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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필름 카메라가 갖고 싶어서가 아니야

On June 20, 2022

‘장비발’은 세워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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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서재에 있는 크고 두꺼운 앨범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낙이었다. 부모님, 나, 동생별로 한 권씩 앨범을 갖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우리가 자라는 동안의 사진을 각각 한 앨범에 차곡차곡 모아주셨다. 나를 찍어주신 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진들을 훑어보다 보면 그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마음이 허할 때면 앨범 앞으로 달려가 다친 마음에 연고를 바르듯이 한 장씩 넘겼던 것이겠지.

아이들이 태어난 후로 나 역시 휴대폰으로 아이들을 수없이 찍어댔다. 바쁘기도 했고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까 굳이 인화를 하진 않고 살아온 세월들. 현재 휴대폰 사진첩에는 수천 장의 사진이 쌓였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내가 예전에 앨범을 보면서 느꼈던 애정이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 휴대폰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아이들은 사진첩보다 휴대폰의 다른 기능에 관심을 보일 뿐. 그 후 휴대폰 속 사진들을 인화해 앨범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A컷을 고르는 게 일이라는 사실만을 깨달은 채 포기했다. 하지만 ‘나도 아이들에게 사랑이 넘치는 사진첩을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게 바로 필름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처럼 수없이 셔터를 눌러댈 수가 없기 때문에 사진을 고르느라 시간을 빼앗길 필요가 없고, 디지털 카메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들을 남길 수 있다. 옛날 것, 오래된 것을 좋아해서 서까래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나에게 필름 카메라가 없었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아이들이 다 커서 앨범을 들춰보며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 좋겠다는 비논리적인 의식의 흐름을 거친 뒤 어느새 나는 당근마켓에서 ‘필름카메라’로 알림 설정을 해 놓고 알림이 울릴 때마다 확인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변 반응은 영 뜨뜻미지근. 남편은 이미 넘쳐나는 살림에 왜 쓸데없는(?) 물건을 보태느냐, 주변 사진가들은 ‘필카’는 이제 중고제품만 구입이 가능하고, 필름 가격과 현상비는 올라가기 때문에 가성비가 떨어진다, 친구들은 나처럼 게으른 데다가 바쁜 척하는 사람은 절대로 현상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말렸다. 그렇다고 포기는 없다. 내가 어릴 때 느꼈던 행복한 감정을 아이들도 느끼게 된다면 ‘필름 카메라 할애비’라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로망만 있고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아직까지 어떤 카메라가 더 좋은지 검색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당근마켓의 알림을 기다리며 이제까지 모은 정보들을 공유한다.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하여. 다시 말하지만 절대 필름 카메라가 갖고 싶어서는 아니다.


 Tip 
사진가들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정리한 중고 필름 카메라 고르는 노하우


초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필름 카메라
1 미놀타TC-1 The Camera No.1의 약자를 기종명으로 택했을 정도로 미놀타가 야심 차게 제작한 전자동 필름 카메라. 레트로 감성의 디자인에 잔고장이 없다.
2 콘탁스 T2 지드래곤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T3보다 가성비가 좋고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 콘탁스만의 아날로그 색감이 독보적.
3 라이카 미니룩스 자동 필름 카메라지만 미니룩스 주마릿 렌즈 특유의 색감과 뛰어난 해상력, 그리고 자연스러운 화각이 특징.

중고 카메라 구입할 때 주의점
중고 카메라는 오랫동안 방치돼 습기나 다양한 이유로 곰팡이나 부식이 잘 생기고 고장이 있을 수 있어 자동이든 수동이든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자동 필름 카메라는 부품이 고장 나 있을 확률이 높아 거래 시 양해를 구하더라도 셔터를 눌러보고 결정할 것.


‘장비발’은 세워야 제맛.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사진
엄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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