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면서 오래 살던 집이 좁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배우 하도권은 고치고 수선해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를 선택했다. 살수록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배우 하도권 가족의 집.

이사 대신 새로운 추억을 만들다
드라마 <우월한 하루>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하도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는 요즘 여러 개의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집은 그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아내 여민정 성우와 중고등학생인 두 아이와 7년 동안 살던 아파트는 공간 효율이 낮고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지면서 이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구해줘 홈즈>에 함께 출연한 공간 디자이너 조희선 대표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고, 디자이너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최상의 레이아웃을 제안했다.
“4인 가족이 거주하기에 적당한 아파트였지만 부부가 사용할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부족했거든요. 정든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부부와 청소년 자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레이아웃 개편이 필요했어요. 우선 침실 크기를 줄이고 드레스 룸을 넓혀 그 안에 작은 서재를 만들었어요. 불규칙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배우와 아내가 서로의 생활 패턴을 침해하지 않고 지낼 수 있게 됐죠. 다이닝 공간의 중앙에 일자형 아일랜드를 설치하고 앞쪽에 식탁을 배치해 온 가족이 소통하며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게 제안했어요.”
집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한 하도권은 기성복만 입다가 맞춤형 양복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덕분에 지난 7년간 쌓은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그동안 어떤 것들이 불편했고,
앞으로 개선할 것들을 고민하다 보니, 우리 가족의 삶도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리모델링한 집에서 생활해본 소감이 어때요?
처음엔 삐걱거리고 고장 난 부분들을 좀 손보려고 했는데, 조 대표님을 만나고 공간만이 아닌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그동안 살면서 불편했던 것, 바라는 것들을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게 된 거죠. 저희의 바람을 반영한 레이아웃을 받았을 때 정말 신기하고 좋더라고요.
집을 고치기 전에 어떤 것들을 원했어요?
원래는 낡은 것을 수리하고 방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사도 고민했고. 하지만 우리 가족의 7년 추억이 이 집에 남아 있고, 주변의 자연이 좋아서 떠나지 못했어요. 저와 아내의 집에 대한 가치관이 좀 비슷해요. 아름다운 건축물이거나, 비싼 집이어도 좋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보낸 시간과 추억들을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리모델링을 결심했을 때 그동안 불편했던 걸 참고 살았으니까 이제는 모두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라면 바랄 게 없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예요?
레이아웃을 바꾸면서 침실 내부에 드레스 룸과 작은 서재가 함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곳을 저와 아내의 개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무래도 대본 연습할 일이 많은데 그 전에는 혼자서 있을 만한 공간이 없었거든요. 혼자 차에 가서 대본 연습한 적도 많아요. 아내에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했을 거예요. 서로의 상황에 맞춰가며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니까 정말 편리하고 좋더라고요
다른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집을 산뜻하고 편리하게 바꾸니까 아이들도 좀 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간식도 방으로 가져가서 문 닫고 먹던 아이들이, 주방 구조가 바뀌고 아름다워지니까 직접 요리도 하려고 하고, 식탁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는 시간도 길어지더라고요. 사춘기 아이들이 거실에서 엄마 아빠랑 시간을 보낸다는 건 고마운 일이거든요(웃음).
거실의 피아노 위 숨어 있는 수납장이 재미있더라고요.
저에겐 특별한 피아노예요. 30년 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어머님이 사주셨어요. 저 피아노와 함께 대학도 가고, 학생들 레슨도 하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밑천이 되어주었기에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도 틈틈이 연주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원래는 나무색이었는데 리모델링할 때 집 전체 분위기와 맞춰서 흰색으로 리폼했어요. 피아노 위쪽에 제작한 선반에는 제가 예전부터 아끼던 책과 소품들을 넣어두고 제 추억을 담은 장이라고 불러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오래 살던 집이 좁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배우 하도권은 고치고 수선해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를 선택했다. 살수록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배우 하도권 가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