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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On September 16, 2021

1년의 사계, 이십사절기. 대략 보름마다 바뀌는 절기에 따라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달라진다. 자연이 주는 대로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흙을 빚어 그릇을 굽는 삶. 도예가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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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우연한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도 따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힘들지만 여전히 흙을 발로 밟아 숙성시키고 나무 물레를 차고 장작 가마에서 그릇을 굽는다.

자연이 주는 우연한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도 따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힘들지만 여전히 흙을 발로 밟아 숙성시키고 나무 물레를 차고 장작 가마에서 그릇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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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지 않게 그릇 이야기를 하고자 음식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신경균 작가는 얼마 전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브.레드)라는 책을 출간했다

절기 맞춰 사는 느린 삶

어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전문가를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른다. 고려 다완을 재현한 아버지 고(故) 신정희 선생의 가업을 이어받아 한평생 전통 방식으로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신경균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독일 대통령에게 그의 달항아리가 선물로 전달됐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그의 작품들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옛 도공이 하던 대로 나무 물레를 차고, 몇 날 며칠 눈이 시리도록 장작 가마를 땐다. 이런 불편한 방식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먹고사는 일도 그릇 빚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저 절기에 맞춰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단순하게 조리해 수수한 집밥을 먹을 뿐이다. “제철에 나는 것은 풍성합니다. 싱싱한 제철 재료들은 굳이 화려하게 양념을 보태거나 조리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이 나죠. 세월 따라 양념과 조리법이 달라지지만, 절기에 맞춰 음식을 챙겨 먹는 본질은 그대롭니다.”

그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 부지런히 흙일을 마치고 난 뒤 새벽 시장으로 향한다. 장에 나온 제철 재료를 보고 나서 그날의 밥상을 정한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이런 루틴 덕분에 그는 제철 식재료의 도사가 됐다. 참꽃이 필 때 바지락을 먹고, 벚꽃잎이 흩날릴 때는 햇녹차를 마신다. 여름 빗소리를 들으려고 파초를 심고, 가을 햇살 아래에서 능이버섯을 다듬는다. 빠르고 편리한 시대에는 잊혀진, 한때는 당연했던 일상 속 묘미를 여전히 즐기고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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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 무침

전어회 무침

15cm 정도 되는 크기의 전어로 회무침을 만들어서 샐러드처럼 먹거나, 뜨거운 밥 한 공기에 듬뿍 올려 비빔밥으로 먹지요. 밭에서 자란 상추를 포기째 넣고, 가을의 햇배나 홍옥을 채 썰어 넣으면 이만한 가을 먹거리가 없습니다.

재료
전어 500g, 양념장(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매실액 ½큰술씩, 식초 4큰술, 설탕 1큰술), 양파·적양파 ¼개씩, 쪽파 10대, 깻잎 10장, 상추 5~6포기, 무 250g, 배·사과 적당량씩, 참기름·통깨 약간씩

만들기
1_전어는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비늘을 벗긴 뒤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다.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고 0.5cm 굵기로 어슷썬다.
2_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_양파는 채 썰고, 쪽파는 5cm 길이로 썬다. 깻잎과 상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무와 배, 사과는 굵게 채 썬다.
4_볼에 전어와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 뒤 ③의 채소를 넣어 버무리고 참기름과 통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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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물

박나물

박이 여리면 날것 그대로를 볶고, 좀 여물었으면 한 번 데친 후 볶아요. 바쁠 때는 칼질할 필요 없이 숟가락으로 뚝뚝 퍼서 볶아도 먹음직스럽죠. 모자라는 간은 소금으로 맞춰도 되고, 색이 좀 진해져도 괜찮다면 국간장으로 맞춰도 좋습니다.

재료
박 300g, 쪽파 적당량, 소금·참기름·다진 마늘 약간씩, 바지락살 100g, 국간장 ⅓큰술

만들기
1_박은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썬다. 쪽파는 3cm 길이로 썬다.
2_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박을 넣어 30초간 데친 후 체에 밭친다.
3_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바지락살과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 ②의 박을 넣어 볶으며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4_③에 쪽파를 넣고 한 번 더 볶은 다음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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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식자재가 중요하듯 그릇도 좋은 흙이 기본이다. 부지런하게, 까다롭게 고른 좋은 흙을 정성껏 다듬고 물레질을 하고 가마에 구워야 비로소 좋은 그릇이 된다.

음식에서 식자재가 중요하듯 그릇도 좋은 흙이 기본이다. 부지런하게, 까다롭게 고른 좋은 흙을 정성껏 다듬고 물레질을 하고 가마에 구워야 비로소 좋은 그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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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면서도 고아하게 꾸민 신경균 작가의 옥인동 한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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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기에 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최고라는 신경균 작가는 새벽 2시에 시작한 흙일이 끝나면 시장에 나가 아침 먹거리를 구한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므로 계절과 절기에 맞춰 그릇을 빚는 그에게는 좋은 공부이기도 한 셈이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시장에서 가덕대구나 송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호래기(꼴뚜기)를 보면 어머니를 떠올리며 맛있게 먹습니다. 음식은 함께 먹는 이들, 그날 그때의 분위기를 몸으로 기억하게 하지요. 누구에게나 어느 음식을 먹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어떤 장면이 있을 거예요. 그 음식을 좋아하는 건 그런 추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거창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

“동치미를 맛있게 담그려면 무의 아래위를 댕강 자르고 넣으면 안 됩니다. 자연에 최대한 가깝게 잔뿌리까지 그대로 살려 넣어야 ‘아, 여기가 내 자리인가 보다’ 하고 편히 속을 드러냅니다. 소금물을 머금고 무 본연의 단맛을 뱉어놓는 것이지요.” “청어는 눈이 푸르른 빛을 띠어서 푸를 청(靑) 자를 씁니다. 하지만 바닷가가 아닌 이상 눈이 푸른 청어를 만나기는 어렵죠.” 그의 음식 이야기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귀 기울이게 될 만큼 재미 있다. 얼마 전 그는 책에 이러한 음식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놓았다.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라는 책에는 자연의 절기에 맞춰 그가 그릇을 빚고, 제철 음식을 구하고 상을 차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릇을 빚는 그가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사람들이 좋은 그릇이 무엇인지를 종종 묻습니다. 좋은 그릇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음식 이야기를 빚대어 하면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릇을 빚고 굽는 것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연에 맞추는 일이라는 것. 그가 만든 음식의 근간은 제철에 나는, 믿을 수 있는 신선 재료이다.

이렇게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까다롭게 굴어야 한다. 그릇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 좋은 흙과 유약, 불을 때는 나무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까다롭게 고르고 임한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가는 그의 삶과 거창하지 않게 풀어낸 음식 이야기 속에 한평생 그릇을 빚은 장인정신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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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박 스테이크

다 여물면 누레지고 깊은 골이 생기는 조선호박이 애호박일 때 따서 사용합니다. 보통 지름이 15cm 미만으로 싱싱하고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을 구워야 맛있죠. 구울 때는 약불에서 은근하게 굽는데, 호박의 가운데 씨앗이 갈색을 띠는 정도일 때가 딱 알맞습니다.

재료
가로로 2cm 두께로 자른 조선호박 1쪽, 올리브유·잣·통깨 약간씩, 양념장(쪽파·깻잎·고수 적당량씩, 고춧가루 1큰술, 국간장·진간장 ⅓씩,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들기
1_두꺼운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호박을 올려 한쪽 면을 약불에서 3분간 지진다.
2_①의 호박을 뒤집어 약불에서 2분간 지진다.
3_쪽파는 송송 썰고, 깻잎과 고수는 적당한 크기로 썬 다음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4_잣은 꼭지를 떼어 칼등으로 눌러 다지고, 통깨는 반은 으깨고 반은 그대로 준비한다.
5_②의 호박 윗면에 십자 모양의 칼집을 낸 뒤 양념장과 잣, 통깨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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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은 무청 나물

솎은 무청 나물

무청을 데친 뒤 양념을 버무려서 먹는 요리입니다. 무청은 톡톡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휠 정도로 데치면 알맞죠. 맛내기 비법은 산초가루인데요.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워줍니다. 산초가루는 분량을 맞추기보다는 기호껏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료
솎은 무청 300g, 소금·다진 생강·통깨·참기름 약간씩, 맑은 멸치액젓 1½큰술, 다진 마늘·산초가루 ½큰술씩, 다진 청홍 청양고추 적당량씩, 고춧가루 1큰술

만들기
1_솎은 무청은 다듬어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2_끓는 물에 소금을 넣은 뒤 무청을 넣어 살짝 데친 다음 물기를 짠다.
3_②의 무청에 맑은 멸치액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다진 청양고추, 고춧가루, 통깨를 넣어 고루 버무린다.
4_③에 산초가루와 참기름을 살짝 둘러 한 번 더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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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균 작가가 하루에 스무 번은 부르는 이름, 임계화. 아내이자 동료이며 인생의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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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도 그릇을 보면 어디에서 근본이 왔는가를 생각한다. 근본이 가득 차 있어야 자유로움이 생긴다. 그래서 옛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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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은 어느 날, 그의 소담한 한옥집에서 계절 음식 이야기를 듣고 초가을의 제철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1년의 사계, 이십사절기. 대략 보름마다 바뀌는 절기에 따라 땅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달라진다. 자연이 주는 대로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흙을 빚어 그릇을 굽는 삶. 도예가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CREDIT INFO

기획
한정은 기자
사진
이지아
참고서적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브.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