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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 구입한 분당 땅 직접 가보니…

월드컵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으로 공항에서 ‘엿 세례’까지 맞아야 했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사퇴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투자를 목적으로 땅을 보러 다녔는가 하면, 귀국 직전 현지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때는 축구 영웅이었던 홍명보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On July 31, 2014


출발하기 전에 국민에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이야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고, 제가 성숙하지 못했던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로써 저는 이 자리를 떠나겠습니다. 앞으로 발전하는 사람이 되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난 7월 10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끝내 사퇴를 결정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2주 만이다. 당초 월드컵 패배의 책임을 지고 감독이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그의 유임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런 와중에 그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월드컵 성적 부진’이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월드컵 이후 불거진 논란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사퇴 의사를 밝히기 사흘 전, 월드컵을 앞두고 부동산 투자를 위해 땅을 보러 다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뜩이나 부진한 성적으로 부정적이었던 여론은 더 냉담해졌다.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것. 성적 부진의 원인이 부동산 투자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이어 귀국 전날 대표팀이 모여 현지 여성과 춤을 추는 ‘회식 자리 영상’이 공개되자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홍명보는 결국 사퇴 의사를 밝히며 “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습니다. 훈련 시간에 나와 땅을 구입한 것이 아니냐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회식 논란에 대해서도 “사퇴 전, 어린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회식 자리를 마련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며 고개를 숙였다. 한때는 축구 영웅으로 기억되던 그가 여러 구설로 순식간에 나락에 떨어진 순간이었다.


홍명보의 부동산 투자 논란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시작됐다. 홍 전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및 서판교 일대를 찾아 264㎡(80여 평)의 토지를 11억원에 매입했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매입한 땅은 서판교 쪽에 가까운 분당구 운중동에 위치한 곳으로, 몇 해 전부터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지역이다.

차로 20여 분이면 서울 강남권까지 닿을 수 있어 입지 조건도 탁월하다. 현재 연예인 신하균, 권상우, 김영철, 김보성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정희 대한제분 사장, 임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등 재계 인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미숙, 신애라, 최민수 등도 집을 보러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마디로 ‘신흥 부촌’이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분당구 운중동 일대에는 실제로 투자자를 기다리는 부지가 즐비했다. 부지마다 부동산의 전화번호가 적힌 푯말이 꽂혀 있어 이곳이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이 지역 땅 가격은 평당 1천4백만~2천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대지 231㎡(70평)에 건평 297㎡(90평)짜리 단독주택의 매매가는 20억 정도다.

부지를 매입해 단독주택을 짓고 이를 되팔 경우 수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또 이 지역은 미래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시기만 잘 탄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사람들의 전언이다.

홍명보의 부동산 매입으로 화제가 된 분당구 운중동 일대.


홍명보는 이전에도 탁월한 부동산 투자 감각을 발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전용 176.2㎡(약 53평형)을 선분양받아 2004년 입주했는데 현재 이 아파트는 30억원을 호가한다. 12년 사이 5배가량의 시세 차익을 올린 셈이다. 그는 “부정하게 축재한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고생하며 열심히 벌어 마련한 아파트”라며 해명했고, IMF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일반 아파트와 타워팰리스 분양가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개인의 부동산 투자는 자유이기 때문에 “땅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한 그의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매입 시점’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월드컵 엔트리 발표 3주 전인 4월 18일 토지대금의 11억원 가운데 10%인 1억 1천만원으로 계약했고, 대표팀 소집과 훈련이 동시에 진행된 5월 15일에는 잔금을 치렀다.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가족과 서너 번 정도 운중동 일대를 다녀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유명인의 경우 본인이 직접 땅을 보러 오는 일은 드물다. 대리인이나 가족을 시켜 땅을 알아본 후 본인은 마지막에만 얼굴을 내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명보가 직접 땅을 보러 온 것을 볼 때, 그는 부동산 매입 시 직접 따져봐야지 안심하는 꼼꼼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주변 지역의 입지로 볼 때 부동산 투자 자체는 훌륭한 선택이었지만, 민감한 시기에 본인이 직접 부동산 투자에 개입한 점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논란 이후 불거진 회식 동영상 유출 사건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귀국을 앞둔 대표팀이 현지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한 영상이었다. 화면에는 축구 대표팀 관계자들과 함께 크게 웃고 있는 홍명보를 비롯해 현지 여성과 손을 잡고 한 명씩 돌아가며 춤을 추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담겼다. 참담한 성적으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한 상황에서 이런 여흥을 즐겼다는 사실은 전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동영상은 극히 일부분이었으며 식사 내내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여론은 차갑게 돌아선 뒤였다. 7월 10일 오전, 한 매체에 의해 영상이 공개되자 홍명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사퇴를 결심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마지막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패배의 슬픔이 너무 컸고 그 부분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며 “아직 향후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직을 사퇴한 후 월드컵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던 가족의 품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이상윤, 박원민, 오혜숙
2016년 04월호

2016년 04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이상윤, 박원민, 오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