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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On September 19, 2022

홀로 의자 위에 꼿꼿이 앉아 악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열세 살의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혹독하리만큼 외로운 시기를 관통했던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를 철저한 고독에서 건져내어 준 위로의 존재는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음악에 대한 청년의 열정과 중년의 원숙함을 모두 겸비한 음악가 김정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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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출연’, ‘클래식계 팬클럽 원조’, ‘클래식계 원조 꽃미남’ 등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김정원 피아니스트. ‘원조’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는 올해로 어느덧 데뷔 21주년을 맞은 중견 음악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에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클래식 음악이 지닌 위대한 힘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리라.

<김정원과 친구들>을 통해 가수 김동률, 노영심, 하림 등 다양한 대중 뮤지션과 협연 무대를 선보였는가 하면, 공연 호스트로서 피아니스트 임동혁, 테너 존 노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하거나, 작곡가와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엮어 클래식을 보다 친숙하게 전해주는 토크 콘서트까지, 20여 년간 그가 참여한 무대만 수백 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의 활동은 무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후배 음악가를 양성하는 한편으로 재야에 묻힌 뛰어난 아티스트의 음반을 제작하는 레이블 회사를 세우고, 최근에는 CBS 라디오의 클래식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DJ까지 맡았다. 연주자와 지도자, 음반 제작자, 공연 기획자, 라디오 DJ 등 그는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전방위에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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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놓인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즐기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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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거실과 다이닝 룸 중간에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피아노. 아래 소파에 앉아 악보를 보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위 거실과 다이닝 룸 중간에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피아노. 아래 소파에 앉아 악보를 보곤 하는 피아니스트 김정원.

음악의 위대한 힘에 대한 믿음

Q CBS 음악 FM의 간판 클래식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DJ를 새롭게 맡으셨어요.
저에게 러브콜을 주신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매일 고정적으로 출퇴근해야 한다는 점이 우려돼서 두 번 사양했었어요. 1~2주 정도 장기간 자리를 비워야 하는 해외 연주 스케줄뿐 아니라 국내 공연 일정을 소화할 때도 아침에 방송을 하고 공연을 가기란 쉽지 않거든요. 어딘가 매여 있으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요(웃음).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민폐를 끼치게 되면 안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PD님이 집으로 찾아와 설득하고 제작진에서 여러모로 배려해주신 덕분에 ‘그래, 인생 뭐 있어. 한번 해보자’고 결정하게 됐죠.

Q 얼굴도 모르는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제 MBTI 유형이 INFJ예요. 공감 능력이 뛰어난 편인데, DJ를 하면서 그 능력이 조금 발휘되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가슴 아픈 사연을 들으면 울컥하기도 하고, 감정 조절이 힘들었어요. 이제는 한 발짝 떨어져 이야기를 듣는 훈련을 하고 있죠. 주부님들은 물론이고 매일 출석 체크하시는 양주 마을버스 기사님부터 공장일과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까지,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방송을 통해 위로를 받으시는구나 하고 놀랄 때가 많아요.

Q 청취자분들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듯이, 선생님이 위로를 받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평생 동안 저에게 가장 큰 위로를 준 건 음악이에요. 맛있게 먹은 음식이나 재밌게 본 영화는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듯이, 저는 음악을 통해 너무도 많은 치유를 받았기에 결국에는 무대에서 그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끝없이 살아나요.

Q 앞으로 방송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신가요?
제 모든 활동의 기본적인 모토는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으로 더 다가가고 싶다는 거예요. 깊이 있는 클래식 애호가분들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런 리스너가 되기 위해서는 클래식을 접하는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하니깐요. 클래식 공연의 객석이 비지 않도록 하는 데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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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마련한 동굴 같은 아지트 공간.

Q 최근에 이탈리아를 다녀오셨죠?
브레시아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저에게 유럽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거든요. 미치도록 그립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오랜만의 해외 무대도 물론 기뻤지만,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함께 이야기 나눈 것도 참 좋았죠. 후배들에게 ‘이런 길을 걷는 뮤지션도 있구나’라고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존재가 정말 필요했거든요.

Q 오랜 시간 피아니스트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클래식 악기 중에서도 피아노는 피지컬과 가장 관련이 깊어요. 기본 체력, 악보를 외우는 암보력,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육체 능력은 점차 퇴화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음악적인 이해와 감정은 더욱 깊어지니 힘든 부분이 있죠. 이런 심적 갈등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Q 갤러리의 큐레이터처럼 다른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일을 활발하게 펼치고 계셔요.
큐레이터 역할로서 집중하는 부분은 음반 제작이에요. ‘크리스 클래식(Kreis Classic)’이라는 레이블 회사를 운영하면서,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음악계의 ‘진짜’ 보석 같은 아티스트분들의 음반을 제작하고 있어요. ‘클래식계의 별’이신 베이스 연광철 선생님의 가곡집을 비롯해 지금까지 다섯 장을 만들었네요.

Q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그때그때 공연의 목적이 달라요. 어떨 때는 쉽고 대중적인 곡을 프로그램으로 짜기도 하는데, 표는 잘 팔리겠지만 그런 공연으로만 계속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건 진정한 대중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중화보다 더 필요한 건 음악의 ‘저변 확대’예요. 예를 들어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집을 연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렵게 느껴요. 그 곡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해보니 약간의 스토리가 필요한 거죠. 소위 ‘클알못’ 청중들이 클래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껴요. 비록 자기 감상에 빠져서 흘린 눈물일지라도 이를 계기로 다른 음악을 찾아 듣다 보면 음악을 감상하는 깊이가 쌓이게 될 거예요. 저는 그 시작의 점화를 하고 싶은 거죠.

Q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지만 결국 하나의 길로 모아지는 것 같네요.
맞아요. 제가 가진 신념은 하나예요. 음악이 가진 힘을 너무도 믿기에 그 확신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Q <리빙센스> 독자들을 위해 가을과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가을 하면 떠오르는 작곡가 브람스의 교향곡 4번. 그리고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연광철 선생님의 음반에 수록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모르겐’을 추천해드려요.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는 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위로해주는 곡이에요. 또 클래식은 아니지만 제 친구 김동률 씨가 저를 위해 쓴 ‘여름의 끝자락’을 들어보세요. 쇼팽의 ‘야상곡’ 같은 가곡 느낌인데, 지금 마침 여름의 끝자락이기도 하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폴란드 레이블에서 하는 중요한 음반 녹음이 내년 초에 잡혀 있어요. 8월 말부터 12월 리사이틀까지 크고 작은 공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요. 동시에 라디오 방송도 열심히 해야겠죠. 장기적으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나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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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피아니스트 김지애 씨와 함께 사용하는 연습실.

아내인 피아니스트 김지애 씨와 함께 사용하는 연습실.

음반이 빼곡히 꽂힌 CD장.

음반이 빼곡히 꽂힌 CD장.

음반이 빼곡히 꽂힌 CD장.

김정원 씨가 제작한 연광철의 가곡집 앨범이 보인다.

김정원 씨가 제작한 연광철의 가곡집 앨범이 보인다.

김정원 씨가 제작한 연광철의 가곡집 앨범이 보인다.

홀로 의자 위에 꼿꼿이 앉아 악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에게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열세 살의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혹독하리만큼 외로운 시기를 관통했던 피아니스트 김정원. 그를 철저한 고독에서 건져내어 준 위로의 존재는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음악에 대한 청년의 열정과 중년의 원숙함을 모두 겸비한 음악가 김정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승민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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