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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살이

로망을 현실로, 만춘서점

On November 30, 2021

번잡스럽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명확한 시골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 많은 사람들이 워너비로 꼽는 삶의 형태다. 요즘 큰 화두인 ‘파이어족’이 되면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파이어족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얻은 상태로 조기 퇴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노동하지 않는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그들은 용기 있고 삶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래서 더 건강한 또 다른 의미의 ‘파이어족’이었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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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쉬기 위해선 나 자신을 일터로부터 멀리 떨어뜨려놓아야 했어요. 상상 속 제주는 그저 이국적인 휴양지였고,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꿈같은 땅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집을 짓자마자 태양열 집열판이 바람에 날아가 옆집에 떨어지기도 하고,집안에서 거대한 지네가 나오기도 했고요. 이제는 오히려 육지에 가면 멀미가 나는 것 같아요. 또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르지만, 1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제주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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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UN BOOK STORE

16년간 달려오던 바쁜 삶을 뒤로하고 제주로 떠나 만춘서점을 운영 중. 나만의 책방을 열고 싶다는 로망을 이루고, 떠나오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여유를 만끽하며 산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만춘서점 옆에 만춘극장을 만들겠다는 행복한 꿈도 꾼다. 


16년간 출판과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던 이영주 씨의 삶은 제주로 떠나온 뒤 완전히 달라졌다. “갔다 오더라도 가!”라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무작정 떠났고, 2년을 계획했던 그녀의 제주 생활은 어느덧 10년을 맞이했다. 도서관과 작은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꾸리다 결국 서울 집을 정리해 꿈꾸던 작은 건물을 짓고, 책방을 운영하며 나이 들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으로 만춘서점을 열었다. 알람 없이 느지막이 일어나 차를 끓이고, 책방에 앉아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매일. 치열했던 서울에선 꿈꿔보지 못했던 그녀의 느린 하루는 창밖의 야자수처럼 흐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여유롭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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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크게 틀고 거실의 큰 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바라볼 때 도시와 다른 자유로움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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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게 된 과정
시간이 흐를수록 집이라는 공간이 점점 중요하게 느껴지고 건축에 대한 로망은 점점 커졌다.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사람들이 한평생 살면서 상상 속에서 지었다가 허무는 집의 수가 600여 채는 된다더라. 나는 그 두 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늘 살고 싶은 집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다 마침 곁에 건축가 친구가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소개받아 큰 무리 없이 집을 지었다.

가장 사랑하는 시간
서점 영업을 마치고 맥주 한 잔에 음악을 곁들일 때. 주변에 집들이 없어 음악을 크게 틀어놔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도시에 살 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먹고 마시기도 하고, TV 앞에서 깔깔대기도 한다. 집이 주는 행복이 그때그때 다르다. 거기에 제주라는 특수성을 더한다면, 거실 창밖의 야자수를 바라볼 때 ‘아, 정말 좋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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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제주살이 생존법
뭘 해서 먹고살지 늘 고민했다. 무작정 쉬고 싶다는 생각에 제주에 왔고, 일을 한다는 생각보단 쉰다는 생각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일했으니까. 아직은 내 도움이 필요한 가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서울 집을 정리한 뒤 지은 작은 건물 1층을 임대 주고 그 수익을 어머니께 보내드린다. 나는 책방 수익으로 살고 있다. 넉넉하진 않지만 혼자 먹고 마시며 지내기엔 충분하다. 수입이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맞춰 살면 되니까.

서점이어야 했던 이유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무렵 어쩌다 보니 도서관에서 1년, 동네 책방에서 10개월 정도 일했다. 16년간 책을 곁에 두고 일했는데,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도 책 주변을 기웃거린 거다. ‘어디에 사는지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주살이가 알려줬고, 내 책방을 운영하며 나이 들어가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됐다. 제주까지 발걸음 해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좋은 추억들이 쌓여가고 있다. 책방을 열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도 생기면서 책방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꾸준히 문을 열고 자리를 지키는 것.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하다. 현재 만춘서점은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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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스럽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명확한 시골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 많은 사람들이 워너비로 꼽는 삶의 형태다. 요즘 큰 화두인 ‘파이어족’이 되면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파이어족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얻은 상태로 조기 퇴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노동하지 않는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그들은 용기 있고 삶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래서 더 건강한 또 다른 의미의 ‘파이어족’이었다. BRAVO MY LIFE!

CREDIT INFO

에디터
한정은, 장세현
사진
이지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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