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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말하는 신장 이야기

몸속 장기 중 유일하게 두 개가 있어 하나가 망가져도 다른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장기 신장. 관련 질환들은 흔하게 접하지만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신장 명의 박성광 교수에게 듣는 신장 이야기.

On October 10, 2014


인체의 장기 중 유일하게 두 개인 장기, 신장. 전북대학교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는 그가 다루는 신장만큼 독특한 괴짜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신장이라는 장기는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완벽하게 낫기가 어려워요. 환자가 말기 신부전증에 이르면 투석을 해야 하는데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신장이식밖에 없습니다.

신장을 이식받지 못해 생사를 넘나드는 지경에 이른 환자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기이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발 벗고 나서기 전, 저도 운전면허증 하단에 ‘장기기증’이라고 서약을 했죠.”

몸통의 안쪽 깊은 곳에 척추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2개의 신장은 강낭콩 모양인데 팥 색깔이라고 해서 흔히 ‘콩팥’이라고도 불린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이 쌍둥이 장기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작은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연료 필터 같은 역할이에요. 신체 구석구석에서 운반되어온 혈액을 정화해서 다시 온몸으로 보내지요. 걸러진 노폐물은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따라서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체내에 있는 과다한 양의 전해질이나 수분이 배설되지 못해 혈압이 올라가고 부종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신장은 뼈 형성을 돕거나 적혈구를 생산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신장은 여성과 인연이 깊은 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평소 손발 등의 부기로 고생하는 여성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쉽게 눈에 띈다. 얼굴부터 다리까지 전신이 골고루 붓는데 얼굴은 주로 아침에 붓고 다리는 저녁에 붓는다.

부기가 심한 경우에는 평소 체중보다 1~2kg씩 늘고 줄기를 반복하는데 이런 부종은 특발성 부종, 주기성 부종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검사를 해도 부종의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다수의 여성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미용 효과를 얻기 위해 이뇨제나 하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약물들은 신장 기능을 손상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 각종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신장은 걸러진 노폐물을 소변으로 보내기 때문에 이상이 생기면 대형 병원이 아닌 보건소나 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도 이상 증후를 발견해낼 수 있다.

“소변 색으로 몸이 아픈 곳을 알 수 있어요. 소변 색이 평소보다 진하면 어디가 좋지 않다는 등의 설들은 와전되거나 과장된 게 많아요.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신 날엔 소변의 색이 옅을 것이고, 물을 적게 먹으면 진하게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진하고 옅음의 차이가 병의 유무를 가리키진 않습니다. 다만 소변 색이 붉다면 그건 몸의 이상을 뜻하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혈관 내에 있는 적혈구는 신장에서 소변이 만들어질 때 거르는 막을 통과할 수 없으므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현미경으로 보아야 한두 개 확인될 정도로 극소량만 방출된다. 따라서 소변이 붉다는 것은 신장에서부터 방광을 통해 배출되는 경로 중 어딘가에서 피가 새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심한 운동을 했거나 방광염, 감기 등으로 염증이 있거나 열이 심하게 날 때 일시적으로 혈뇨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요로에 종양이 생기거나 돌이 있을 경우에도 혈뇨가 나타나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단백뇨입니다. 정상적으로는 하루에 150mg 이하의 단백질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그 이상 배출될 때 단백뇨라고 합니다. 하루 3000mg 이상의 단백뇨가 배출되면 그때부터는 ‘중증 단백뇨’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단백뇨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신장이 훼손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신장병의 무서움이 나타나요. 단백뇨가 나와도 심하지 않으면 특별한 이상 증후가 나타나지 않거든요. 신장 기능이 40~50% 이상 감소하기 전까진 아무 자각증상이 없어요. 단지 소변에 거품이 많이 인다면 자세히 봐두는 것이 좋으며 소변검사 등의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증 단백뇨의 치료는 신장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또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에는 혈당과 혈압 조절도 중요하다. 이때에는 단백뇨 감소 효과가 있는 특별한 종류의 고혈압 약을 사용한다. 단백뇨가 많이 나올 경우 오해하기 쉬운 것이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니까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면 오히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이 동시에 증가해 신장 질환의 진행 속도만 빠르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 고단백 식이는 피하는 게 좋다.

“고혈압도 신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만성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고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장병이 있을 경우 고혈압 자체보다 그로 인해 발생되는 합병증이 더욱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고혈압이나 신장병 모두 특별한 증상이 없이 갑자기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이 때문에 신장병 환자의 경우 혈압을 140/90mmHg를 목표로 조절하지만 단백뇨가 있는 경우 130/80mmHg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장병 환자들에게 고혈압이나 부종이 동반된 경우 저염식이 추천되는데 식사에서 소금을 많이 줄이면 너무 맛이 없어서 환자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순응도도 떨어지게 되므로 먹을 만한 범위 내에서 소금을 약간 줄이는 게 좋다. 또한 신장 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좋지 않습니다. 과음하지 않는 것도 신장병에 좋습니다. 신장에만 좋은 음식은 딱히 없지만 신장에 좋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있습니다. 관절염 등에 쓰이는 진통제는 많이 먹으면 좋지 않고 CT 같은 것을 찍을 때 쓰는 조영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지 않습니다.

또 흡연은 이미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백해무익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특히 신장 질환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신장 기능을 더욱 빠르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신장병 환자들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인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흡연, 그 위험성에 대하여
신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흡연의 유해성은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박 교수는 이를 알리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알린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8%로 답보 상태고, 여성의 흡연율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흡연율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 어릴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그만큼 담배에 담긴 발암물질에 폐가 노출되는 기간도 늘 것이고, 폐암에 걸릴 확률 또한 높아지지요.

더구나 금연 패치나 금연을 돕는 보조제들은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구입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성인들조차 보조제 없이 의지로 끊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 청소년들은 의지로만 끊어야 하지요. 하지만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많고 건강하기 때문에 끊으려는 의지를 갖기는 힘듭니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의 금연율은 매우 낮아요. 청소년의 흡연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예방에 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입에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존경받는 랍비에게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설탕이 좋지 않으니 끊으라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랍비는 당장 그 아이에게 설탕을 끊으라고 하지 않고 며칠 후 자신이 끊고 난 뒤에야 아이에게 단것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올바른 지도를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그리 행동해야 하는데 박 교수의 이야기가 꼭 탈무드의 이야기 같다.

“이런 고백이 쑥스럽지만 저도 18세 때부터 흡연을 시작해 10년간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자신의 유언이라며 금연을 강권해 끊을 수 있었습니다.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아버지는 그 당시 유언이라고 말씀하셨음에도 아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아주 정정하세요.(웃음)”

박 교수는 별명이 많다. 좋은 책을 읽고 병원 식구들에게 권한다고 해서 ‘책벌레’, 유쾌하고 재밌는 농담을 잘 던져 환자들에게는 ‘허허 선생님’, 제자들과 함께하는 관현악단에서는 ‘콘트라베이스’. 이 외에도 서너 개의 별명이 더 있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별명이 있다. 바로 ‘괴짜’다. 이토록 반듯하고 언제나 온화한 웃음을 띠고 있는 박 교수에게 괴짜라는 별명이 있다니, 비주얼과 매칭이 되지 않는다.

“집안에서 아내는 날 괴짜라고 불러요. 신혼여행 갈 적에도 남들은 해외다, 고급 호텔이다 하는데 저희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어요. 그것도 오토바이로 말이에요. 오랫동안 연애를 해온 아내에게 결혼 전 지나가는 말로 ‘우리 신혼여행을 오토바이로 가볼까?’ 했는데 대뜸 좋다더군요. 그래서 결혼식 후 바로 오토바이를 사서 제주도까지 내려갔죠.

아내는 그때 정말 많이 고생했다며 원망 섞인 말을 하기도 하는데 결국 웃는 걸 보면 아내도 지금은 그걸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에도 혼날 때마다 꼭 끼어 있다며 선생님들이 제게 감초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었네요.(웃음)”

박 교수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처럼 즐겁고 괴짜 같은 삶을 살아서일지 모른다. 학창 시절 친구와 크게 싸움이 나서 거의 실명 직전에 이를 정도로 눈이 팅팅 부었는데 그때 눈이 낫는 과정에서 감동을 받아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지금도 그는 괴짜다. 환자들이 고맙다고 사례금이라도 가져오면 바로 환자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버리고, 환자들이 감사하다며 직접 농사지은 과일 등을 가져오면 작은 파티를 열어 간호사며 다른 환자들과 모두 나눠 먹기도 한다.

또 15년 전부터는 의과대학 관현악단에 들어가 콘트라베이스 수석 주자로 학생들과 함께 연주도 하고, 최근엔 의사라면 한두 번씩은 친다는 골프는 접어두고 아내와 함께 탭댄스를 배우고 있다.

그렇게 별명이 많던 ‘괴짜’는 ‘진짜’가 됐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이름 앞에는 신장내과 교수, 장기이식센터장, 의생명연구원장이라는 좀 더 멋진 직함들이 붙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해야 할 것도 많고요. 환자들 가까이에서 즐겁게 환자들과 함께 오래오래 있고 싶어요. 연구도 좋고 진료도 좋아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고요? 이번엔 외과 의사를 해보고 싶어요. 직접 환자를 수술하고 낫게 하는 그 기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다시 태어나면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내과 의사 박 교수는 괴짜 같은 진짜다.

  • 이렇다면 신장 이상을 의심하자!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준다.
    ●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
    ● 늘 피곤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
    ● 두통이 있다.
    ● 딸국질을 자주 한다.
    ● 소변량이 줄었다.
    ●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 쉽게 멍들고 피가 잘 난다.
    ● 졸리고 의식이 흐려지기도 하며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 근육이 떨리고 경련이 일어난다.
    ● 피부색이 지나치게 검어지거나 창백해졌다.
    ● 손발이 저리고 느낌이 둔해진다.
    ● 숨 쉴 때 곰팡이 냄새가 난다.
    ● 갑자기 혈압이 오른다.
    ● 콜라 색을 띠는 소변 혹은 거품이 많은 소변을 본다.


특별기획 |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 17
각종 건강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그렇지만 막상 나와 내 가족이 아프면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우먼센스>는 매달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를 릴레이로 만나고 있습니다.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박원민
2014년 09월호

2014년 09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박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