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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공간으로부터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

On November 10, 2022

물 흐르듯 이어지는 발걸음, 물건에 가 닿는 손길, 편안하게 붙드는 시선. 공간으로부터 생각과 감정, 행위의 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일은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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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김혜빈·하진구 공동대표는 이미 사내에서 타율 높기로 소문난 팀 플레이어였다. 유독 두 사람이 함께 맡는 프로젝트의 수가 하나씩 늘었고, 그만큼 결과도 좋았다. 한 명이 강한 스매싱으로 공략하면, 다른 한 명이 템포를 죽여 오펜스를 하는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 김혜빈의 ‘빈(콩)’, 하진구의 ‘하’에서 한 글자씩 따와 탄생한 ‘콩과하’는 더욱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 위해 2020년 홀로서기를 도전했다. 콩과하의 상징인 분홍색 테니스공처럼 통통 튀면서도 본질에 충실한 이들의 본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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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위해 연보라색 옷으로 맞춰 입고 남다른 팀워크를 보여준 콩과하의 김혜빈·하진구 공동대표.

Q 일반적으로 쓰는 ‘공간 디자인 회사’ 같은 수식어가 아니라 ‘프로젝트 듀오’라고 소개하시네요.
하: ‘듀오’라는 단어가 재미 있지 않나요?
철수와 미애 같은 느낌인데, 기왕이면 듀스 이미지였으면 좋겠네요(웃음). 저희를 ‘프로젝트 듀오’라고 부르는 건 공간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기획과 브랜딩, 아니면 제품이나 작품을 만들 수도 있죠. 확장성과 가능성을 담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콩: 저희가 지금 하는 일이 ‘공간 디자인’이라고만 국한해서 볼 수는 없더라고요. 상황에 맞게 모습을 계속 바꿔가면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어요.

Q 사무실이 ‘신촌문화관’이라는 복합문화공간 안에 있어요. 여기로 오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콩: 신촌문화관 대표님 두 분을 일찍이 지켜보던 찰나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진구 씨와 함께 와봤어요. 우선 건물 자체의 러프한 분위기가 좋았고, 갤러리 공간을 전시나 팝업으로 자유롭게 쓸 수도 있고 다른 창작자 분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에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겠구나 생각했죠.
하: 들어오기로 결정하기 전에 이곳 카페에서 미팅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 회의가 술술 풀렸어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기운을 느꼈죠.

Q 사무실이 파스텔톤의 컬러들과 다양한 소재들로 뒤섞여 있네요.
콩: 일반적인 회사는 차분한 모노톤을 주로 쓰는데, 저희는 이런 톡톡 튀는 컬러를 좋아해요. 클라이언트 작업에서는 쉽사리 쓰지 못하는 색이다 보니 저희 공간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컬러를 적용해봤어요. 사무실에서 미팅하면 클라이언트분들에게 직접 보여드릴 수 있고요. 그래서 가구들도 나무, 스틸, 아크릴, 유리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한 것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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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컬러와 형태, 소재가 어우러진 콩과하의 사무실.

다양한 컬러와 형태, 소재가 어우러진 콩과하의 사무실.

Q 두 분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콩과하’라는 이름을 붙이셨어요. 두 분이 어떤 면에서 합이 잘 맞는다고 느끼셨나요?
콩: 저와 진구 씨는 커다란 가치관이 같아요. 디자이너를 작가적인 성향이 강한 디자이너와 서비스업 성향이 강한 디자이너,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면 저희는 후자에 가까워요.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깐요. 클라이언트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고 해요.
하: 팀으로서 전시를 열거나 제품을 만들 때는 보다 저희만의 성향이 더 드러나고요. 그래서 콩과하의 작업물과 클라이언트 잡의 작업물에 차이가 좀 있죠. 특히 상업 공간은 장사가 잘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Q 콩과하의 SNS 계정을 보면 분홍색 테니스공이 프로필 사진이에요.
콩: 계정을 만들고 프로필 사진은 뭘로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어느 날 진구 씨가 핑크색 테니스 공을 보여주면서 “어때?” 하고 물었죠. “귀엽다. 이걸로 하자!” 즉흥적으로 정했어요. 사무실을 열면서 오픈 스튜디오처럼 사람들을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오신 분들께 기념으로 핑크색 테니스공을 드리기도 했어요. “이게 우리 상징이야”하고. 그렇게 정해놓고 보니 테니스의 특성이 저희와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Q 예를 들면 어떤 점이요?
콩: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남녀 혼성 스포츠이자, 오랫동안 룰이 바뀌지 않고 이어져왔다는 점. 저희 역시 공사와 병행하는 일이기에 규칙에서 크게 벗어나면 안 되거든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가구도 사용성을 갖춰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이 있죠. 동시에 핑크색 공은 저희가 통통 튄다는 걸 보여주고요.
하: 복식일 때는 단식일 때보다 코트를 쓰는 범위가 넓어져요. 저희도 일을 맡을 때 양분화하지 않아요. 처음 미팅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하죠.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독립으로까지 발돋움하게 해준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하: 이전 회사에서 진행했던 식스티세컨즈 라운지를 꼽고 싶어요. UX와 긴밀히 연계된 설계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프로젝트였거든요. 식스티세컨즈의 김한정 디렉터 님과의 호흡이 특히 잘 맞았고, 이를 인연으로 그분의 주거 공간까지 맡게 되었죠.
콩: 당시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의 90% 이상이 카페 또는 F&B 프로젝트였는데, 식스티세컨즈라는 브랜드 쇼룸이 갖춰야 할 플로는 보다 복잡하고 디테일해야 했어요. 카페와는 전혀 다른 설계의 경험이 즐거웠었죠.

물결무늬의 분홍색 조명은 콩과하가 제작한
러브 램프.

물결무늬의 분홍색 조명은 콩과하가 제작한 러브 램프.

물결무늬의 분홍색 조명은 콩과하가 제작한 러브 램프.

금속을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로 실험해본 오브제와 이국적인 나무 소반들.

금속을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로 실험해본 오브제와 이국적인 나무 소반들.

금속을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로 실험해본 오브제와 이국적인 나무 소반들.

Q UX와 긴밀히 연계된 설계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콩: 처음 입장했을 때는 소파에 앉았다가, 올라가서 공간을 둘러보고 내려오면 테이블 좌석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동선에 맞게 소파와 바, 테이블 등 좌석의 종류와 위치를 다양한 구성으로 짰어요. 손님과 직원의 동선을 퍼즐처럼 맞추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Q 그 프로젝트에서 보다 과감히 시도한 부분이 있다면요?
콩: 디자인할 때 유일하게 실험적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바로 소재예요. 카펫을 과감하게 써보자고 해서 어떤 방은 카펫을 천장까지 올리기도 했죠. 동시에 너무 무겁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금속으로 풀어냈어요. 너무 반짝거리지 않게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그라인더로 직접 갈았고요. 벽에는 외장용 테라코타와 비슷한 소재에 텍스처만 살리고 페인트로 마감했어요. UX만큼이나 고민한 것이 바로 소재감의 밸런스였던 것 같아요.

Q 독립 이후 주거 공간 프로젝트들이 눈에 띄어요. 주거 공간은 상공간을 맡았을 때와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하: 주거의 경우에는 온전히 이 사람의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는 사람의 생활 패턴에 맞게 맞춤으로 해드리려고 해요. 먼저 비내력벽을 파악하고 구조를 많이 건드리는 편이에요. 구조가 바뀌어야 그 안의 동선과 생활 패턴이 다 변화할 수 있거든요.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살고 있는 집을 꼭 가보고, 사전 인터뷰를 정말 자세하게 해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가는지, 거실로 나가 소파에 잠시 눕는지, 물부터 마시는지 등등.
콩: 주거를 설계할 때는 보다 여지를 남기려고 해요. 클라이언트분들이 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점이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거실에 만든 단을 아이가 계단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놀이도 하고, 어른들은 평상처럼 그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죠. 공간 속에 작고 낯선 디테일을 숨겨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Q 사전 인터뷰가 많이 도움이 되나요?
콩: 설계를 하려면 이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하니까요. 저희가 궁금한 점을 알기 위해서도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알아가면 알수록 자연스럽게 마음이 점점 커져요. 마음이 안 가면 일이 안 되는 게 문제예요(웃음).
하: 프로젝트에는 항상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 예산이라는 3가지 한계가 있는데, 그 안에서 최대한 그 사람이 되어 상상해봐요. 일보다는 일 이상의 감정이라고나 할까요? 사랑하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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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하의 상징인 테니스와 관련된 용품들이 보인다.

콩과하의 상징인 테니스와 관련된 용품들이 보인다.

Q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에 어떤 반응과 평가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가요?
콩, 하: 이 대답은 저희 둘 공통적으로 같아요. “삶이 바뀌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에게 잘 맞는 공간을 만나면서 일상의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행복을 느꼈다는 피드백이 가장 기분이 좋아요.

Q 두 분의 접근 방식과 프로세스가 어떻게 다른가요?
하: 혜빈 씨는 이상적이고, 저는 현실적인 편이에요. 저희가 정반대 성향의 사람이다 보니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콩: 저는 복합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는 제가 현실적일 때도, 진구 씨가 이상적일 때도 있어요. 조금씩 서로 중화되어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 같아요.

Q 두 분이 함께 일하면서 서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콩: 저는 별로 재미있지 않아서, 진구 씨의 유머 감각을 배우고 싶네요(웃음). 현장에서의 발빠른 대처 능력도 보면서 많이 배워요. 현장에서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이 일어나는데, 대처가 조금만 늦어져도 큰 손실로 이어지거든요.
하: 다양한 선택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게 달라요. 덕분에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종종 부딪히지만 목표는 똑같아요. 젓가락으로 밥을 먹냐, 숟가락으로 밥을 먹냐의 차이 정도?

Q 앞으로의 콩과하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콩: 써밋 컬쳐(Summit Culture)라는 카페 2호점 마감이 끝났고, 곧 오픈해요. 그리고 홈페이지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포토폴리오를 한번 정리하고 저희 작업을 알리기 위해서요.
하: 회사 규모를 키울 때 더 큰 바다로 나아간다고 비유하잖아요. 저희는 호수 정도면 적당한 것 같아요. 한강 위를 둥실둥실 떠다닌다고나 할까요? 아직 대해를 항해하고 싶지는 않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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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박스들은 콩과하의 명함과 로고가 담긴 휴지 케이스다.

붉은색 박스들은 콩과하의 명함과 로고가 담긴 휴지 케이스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발걸음, 물건에 가 닿는 손길, 편안하게 붙드는 시선. 공간으로부터 생각과 감정, 행위의 변화를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일은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의 가장 큰 무기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승민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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