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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자코모 발라의 손길로 완성된 로마의 아파트

On September 17, 2021

20세기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의 집. 화가 자코모 발라의 손길로 완성된 로마의 아파트는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듯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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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발라의 딸 엘리카가 사용하던 방. 그에게 집이란 예술 세계를 일구는 실험실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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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발라에 존재하는 모든 오브젝트는 자코모 발라의 미학을 담고 있다.발라의 딸 루스의 방에 놓인 유리병도 마찬가지. 기하학적인 패턴을 그려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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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간과 비교해 차분한 분위기의 파스텔톤 주방.

일상의 오브제도 예술작품처럼

테베레강에서 멀지 않은 로마의 어느 골목, 1900년대 초반 건설된 별 특색 없는 중산층 아파트 4층에 이탈리아의 미래주의 아티스트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가 창조한 그만의 우주가 비밀스럽게 담겨 있다. 수많은 오브젝트가 한데 모여 이루는, 독특하고 만화경 같은 카사 발라(Casa Balla).

“예술은 박물관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삶은 예술을 포용해야 합니다.”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던 자코모 발라는 ‘지속적인 창의’라는 미래주의 관념에 따라 자신이 생활하는 평범한 아파트를 살아 있는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바닥부터 벽지와 천장을 가리지 않고 빈 공간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 찬장 등의 가구들을 직접 디자인했으며, 그릇과 각종 도구, 심지어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장식했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예술작품처럼 다룬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발라는 집 안 곳곳에 회화작품, 드로잉, 조각상을 배치하고, 심지어 자신과 딸들이 입을 옷도 직접 구상하고 바느질까지 해 착용함으로써 공간에 머무는 자신 또한 예술의 일부로서 존재하도록 계획했다. 카사 발라에 한걸음 들어서면 마치 그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환영의 인사를 건넬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도 이러한 완벽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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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컬러감과 기하학적인 패턴이 인상적인 화장실 인테리어.

화려한 컬러감과 기하학적인 패턴이 인상적인 화장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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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경쾌한 패턴과 색감의 복도. 카사 발라의 첫인상으로 환상적인 공간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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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발라가 직접 구상하고 바느질까지 한 오리지널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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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이주한 뒤 자코모 발라의 두 딸 엘리카와 루스는 평생 동안 이 집에서 거주했다. 엘리카와 루스가 화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카사 발라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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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발라의 방. 국립로마현대미술관에서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소품을 포함해 자코모 발라의 스케치, 드로잉, 회화작품 등을 올해 11월 21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루스 발라의 방. 국립로마현대미술관에서 집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소품을 포함해 자코모 발라의 스케치, 드로잉, 회화작품 등을 올해 11월 21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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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감과 유기적인 형태의 문양이 입체감과 동시에 혼란을 주는 공간. 발라는 이 서재에서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삶의 공간이자 창의적인 실험실

낡은 메인 도어를 열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파스텔톤의 좁고 기다란 복도. 순식간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훅 빨려 들어갈 듯한 카사 발라만의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기하학적 패턴의 타일 바닥과 양쪽 벽에 그려진 아메바 모양의 유기적 형태들이 춤을 추듯 경쾌하다. 위쪽의 수도관과 불필요한 장치들은 회화작품 뒤에 감쪽같이 숨겼으며, 천장의 조명조차 벽지와 같은 모양의 플렉시 글라스 소재로 완성해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파격적인 붉은 색감의 서재에서부터 두 딸 루스와 엘리카의 방, 우아한 주방과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발라의 미학이 담기지 않은 공간은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오브젝트에 페인트칠을 하고, 깎고, 천을 씌우고, 마침내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의 물건들은 예술작품이자 집의 구성 요소로서 존재의 이유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사실 카사 발라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1871년 북부의 토리노에서 태어난 자코모 발라는 로마로 이주한 후 1929년부터 1958년까지 이 집에서 말년을 보냈는데, 역시 화가로 활동했던 두 딸이 사망하면서 관리가 끊긴 것. 그러던 중 자코모 발라 탄생 150년을 맞이한 2021년, 국립로마현대미술관(MAXXI)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의 아파트 또한 디테일한 복원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됐다. 20세기 초 자코모 발라의 영혼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은 것과 다름없는 카사 발라의 복원으로 21세기의 우리는 그만의 창의적인 세계에 초대받아 차원이 다른 공간을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20세기 이탈리아 미래주의 화가의 집. 화가 자코모 발라의 손길로 완성된 로마의 아파트는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듯 황홀하다.

CREDIT INFO

기획
권아름 기자
진행
함희선(프리랜서)
사진
Foto M3Studio Courtesy Fondazione MAXXI © GIACOMO BALLA, by SIA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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