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블로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FEATURE

INTERVIEW

더 퍼스트 펭귄 최재영 대표의 의도한 경험의 탄생

On June 03, 2022

이어령의 저서 《젊음의 탄생》에는 펭귄 무리 중 가장 먼저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이 결국 무리를 이끈다는 말이 등장한다.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가 쏘아 올린 ‘경험하는 상공간’에 대한 신호탄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을 조금 바꾸어놓지 않았을까.

3 / 10
/upload/living/article/202206/thumb/51142-489536-sample.jpg

 

가장 우아하게 돈을 쓰는 방법은 뭘까? 많은 MZ세대가 이 질문에 간결한 대답을 내놓을 것 같다. “가치 있는 경험을 사는 거요.” 꼭 MZ세대가 아니어도, 우리의 소비 행위를 정의하는 범위와 소요 시간이 확장되고 있다. 상점에 들어가 돈을 지불한다는 건, 가게에 들어가 무언가를 주문하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비재를 받아서 즐기고 거기서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까지다. 다들 당연하게 경험을 소비한다. 이런 소비의 영역은 커피, 음식, 술, 책, 필기구까지 다양해졌다. 국내 소비 심리의 전환점에 관해 말할 때, 이 팀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퍼스트펭귄은 ‘가게란 무엇을 판매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그룹인 이들은 단지 공간을 디자인하는 팀만은 아니다. 이들은 소비자가 상공간에서 공간적, 경험적으로 어떤 정서를 지닐지 생각한다. 인테리어, 시공, 그리고 BX팀으로 구성된 회사 조직은 이들이 ‘경험적 관점에서 통합 설계’를 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Q 가장 최근 작업물로 알려진 건 경주에 있는 ‘최부잣집’의 새로운 공간인 ‘하우스 오브 초이’를 구획한 거예요.
네. 감사하게도 벌써 반응이 좋더라고요. 거기서 더퍼스트펭귄은 공간 레노베이션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어요. 라이프스타일 숍 챕터원의 오너로 잘 알려진 구병준, 김가언 대표님이 브랜딩을 맡으셨죠. 훌륭한 팀이랑 일한 만큼 우리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어요. 기분 좋은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담되는 프로젝트이기도 했거든요.

Q 경주라는 장소성과 상징성이 조금 부담스럽게 와 닿았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맞아요. 최부잣집은 경주 안에서도 한옥이 모인 마을인 교동 안에 있어요. 최부잣집의 가훈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동네뿐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꽤 무게 있는 상징성을 지닌 집안이죠. 요석궁이라는 한정식 집과 카페 이스트를 운영하고 있고요. 저희가 작업을 한 건 카페 쪽이에요. 교동 초입에 들어서면 이 카페가 보여요. 최근 복원된 월정교(통일신라 경덕왕 19년 궁궐 남쪽 문천에 지어진 다리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다리)와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벽돌 양옥이에요. 이 지대의 맥락을 잘 담기 위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Q 사진을 보니 붉은 벽돌 벽면이던데요.
맞아요. 사찰이나 옛 궁궐에 가면 나무 기둥들이 조금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있죠? 그 색과 가장 비슷한 빛을 내는 벽돌을 찾아 기와 지붕에 대한 연결성을 주었어요. 이 건물은 한옥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목 구조로 만들어 건물을 복원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한국적 패턴을 더했고, 미래를 은유할 수 있는 소재인 두꺼운 스테인리스를 끼워 넣어 건축 재료의 대비감을 살렸죠.

Q 예스러운 면이 있는 공간에 스테인리스를 쓴 게 인상적입니다.
저희는 이런 걸 ‘재료 분리’라고 해요. 특히 ‘하우스 오브 초이’는 최부잣집의 이야기가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곳이잖아요. 과거와 미래의 간극을 연결하는 가교적 프로젝트이기에 기와, 벽돌, 스테인리스로 그 시간성을 담아내는 것이 문맥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upload/living/article/202206/thumb/51142-489537-sample.jpg

Q 하우스 오브 초이 작업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더퍼스트펭귄이 만든 공간의 중심에 언제나 ‘경험’이 있어요. 보통은 어떤 식으로 상공간에서의 경험을 풀어내나요?
더퍼스트펭귄은 어떤 디자인 사조도 좇지 않습니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볼 뿐이에요. 예를 들어 공간을 설계할 때 브랜드의 슬로건에서부터 사용하는 기물, 그 안에서 서비스가 일어나는 방식 같은 걸 고민하죠. 최근 가장 맘에 들었던 작업인 윙야드 성수를 일례로 들게요. 낮에는 커피를, 밤에는 와인을 파는 이 가게에 들어서면 서버가 와인을 선택하기 전에 굉장히 많은 선택지를 주고, 시음해볼 수 있도록 해요. 그 과정에서 손님에게 ‘패스트 포트’라는 걸 주는데 그날 시음한 와인에 대한 라벨을 붙이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죠.


Q 그 모든 서비스를 디자인하나요?
네. 그게 저희의 일입니다.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루틴, 시스템, 패스포트, 라벨 프린트 까지 저희가 만들어요.

Q 더퍼스트펭귄은 브랜드와 공간의 연결에 대해 말하는 팀입니다. 브랜드와 공간의 교집합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기다움’이요. 브랜드는 결국 그걸 이끄는 사람의 고유한 캐릭터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상공간이 그 브랜드의 주인을 그대로 반영해야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된다고 봐요.

Q 상공간으로 유명한 더퍼스트펭귄인데요. 주거 공간은 디자인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어떤 선언적 마음으로 거부한 건 아니지만, 딱히 꼭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에요(웃음). 헤게모니의 문제인 것 같아요. 상공간은 클라이언트가 있지만 우리 팀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콘셉트가 생겨요. 주거 공간은 그렇지 않아요. 주인이 동그라미가 좋다는데 제가 네모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죠. 완전한 취향의 문제이니까. 누군가의 손발이 되기 보다는 가슴과 머리를 대신하고 싶어요. 이제는 우리만의 스타일을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어서, 조금씩 주택과 스테이 공간에 도전해보고 있어요.

Q 준주거와 주거가 일어나는 공간에선 어떤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자기다움’ 위에 군림하는 가치는 없다는 명제는 그대로일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주택을 함께 만드는 클라이언트와는 자주 여행을 다니면서 그를 알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준주거 형태인 스테이의 경우 방을 여러 개로 분리해 가족, 연인 단위의 손님만을 위해 만드는 대신 소규모 그룹이 워케이션을 하기에도 좋은 공간으로 산정하고 디자인했어요.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밀도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들이 지닌 과업들이 풀려나가기를 바랐죠.

Q 워케이션하기 좋은 스테이는 굉장히 생소해요. 보통 워크숍은 콘도 같은 곳으로 가죠.
클라이언트에게 쉬운 선택이 아니었겠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80평 정도 되는 주택 상업 공간을 스테이로 바꾸면서, 한 동에 3개의 방이 나올 수도 있는데 하루에 100만원쯤 하는 하나의 공간을 운영하는 게 언뜻 듣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공간에 대한 니즈는 분명해요. ‘우리끼리’ 있을 수 있는 담장 높은 스테이요. 커다란 수영장을 중심으로 침실, 다이닝, 거실을 구성해 10명 정도의 인원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는 환경을 고안한 거죠.

Q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짜릿하게 느끼는 순간은 언제예요?
운동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느낄 압도적인 보람과 희열은 없는 것 같고요(웃음). 우리가 하는 일이 긍정적이고 보람된 일이구나 천천히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프로젝트가 끝난 직후는 절대 아니고, 5년쯤 지났을 때요. 이 기간이 지나면 이제 공간이 사용되고, 장소로 자리 잡고,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기 시작하거든요. 기물에는 시간의 때가 좀 묻고, 어딘가 페인트도 좀 벗겨지고, 빛에 색이 좀 바랜 구석도 있고요. 이때는 정말 여기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나 1년에 한두 번쯤은 꼭 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이 돼요. 이때 가서 봐야 보람이 느껴져요. 얼마 전 ‘파치드 서울’에 들렀는데 딱 그 시기를 마주했더군요.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 초고층 건물을 하나 짓는 것보다 여러 개의 작은 골목에 우리가 만든 공간이 있는 게 훨씬 보람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도시를 바꾸는 일이고, 더퍼스트펭귄이 지향하는 바의 정확한 지점인 것 같아요.

이어령의 저서 《젊음의 탄생》에는 펭귄 무리 중 가장 먼저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이 결국 무리를 이끈다는 말이 등장한다.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가 쏘아 올린 ‘경험하는 상공간’에 대한 신호탄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을 조금 바꾸어놓지 않았을까.

CREDIT INFO

에디터
박민정
사진
김민은

LIVINGSENSE STUDIO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