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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살이

칠드런 아티스트, 한예롤

On November 29, 2021

번잡스럽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명확한 시골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 많은 사람들이 워너비로 꼽는 삶의 형태다. 요즘 큰 화두인 ‘파이어족’이 되면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파이어족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얻은 상태로 조기 퇴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노동하지 않는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그들은 용기 있고 삶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래서 더 건강한 또 다른 의미의 ‘파이어족’이었다.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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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온 분들은 다 같을 거예요.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는 청명한 하늘도, 무수한 별이 떠 있는 밤하늘도 아름답죠. 야자나무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파도 소리도 감동스러워요. 공간이 넓어지고 자연을 가까이하는 만큼 작품 세계도 훨씬 넓고 깊어졌습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굳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보이는 것만큼만 캔버스에 옮겨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깨달았어요.

HAN YE LOL

아이들의 순수함을 사랑하는 칠드런 아티스트. 2019년 7월에 제주에 내려왔다. 하늘, 바람 등 제주의 자연을 가장 사랑하는데, 그중 땅의 기운이 오감으로 느껴진 영적인 경험은 잊지 못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스케치북 위로 가져오는 칠드런 아티스트 한예롤 작가. 작업의 결과물뿐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소통하고 아이들이 직접 작업을 하도록 이끌어내는 모든 과정도 그녀가 말하는 칠드런 아트의 한 부분이다. 때문에 그녀에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아이들과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던 그녀가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은 즉흥적이었다. “원래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우연히 내려온 제주에서 아이들과 다 같이 운동회를 해도 될 만한 집을 발견하고 바로 그 다음 주에 이사를 했을 정도로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됐어요.” 그녀와 아이들을 조건 없이 따뜻하게 보듬어준 제주의 자연 덕분에 그들의 작품 세계도 무한하게 확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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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니 일상에 여유가 생겼어요. 그만큼 아이들과 작품에 집중하고 저를 돌볼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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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달라진 점
낮에 마당에 매트를 깔고 내리쬐는 햇빛의 따스함을 즐기면서 앉아 있다가 땅에 손을 짚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땅이 숨 쉬는 게 느껴졌다. 그때가 봄이었을 거다. 땅의 기운을 받는 나무와 식물을 비롯해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고선 작업실에 들어섰는데, 작업실 벽과 바닥에 남은 물감의 흔적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루 중에 그 무엇보다 많이 쓰는 게 물감인데,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물감의 색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굳이 머리를 굴려가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단순해졌다.

현실적인 문제
이곳은 제주시에서 만든 예술인의 마을이라 입주 절차가 까다로웠다. 우리보다 앞서 200팀이나 면접을 봤는데 모두 승인이 나지 않아 2년 동안 빈집으로 있었다고 한다. 열심히 면접을 준비한 결과 다행히도 좋은 결과가 있었고, 이 집을 본 지 일주일만에 이사를 왔다. 먹고사는 문제도 잘 해결됐다.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나는 다행스럽게도 서울에서 하던 작품 활동을 계속, 오히려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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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점
풍경이 동남아같이 이국적이어서 처음 이사 오고 나서 여름 내내 동남아 어느 나라에 여행 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도 예쁘고 바람 소리도 정겹다. 밤에는 별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바다가 있는 것도 정말 좋다. 캠핑카에 테이블과 의자를 챙겨서 가까운 바닷가로 나가 샌드위치를 먹고 오기도 하고, 노을이 예쁘게 질 것 같으면 바닷가에서 술 한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도시보다 삶이 심플해진 대신 자연과 함께하는 재미가 크다. 누가 마당에 말을 데리고 와서 말 크로키를 그린다고 상상을 했겠는가.

하루의 루틴
제주에 내려오니 생활이 심플해지면서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LP 플레이어로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신다. 때로는 마당에 앉아서 모닝 커피를 즐기거나 나무 사이에 매어놓은 해먹에 누워 있기도 한다. 저녁 8시만 돼도 주변이 깜깜해져 할 일이 없다. 캠프파이어를 하듯 화로에 불을 피워놓고 불멍을 하거나 별을 바라보며 술 한잔하는 것이 이곳에 와서 달라진 일상이다.

번잡스럽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명확한 시골에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삶. 많은 사람들이 워너비로 꼽는 삶의 형태다. 요즘 큰 화두인 ‘파이어족’이 되면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파이어족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얻은 상태로 조기 퇴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노동하지 않는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그들은 용기 있고 삶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그래서 더 건강한 또 다른 의미의 ‘파이어족’이었다. BRAVO MY LIFE!

CREDIT INFO

에디터
한정은, 장세현
포토그래퍼
이지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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