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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미스 김 신드롬을 일으키다

그녀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카리스마는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걸 이 때 처음 알았다. 풍겨오는 포스부터가 남다르다. 무표정으로 있을 땐 한없이 차가워 보이는데, 환하게 웃을 땐 또 한없이 따뜻하다. 배우 김혜수가 ‘슈퍼우먼’같은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

On October 14, 2013

여전했다. ‘배우 김혜수’ 하면 생각나는 특유의 당당함은 늘 한결같다. 올해로 연기 인생만 꼬박 27년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배우 김혜수를 보고 있으면, ‘이 여자, 대체 부족한 게 뭘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연기와 생활 모두에서 베테랑다운 면모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그녀가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미스김’ 역할로 돌아와 인기몰이 중이다. 극 중 그녀가 맡은 ‘미스김’ 역할도 현실 속 그녀처럼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캐릭터다. 상대역을 맡은 배우 오지호도 그녀 앞에만 가면 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고 할 정도로 카리스마도 여전하다.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 이후 그녀가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친 것은 꼬박 2년 6개월 만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그래서 더 설렌다.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거침없이 하이킥
그녀가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가지고 있는 자격증만 1백24개에 달하고 상사가 시키는 건 뭐든 척척 해내는 미스김은 그야말로 슈퍼우먼에 가깝다. 노예처럼 일하기 싫어 정규직을 거부한다는 통 큰 계약직이기도 하다.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는 칼같이 일어나고 회식과 야근, 계약 내용에 없는 사항은 가차없이 거부한다. 똑 부러지는 캐릭터이기에 과연 김혜수가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정유미는 “시놉시스를 보고 미스김 역에 김혜수 선배가 캐스팅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김혜수가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것은 밝고 희망찬 극의 분위기 때문이란다. “드라마는 너무나 유쾌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메시지는 현실적이고 생존과 밀착해 있어요. 그 때문에 너무나 공감이 갔죠. 만약 드라마로 여러분을 다시 뵙는다면, 밝고 희망찬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의 신>은 이에 너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드라마죠.”
많은 이들이 미스김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회사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김혜수의 연기를 보며 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퇴근 시간입니다만” “제! 업무입니다만”과 같이 ‘~다만’으로 끝나는 절제된 말투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유행어로 등극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사람들은 <직장의 신>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를 쏟아냈다. 첫 번째 우려는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 만능사원 오오마에>를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이 일본 드라마와 차별성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작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는 이 드라마의 숙제였다. 김혜수는 10부작 원작의 일본 드라마를 1회만 보고 전체적인 분위기만 파악했다. 자기 식으로 드라마를 새롭게 재해석하고자 한 것이다.
“원작 모두를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많은 것을 따라가게 될 것 같았어요. 굳이 원작과 변별성 있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저만의 느낌을 가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직장의 신>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미스김의 캐릭터가 다소 현실감이 떨어져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이에 대해서도 김혜수는 시원하게 답한다. “현실을 역으로 보여주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계약직의 박탈감과 회의 등을 더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더 공감하고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첫 방송이 나간 후 김혜수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시청률로만 배우의 능력이나 매력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김태희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운 동 시간대의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가볍게 누르며 ‘김혜수의 저력’을 보여줬다. <직장의 신>의 한판승에 무엇보다 도움이 된 건 김혜수의 탄탄한 연기 실력. 사실 미스김이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김혜수는 이런 편견을 깨기라도 하는 듯 당당히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석사 논문 표절 사건에 대해선 쿨하게 사과
김혜수는 ‘미스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굴착기 운전, 투우, 스페인어, 살사까지 배웠다. 극 중 캐릭터가 뭐든지 척척 해내는 ‘만능’이기 때문에 그녀도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정수기 물을 단번에 갈아 끼우는 장면부터 러시아어로 바이어와 대화하는 장면까지,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맥가이버 칼’을 들고 고장 난 의자를 순식간에 고치는 장면을 연습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어요. 포클레인 자격증을 직접 따지는 않았지만, 중장비를 운용할 수 있을 만큼 배웠고요. 살사댄스 장면은 미스김이 개인적으로도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죠. 완벽한 댄서 수준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실제 촬영할 때 직접 다 했습니다.”
극 중 스페인어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특유의 억양과 발음을 잘 살리기 위해 그녀는 몇 번이고 대사를 따라 하고, 녹음해서 반복적으로 들었단다. 또, 노래방에서 회식하는 장면에서는 현란한 탬버린 댄스를 선보였는데, 김혜수는 극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스태프에게 즉석에서 탬버린 댄스를 배웠다고. 덕분에 이 장면은 단숨에 ‘회식용 탬버린 댄스’로 떠오르며, 많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실제로 하지 않아도 편집, 기술적인 부분에서 커버가 되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금세 알아채죠. 그런 것이 미스김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가급적 직접 연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전작인 영화 <도둑들>에서도 금고털이범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침대 머리맡에 다이얼을 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그녀만의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과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석사 논문 표절 문제도 지나가는 분위기다. 김혜수는 드라마 제작발표 현장에서 “졸업 논문이 형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해 소홀히 한 나 자신의 불찰이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드라마는 이제 막 중반을 향해 접어들고 있다. 미스김의 캐릭터는 이미 자리를 잡았고, 이제 남은 건 그녀의 활약을 보며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일이다.

"‘맥가이버 칼’을 들고 고장 난 의자를 순식간에 고치는 장면을 연습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어요. 자격증을 직접 따지는 않았지만, 중장비를 운용할 수 있을 만큼 배웠고요. 살사댄스 장면은 미스김이 개인적으로도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었어요"

1 회식을 권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저처럼 소속이 없는 사람이 회식에 참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미스김에게 회식은 테러 행위다. 그녀는 회식을 두고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 테러”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저처럼 소속이 없는 사람이 회식에 참여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라며 당당히 회식 자리를 거부한다. 회식에 참여하길 원하면 시간 외 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외치는 그녀. 그래도 놀 땐 화끈하게 논다. 초과 근무수당으로 40만원을 받고 회식 자리에 참여한 그녀는 노래방에서 일명 ‘탬버린 댄스’를 선보였다. 회식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비애. 직장인들은 미스김을 통해 회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2 주어진 업무 외의 일을 시키려는 상사에게
“계약직은 계약된 일만 하면 됩니다. 쓸데없는 책임감 같은 걸로 오버했다간 자기 목만 날아가는 것. 팀장님은 팀장님 업무에 충실하십시오.
업무 분담에 대해서도 그녀의 대답은 칼 같다. 회사는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는 것. 미스김에게 회사는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이지 예의를 지키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미스김은 부서가 다른 규직(오지호 분)이 업무 지시를 내리자 직속 상사인 정한(이희준 분)에게 강하게 말한다.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하고 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미스김이 있기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3 연애나 가정사 같은 사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밝히는 수컷들과 속물적인 암컷들이 하는 불공정한 짝짓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만.”
연애사와 가정사를 물어대는 회사 사람들에게 “사적인 질문은 자제해 달라”며 딱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사내 연애에 대한 생각을 내비친다. ‘밝히는 수컷들과 속물적인 암컷들이 하는 불공정한 짝짓기’란다. 드라마는 현실을 거침없이 비틀기도 한다. 장규직이 “당신이 궁금하다”며 미스김에게 마음을 드러내자, 그녀는 “그건 당신과 같은 정규직과 하라”는 명언을 남긴다.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계급 차이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요소다.

4 퇴근 시간 이후 일을 시키는 상사에게
“퇴근 시간입니다만.”
미스김은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에 출근해 사무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9시 땡 하고 종이 울리면 바로 책상 앞에 앉아 그날의 업무에 들어간다. 일을 하다가도, 대화를 나누다가도 낮 12시 벨이 울리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혼자 나가서 점심을 먹는다. 오후 6시가 되면 퇴근도 칼 같이 한다. 그리고 퇴근 후의 시간은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살사 클럽에서 취미 활동을 하거나 집에서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을 한다.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 그래서 직장인들은 미스김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5 입사 면담에서 상사에게
“싫으시면 그냥 정규직 직원 세 명을 쓰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 세 명분의 월급이 아까우시면 그냥 저 하나만 쓰시면 됩니다. 그럼 3개월 동안 본전은 충분히 뽑고도 남으실 겁니다.”
비정규직 채용 면접장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뭐든 일처리가 확실한 미스김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극 중 등장하는 ‘미스김 사용설명서’는 더 가관이다. 계약 기간은 3개월, 근무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출근은 오전 9시, 정오부터 1시간은 점심시간. 퇴근 오후 6시. 계약 연장은 없다. 담당 근무 외에는 절대 일하지 않고, 야근과 휴일근무도 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환호했다.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내용이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직장에서의 생활을 조목조목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사진
신빛,KBS 미디어/MI lnc. 제공
2013년 05월호

2013년 05월호

취재
정희순
사진
신빛,KBS 미디어/MI ln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