상반된 기사가 같이 났더라고요. 정작 저는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습니다. 경연이 막 끝난 터라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거든요. 계속 고민하는 중입니다. 다만 제가 팬분들에게 약속한 무료공연은 꼭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와이는 자신의 곡들이 음원차트 1위를 휩쓴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 노래가 잘될 거다’ ‘꼭 대박 터트려야지’ 하면서 곡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았을 뿐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대중은 변덕스럽다. 박수를 보내다가도 싸늘하게 돌아선다. 비와이를 향한 뜨거운 관심도 곧 식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대중의 눈치를 보는 뮤지션이라면 애초에 적나라한 신앙고백을 랩에 담지 않았을 테니까. ‘쓰레기 같은 노래’라는 악성 댓글에도 개의치 않고, “그래도 저는 그 곡이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는 비와이를 보면 더욱 확신하게 된다.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Mnet
2016년 08월호

2016년 08월호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