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루 박수철 대표는 컬렉팅의 경험으로 더 나은 삶을 산다고 믿는다.
WE ART PIECE WE FIRST MET
나의 첫 예술 작품
누구에게나 살다 보면 운명적인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
6인의 컬렉터와 이들이 만난 첫 번째 예술 작품을 소개한다.

제게 컬렉팅은 잠깐 멈춰 있어도 괜찮고, 삶의 작은 불균형 또한
감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준 친구예요.

Q 첫 번째 컬렉팅이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었다니 놀라워요.
첫 번째 컬렉팅은 우연이고 행운이었어요. 거리를 걷다가 재미삼아 서울옥션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당시 함께 있던 친구에게 “여긴 우리 같은 사람이 갈 데가 아니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미술관에서만 보던 대단한 작품들에 가격표가 걸려 있던 걸 보고 기분이 묘했죠. 당시에 봤던 그림 하나가 5억, 6억쯤 했으니 정말 구경만 할 수 있었어요. 당시 거기서 만난 김승엽 선임이 호기심을 갖는 저를 보고 아래층에 가면 조금 더 어포더블한 작품이 있으니 구경해보라고 친절히 안내해줬고,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을 봤어요. 평소 좋아하던 작가인데, 이런 그림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죠.
Q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당시 저를 안내해줬던 김승엽 씨가 제가 이우환 작가를 보고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고, 구경 삼아 경매에 참석해보라고 제안했어요. 몇 번인가 구경을 갔던 어느 날, 응찰을 한 이가 없는 이우환 작가의 그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덕분에 응찰 시작가에 그림을 구매할 수 있었어요.
Q 왜 응찰이 붙지 않았을까요? 이우환 작가인데.
작품을 구매한 후 예술을 잘 아는 형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수철아 이건 좀…”이라고 말끝을 흐리더군요. 저 역시 ‘작가이 이걸 그린 걸까, 실수로 점을 찍은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 아마도 전문가들이 봤을 때는 투자 가치가 높은 작품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상관 없었어요. 저에겐 큰 의미였으니까요. 집에 작품이 있으니까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리기도 했고요.
Q 어떤 세계가 열렸나요?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의 낯선 얼굴들이요. 집에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고, 꼼꼼히 뜯어볼수록 다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 것들이 다 비현실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죠. 작품에 대해서 이런 인상을 갖게 되다 보니, 전에는 피상적으로 이해하던 이우환 작가의 철학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게 됐어요. 관련 영상과 국내, 해외 도서는 전부 다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Q 그렇게 시작한 컬렉팅이 원화와 판화까지 거의 30여 점이나 되었네요. 어떤 경로들을 이용했나요?
이우환 작가를 시작으로 크리스토 자바체프, 팀 아이텔, 데이비드 호크니, 구마 겐고까지 다양한 원화와 판화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2차 시장에서 구입을 하거나, 작가에게 직접 구매하거나, 해외 갤러리에 직접 연락을 하는 등 방법도 다양해졌죠.
Q 아트 컬렉팅은 정말 좋은 취미이지만, 소장하고 즐길수록 나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일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도 저는 이 작품을 만난 순간의 기쁨, 이후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더 가치를 둬요. 그림이 비싸다 보니 사고 나면 한동안 진짜 열심히 살게 되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지갑은 얇아질지언정 경험은 더욱 풍부해지니 괜찮아요. 컬렉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연을 맺게 되고, 그로 하여금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하며 성장하기도 하니까요.
Q 어떤 경험들을 했나요?
작가와 직접 만나 우정을 쌓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받기도 하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의 도움으로 예상치 못한 전시나 경험에 초대받기도 해요. 특히 타셴(TACHEN)의 브이아이피 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거의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데이비드 호크니와 구마 겐고의 도서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신기했죠.
Q 수철 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컬렉팅을 해봤잖아요. 초심자에게는 어떤 방법이 더 좋을까요?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데 너무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원화를 사기 전에 판화를 먼저 들이는 것도 좋은 듯해요. 나 자신의 취향과 컬렉팅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좋아요. 제 경우 스피크이지썸띵의 리아 대표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ABOUT COLLECTOR
브랜딩 컴퍼니 쓰쿠루의 수장인 박수철 씨는 그동안 양평 하우스베이커리, 버핏서울, 한남동 웰페리온 등 감각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암체어 LC2를 집에 들인 후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이해했고, 자연히 예술로 관심이 흘렀다. 그는 열심히 일하고, 때로 훌쩍 여행을 떠나며 삶의 경험을 확장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쓰쿠루 박수철 대표는 컬렉팅의 경험으로 더 나은 삶을 산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