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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아·허남훈 부부의 바운더리스 라이프

On October 05, 2021

작가 겸 배우 김모아와 영상감독 허남훈 부부는 제주와 서울에 집이 있다. 이들이 도시와 섬에 집을 두는 복수 거점의 삶을 1년간 살아보기로 한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기 때문도, 직업적으로 필요해서도 아니다. 영화 <노매드랜드>가 떠오르는 밴에서 보낸 1년간의 생활, 그 이후에 이어진 프랑스 시골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들. 누구나 꿈꾸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실제 이야기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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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부. 김모아 작가와 허남훈 감독은 올봄 이곳에서 해바라기처럼 햇살을 쬐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다.

뒷마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부부. 김모아 작가와 허남훈 감독은 올봄 이곳에서 해바라기처럼 햇살을 쬐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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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다이닝 룸. 테이블과 의자는 전 주인이 썼던 것이고, 천장에 달린 조명등은 부부가 가지고 있던 것. 두 사람은 시장에서 광목을 사다 손바느질을 하고 조명등의 싸개를 만들었다.

김모아, 허남훈 부부의 집은 제주 동쪽의 시골 마을에 있다. 버스가 하루에 서너 대쯤 다니는 시골, 골목을 지나 더 좁은 골목에 있다. 흙을 밟고, 귤밭과 돌담집을 지나면 파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돌담집이 나온다. 부부는 마당으로 나와 두 손을 흔들며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자잘한 자갈을 깐 앞마당을 지나 들어선 집은 명상을 위한 공간처럼 보였다. 사사로운 집기나 장식을 위한 가구가 없는 말간 집이었다. 시장에서 광목을 사다가 손바느질로 만든 커튼과 조명 갓, 소박한 4인용 식탁, 희고 깨끗한 접시…. 부부는 옆 동네 친구가 준 청귤로 만들었다는 시원한 차, 옆옆 동네 사는 친구가 구워 줬다는 파운드케이크를 권했다.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한 눈길을 보내며, 긴긴 이야기를 나누는 20년 차 커플. 이들의 대화는 대개 ‘어떤 삶을 원하는지’로 귀결된다고 한다. 그때마다 부부는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여러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걸 반드시 행동에 옮기며 살고 있다. 그렇게 4년 전엔 밴에서 한 해를 보냈고, 이후엔 프랑스의 시골 아무샹에서 한 달 반을 보내기도 했다.

김모아와 허남훈 부부는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책, 영상, 음악으로 기록해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Le son du Couple(커플의 소리)>에서는 두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부부는 다거점 생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김모아, 허남훈 부부는 지난 1월부터 한 달 중 3주는 제주에서, 1주는 서울에서 지낸다. 하나의 거점에서 느낄 수 있는 공허함을 또 다른 거점으로 이동해서 채운다.

얼마 전 이들이 펴낸 책 《Conte D’Hiver(겨울 이야기)》에는 이 삶을 선택하기로 한 과정과 결과가 녹아 있다. 프랑스의 예술영화 양식인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연작에서 영감을 얻어 봄, 여름, 가을 편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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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청귤차를 만드는 김모아 작가. 최근 사계절 연작의 ‘봄’ 편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옆집 할머니가 주는 고추랑 양파만 먹어도 행복해하면서 살 거라 생각하신다면 오해예요.
이렇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골과 도시에서 살아도 삶의 축이 달라지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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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는 갖고 있는 짐이 많지 않다. 현관 앞에 있는 신발장 겸 수납장에 놓은 기물들은 부부가 자주 사용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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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정돈된 흰 접시와 요리에 꼭 필요한 몇 가지 도구만이 놓인 간결한 주방.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건 대개 허남훈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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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훈 감독의 작업실 한쪽에 놓인 책과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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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음악을 만드는 허남훈 감독의 작업실에는 여러 기물과 그동안 작성해온 글, 책을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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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음악을 만드는 허남훈 감독의 작업실에는 여러 기물과 그동안 작성해온 글, 책을 보관했다.

취미로 음악을 만드는 허남훈 감독의 작업실에는 여러 기물과 그동안 작성해온 글, 책을 보관했다.


로드맵을 없앤 삶에도 무게는 있다.

늦여름에 겨울을 이야기하는 책을 냈네요. 모아 겨울을 겪지 않고는 봄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험난한 걸 겪고 나면 반드시 봄이 오잖아요. 시국과 모두의 상황에 빗대어 이 계절에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인을 요청하는 독자가 있으면 꼭 ‘긴 겨울 끝에 반드시 봄은 오고’라고 적어 드려요. 겨울에 관한 책을 덮으면서 저희에게도 봄이 왔듯 독자에게도 그런 상황이 왔으면 해요.

책에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이 집에 반해버렸다고 쓰여 있어요. 어떤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나요? 남훈 주방과 거실을 연결하는 복도에 있는 소파 사진이에요. 제주에 살면 꼭 구옥에 살아보고 싶었어요. 서까래가 드러나 있고, 높은 창을 통해 볕이 드는 사진이었죠. 저희는 컬러가 많은 공간을 좋아하지 않아서 패브릭으로 갈무리를 했고, 벽에 있는 흠집을 메꾸미로 가리는 등 약간 손을 봤어요.

집이 정말 깨끗한데요. 항상 이런 편인가요? 남훈 네, 원래 집에 짐을 많이 두는 편이 아닌 데다 모아 씨는 어머니를 닮아서 정리하는 걸 좋아하고, 저는 청소기 돌리는 걸 좋아해요. 최고의 짝꿍인 거죠(웃음).

벌써 이 집에서 세 계절을 살았어요. 살아보고 나니 이 집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모아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겨울을 다른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해 잠을 자는 계절이라고 생각해 왔는데요. 제주에 있는 이 집에서 보내는 모든 계절을 즐기게 됐어요. 겨울에 나무가 앙상해지는 것을 보면서 겨울임을 느끼고, 봄이 되어서 볕이 따뜻해지면 뒷마당에 나가 해바라기처럼 볕을 맞고, 마당에 가득 자란 잡초도 정리하고, 자전거도 타고, 원래는 겁이 났던 바닷가 물놀이도 하고요. 정말 부지런히 다니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아요.

왜 복수 거점의 삶을 살기로 했나요? 남훈 프랑스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가 시골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 걸 알았어요. 한적한 거리와 조용한 공간에서 감각이 확장되고, 감성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래서 서울과 제주, 두 곳에서의 삶을 모두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예요.

지금 사는 방식의 장점은 뭔가요? 모아 확실한 장점은 지금 내게 필요한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주는 굉장히 느리고,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요. 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요. 이곳에 어느 정도 머물다 보면, 도시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서울은 대개 ‘바쁘고, 각박하고, 화려한’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 대도시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시골에서의 삶을 환기하기 위해 나오면 ‘활기’라고 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서울에서 다시 며칠을 살고, 다시 회색 도시로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제주로 내려오는 거죠. 빛과 소리 공해로부터 탈출해 저녁 비행기를 타고 깜깜하고 고요한 이곳에 도착하면 마음이 놓여요. 그러니 이 생활은 하나의 거점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다른 거점에서 채울 수 있는 수단인 거죠.

정말 이상적인 것 같아요. 남훈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해야 해요.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도 해야 하죠. 떠돌거나 잠시 머무는 형태로 삶을 살아보니, 우리가 경험하고 싶은 것을 경험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장점은 분명하죠. 그렇다고 저희가 ‘너무 좋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볕을 즐기자’며 한량처럼 살거나, 옆집 할머니가 주는 고추랑 양파만 먹어도 행복해하면서 살 거라 생각하신다면 오해예요. 이렇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골과 도시에서 살아도 삶의 축이 달라지지 않는 거죠.

복수 거점의 삶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나요? 남훈 첫째는 당연히 비용이에요. 집이 2개이니 세금도, 집세도 두 배예요. 이동을 해야 하니 비행기와 대중교통 비용이나 렌터카 비용도 듭니다. 모아 복수 거점을 할 도시에 반드시 애정이 있어야 해요. 우리가 제주에 애정을 갖고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여기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함께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로 얽혀서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복수 거점의 생활이 아주 힘들었을 거예요. 생판 모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골이었다면 살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 거점 생활은 여전히 추천할 만한가요? 모아 네, 저희는 복수 거점 생활을 하기 위해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요. 일을 더 많이, 열심히 해야 하니 집중해서 일을 하다, 쉬는 시간엔 산으로 바다로 나가 열심히 그 시간을 누려요. 이런 방식으로 ‘지금’을 정성껏 살면, 내일을 사는 데 좋은 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어떤 거점에 가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여러분만의 생활 방식이 있나요? 모아 매일 아침 커피 한 잔, 매일 저녁 와인 한 잔 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웃음).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모아 ‘집’이 꼭 물리적인 걸 뜻하진 않으니까, 제게 집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 오빠, 아빠, 아들 같기도 한 남편이에요. 남훈 우리가 함께 있으면 어디라도 그게 집이죠. 모아 그렇다고 물리적인 집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나이를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사 걱정 없이 몸을 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질 때가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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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 걸린 부부의 또 다른 저서 《아무샹》의 표지.

작가 겸 배우 김모아와 영상감독 허남훈 부부는 제주와 서울에 집이 있다. 이들이 도시와 섬에 집을 두는 복수 거점의 삶을 1년간 살아보기로 한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기 때문도, 직업적으로 필요해서도 아니다. 영화 <노매드랜드>가 떠오르는 밴에서 보낸 1년간의 생활, 그 이후에 이어진 프랑스 시골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들. 누구나 꿈꾸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실제 이야기가 궁금했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김민은(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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