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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력적인 김고은

앗, 민낯이다! 그런데도 얼굴에서 빛이 난다. 일어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는데 맑고 투명하다. 김고은은 뭘 해도 예쁘다.

On March 10, 2016

오랜만에 찾아온 일상을 즐기고 있다는 그녀와의 대화는 종잡을 수 없었다. 마치 오랜 친구와의 수다 같았다. 작품 이야기로 시작해 사랑 이야기로 빠졌다가, 연기관에 대해 진지하게 논했다가, 결국엔 ‘사람’으로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고은은 구속보다는 자유를, 집착보다는 애정을 원하고 있었다.

최근 촬영을 마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극 중 공부 잘하는 성실한 여대생 홍설 역을 맡아 박해진, 서강준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녀. 남자친구 유정(박해진 분)과 함께 있을 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여대생이 되고, 술에 취한 유정과 첫 키스를 나눈 뒤에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멍한 표정으로 귀여움을 유발했다. 첫 키스 후 아무렇지도 않은 유정에게 내심 서운해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하기도 했다. 김고은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표현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많은 분이 두 훈남 배우의 사랑을 듬뿍 받은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요. 당연한 걸 왜 자꾸 묻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당연히 행복하죠. 영광스럽고요. 서강준씨는 마치 도자기를 빚어놓은 것처럼 생겼어요. 너무 잘생겨서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생길 수 있을까요?”실제 이상형을 김고은으로 꼽은 박해진에 대한 칭찬도 늘어놨다. 그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아우라에 주눅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주연배우로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후배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는 박해진에게 반했단다.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 셈이다.

“박해진 선배님은 최고예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 친구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를 편하게 대해주셨죠. 그래서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외모도 독보적인데 성격까지 완벽해요. 박해진 선배님과 서강준씨의 사랑을 ‘몰빵’으로 받았으니 얼마나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겠어요.(웃음)”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 양보하는 법을 강조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사랑은 적어도 상대방을 위해 져줄 줄 아는 거라고 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져주는 것, 어떤 행동을 해도 마냥 귀여워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애라는 것도 사실 멘탈 싸움(?)이거든요.(웃음)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몰아붙이거나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보통은 남자들이 져주지 않나요? 여자친구를 이기려고 하는 남자는 현명하지 못한 거예요. 저는 주로 이기는 편이었죠.(웃음) 아… 잘 모르겠어요. 연애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복잡해요.”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되짚어보려 했던 걸까? 김고은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방긋 웃어 보이며 최근 한 선배 배우가 자신에게 연애 상담을 해온 일화를 털어놨다.

“촬영 현장이었어요. 한 선배가 자신의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여자친구가 섭섭해했다고 털어놓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자기는 그게 왜 서운한지 모르겠대요. 본래 자신의 성격이 그런 것이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사귀던 여자친구들이 다 떠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선배는 무뚝뚝한 성격이 아니에요. 무뚝뚝한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무뚝뚝해 보이려고 하는 거예요’라고요. 저는 진짜 사랑한다면 성격까지도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귓속말로 “서강준씨처럼 잘생기고 무뚝뚝하면 이해하겠어요. 그렇다고 그 선배가 못생겼다는 건 아녜요”라고 속삭인 뒤 깔깔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생각과 감정에 솔직한 여느 20대 여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천방지축이지만 자기감정을 속일 줄 모르는 <치인트> 속 홍설과도 오버랩되었다.

“제 나이에 꼭 맞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지났고 저도 홍설처럼 풋풋한 사랑을 해봤고요. 홍설만큼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하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의 감성이 익숙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김고은의 데뷔작은 영화 <은교>다. 그녀는 스승의 천재적 재능을 질투하는 패기 넘치는 여고생, 관능미를 지닌 소녀 은교 역을 맡아 스크린 안팎에 충격을 선사했다. 연이어 <몬스터>와 <차이나타운>을 통해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세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은 다소 극단적이었다. 70세 노인을 탐닉하거나, 괴물스럽거나, 버려진 아이였다. 김고은의 등장은 연예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그녀로서는 이미지가 고정될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서 그랬어요.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어울리는 역할을 연기해보라고요. <치인트>를 선택할 때 그런 조언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죠.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할 때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시간이 지나면 20대 여대생의 역할을 하기가 힘들 테니까요. 물론 40대가 돼서도 20대를 연기할 순 있겠죠. 연기력은 더 좋아질 수 있겠지만 분위기가 다를 거예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오던 그녀는 <치인트>에서 완벽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났다. 그래서일까. 김고은에게 홍설은 쉬운 상대처럼 보였다. 텔레비전 속에서 그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제 또래의 캐릭터를 맡았다고 해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녜요. 전작들에서는 살면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에 대한 연구를 했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현실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100% 만족스러운 연기는 아니었지만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작품을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돌아온 대답은 “누구 놀려요?”였다. <은교>와 <차이나타운>으로 칭찬받기는 했지만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가 흥행해 참패해 낙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쏟아지는 혹평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상처받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에 힘을 주는 그녀가 왠지 예뻐 보였다.

“주변에서는 작품의 흥망이 제 책임이 아니라고 말해요. 처음에는 저도 책임감 같은 건 없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게 제 책임인 것 같아요. 어쨌든 주인공인데 제 책임이지 누구 책임이겠어요. 더 이상 회피하지 않으려고 해요. 연기든, 사람이든, 뭐든지 진심으로 대하려고 해요. 가식적인 건 질색이거든요. ‘연기할 때 행복하자’는 게 저의 초심이고, 끝까지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말끝에 붙은 초심이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 김고은의 초심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첫 작품, <은교>는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작품일까? “저는 참 운 좋은 사람이에요. 데뷔작 <은교> 에서 주인공을 맡았고, 많은 걸 배웠죠. 영화는 공동 작업이라는 것,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현장의 분위기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박해일 선배님을 보며 많이 느꼈어요.

‘나는 8시간을 누워서 분장하지만, 서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나보다 더 힘들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이죠. 저라면 누워 있는 게 힘들어 짜증을 냈을 거예요.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스물한 살에 데뷔해 스물여섯 살이 됐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신인 아닌 신인이었고, 남들은 십수 년 동안 갈고닦아야 겨우 맡을 법한 캐릭터를 여럿 연기했다. 그녀는 인기와 인정은 받을 만큼 받았으니 이제는 작품 자체를 들여다볼 줄 아는 배우가 될 차례라고 말했다.

“첫 작품부터 주연이다 보니 캐릭터 선택에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제게 거는 기대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부딪히고, 상처받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더욱 성장해야 하는 시기니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려고 해요. 제가 잘하는 것만 하면 결국 그 자리에 안주하게 되거든요. 칭찬만 받고 싶지는 않아요. 1백 명이 넘는 스태프 앞에서 연기하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지만 담대해질 거예요.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남아 있을 때 더 도전하고, 더 다치고, 더 상처받을래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여배우’인데도 철저하게 무너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더 구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패기와 열정이 기자에게도 초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여배우요? 저는 제가 여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연기하는 사람, 연기가 직업인 여자라고 생각하죠. 여배우라고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특별할 것도 없고요. 여배우라고 생각했으면 소속사나 주변 사람들이 챙겨주길 바랐겠죠. 하지만 저는 혼자인 게 편하고 좋아요. 여행도, 영화 관람도 혼자 하려고 하죠.”

“혼자 돌아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오밀조밀한 얼굴에 웃음꽃이 피니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녀와의 대화는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오고 가는 말 속에 김고은의 삶이 엿보였고, 그 삶 속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아요. 두루두루 많은 사람과 친하다기보다는 깊게 친한 몇 명이 있죠. 제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제 모든 걸 다 퍼줄 수 있어요. 마음이 딱 맞는, 그러니까 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지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요. 저와 통하는 사람이 몇 명 없다는 거예요.(웃음)”

김고은은 솔직한 사람이 좋다고 했다. 돌려 말하는 사람과는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단다. 외모보다는 성격을, 성격보다는 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작품을 보는 눈은 없어도 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딱 보면 안다고 하면 그건 교만인 거고요. 사람은 처음 한 번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다만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알아챌 수 있죠. 거짓되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에요. 가식 떨지 말라고요.”

그녀는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같은 성격이라서 직설적인 화법을 선택한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친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을 때 충고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냥 다 말해버리는 제 성격 때문에 오해를 산 적도 있죠. 그런데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게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아요. 여러 번 고민하고 말한다는 걸 알죠. 오해하고 욕하고, 뒷담화하는 사람들은 저를 처음 봤거나, 몇 번 보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김고은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사뭇 진지한 이야기까지. 장르가 불분명한 그녀와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벌써부터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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