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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주방과 다락방까지, 마음을 보듬는 한옥

On August 16, 2021

한옥이란 본디 사방으로 열린 구조다. 이렇게 열려 있는 집은 주인이 여럿일 수밖에 없다. 골목을 지나는 바람, 마당의 담벼락 위에 앉은 새, 밥을 얻어먹으러 온 길고양이…. 북촌의 스테이 공간 ‘디귿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현과 명상 지도자 최그레이스 부부는 이런 집에 살며 손님으로 찾아오는 모든 이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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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앉은 최그레이스, 이상현 씨 부부. 종종 마당에 싱잉볼과 오션드럼을 내어놓고 소리 샤워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누하동은 고즈넉하다. 이곳은 고래등처럼 큰 지붕이 즐비한 옆 동네 북촌과도 다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하고 상가와 시장도 많은 아랫동네 채부동과도 다르다. 옹기종기 모인 한옥은 저마다의 개성과 특이한 구조가 있고, 좁은 골목을 따라 차분한 분위기의 찻집과 밥집도 만날 수 있다. 이상현, 최그레이스 씨 부부가 이 동네로 이사 온 건 1년 전이다. 북촌에 위치한 한옥 스테이 공간 ‘디귿집’을 함께 운영하던 부부는 새로운 공간을 열기 위해 누하동 한옥을 수선하는 중이었고, 그때 코로나19가 닥쳐왔다. 부부는 새로운 스테이 공간 대신 그들의 신혼집으로 이 한옥을 쓰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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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긴 주방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욕실과 침실이, 우측에는 작업실이 있다. 유리문에는 창살무늬의 한 종류인 아자살을 적용했다. 집을 완성하고 상량식을 할 때 이상현 씨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이름을 섞어 ‘은현재’라는 이름을 서까래에 붙여주었다. 한자 그대로라면 ‘은혜가 쌓여 만들어진 집’이라는 의미.

세로로 긴 주방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욕실과 침실이, 우측에는 작업실이 있다. 유리문에는 창살무늬의 한 종류인 아자살을 적용했다. 집을 완성하고 상량식을 할 때 이상현 씨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이름을 섞어 ‘은현재’라는 이름을 서까래에 붙여주었다. 한자 그대로라면 ‘은혜가 쌓여 만들어진 집’이라는 의미. 

  • 세로로 긴 주방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욕실과 침실이, 우측에는 작업실이 있다. 유리문에는 창살무늬의 한 종류인 아자살을 적용했다. 집을 완성하고 상량식을 할 때 이상현 씨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이름을 섞어 ‘은현재’라는 이름을 서까래에 붙여주었다. 한자 그대로라면 ‘은혜가 쌓여 만들어진 집’이라는 의미.
세로로 긴 주방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욕실과 침실이, 우측에는 작업실이 있다. 유리문에는 창살무늬의 한 종류인 아자살을 적용했다. 집을 완성하고 상량식을 할 때 이상현 씨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이름을 섞어 ‘은현재’라는 이름을 서까래에 붙여주었다. 한자 그대로라면 ‘은혜가 쌓여 만들어진 집’이라는 의미.
  • 침실 쪽 창가에서 바라본 마당.침실 쪽 창가에서 바라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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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씨가 조향하고 상현 씨가 브랜딩한 리추얼 퍼퓸과 함께 놓여 있는 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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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것만 단아하게 배치한 부부의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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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과 현관 사이의 전실에는 가방이나 옷을 걸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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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옥상에 작은 테라스를 마련했다. 서촌의 고즈넉한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집의 옥상에 작은 테라스를 마련했다. 서촌의 고즈넉한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작업실에 걸린 명상 도구 코시차임은 이상현 씨가 도기를 디자인한 것.

작업실에 걸린 명상 도구 코시차임은 이상현 씨가 도기를 디자인한 것.

작업실에 걸린 명상 도구 코시차임은 이상현 씨가 도기를 디자인한 것.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집

누하동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부부의 한옥이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 내부보다 넓은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5평의 대지면적에 10평 정도가 마당이다. 집은 마당을 ‘ㄷ’자로 두르고 있어 마치 중정처럼 포근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른 한옥에 비해서 마당이 아주 큰 편이에요. 저와 아내는 손님을 초대하는 것도 좋아하고, 밖에서 볕을 쬐는 것도 좋아해서 공간을 증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요.”

부부는 이 마당을 잘 활용하고 있다. 날이 좋은 밤에는 빔프로젝터를 켜고 마당에서 넷플릭싱을 하거나, 친한 지인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ㄷ’자 한옥은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획된다. 온화한 무드의 침실, 다이닝 룸을 겸한 주방 그리고 부부가 각자의 일과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작업실. 각각의 공간에 난 창을 열면 그대로 마당과 통하니 안과 밖이 하나인 셈이다. “안과 밖을 구분하는 문을 두지 않았어요. 실내에 문을 단 건 침실과 화장실뿐이죠.”

이렇게 열린 구조를 지닌 집이라 이곳을 드나드는 객이 많다. 근처 산에서 날아온 고운 비둘기며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길고양이, 시원하게 부는 바람 등등. 부부는 고즈넉한 서촌의 정취와 이 집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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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싱잉볼로 사운드 테라피 중인 최 그레이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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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나무와 함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상현 대표. 작업실에는 그가 취미로 작업하는 분재들이 놓여 있다. 상현 씨가 걸터앉은 계단을 오르면 창고로 쓰는 다락방이 등장한다.

작은 집에서 깊어지는 취향

15평 남짓한 공간의 집. 네모반듯한 침실을 제외하고는 세로로 길쭉한 주방과 층고가 낮은 다락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이 마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집에 사는 부부는 이 집의 생김새에 맞게 그들의 삶을 조금씩 수선해나갔다. “작은 집이지만 다양한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마당과 접한 3개의 창살 모양이 모두 달라요. 이건 완자살, 이건 조선살, 저긴 아자살….”

본질을 해하지 않으며 취향도 지켜내는 집 수선 방식은 이들 삶의 방식과도 닮았다. 집 안에 있는 분재 화분 하나, 조명 하나가 모두 이상현 씨가 디자인하고 작가에게 제작을 맡긴 기물임이 그러하고,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최그레이스 씨가 한옥에 영감을 받아 일상 속 명상을 위한 리추얼 퍼퓸을 조향한 것이 또 그러하다. “몇 년 전부터 전문 조향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명상을 위한 향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한옥과 명상이 굉장히 가까운 지점에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호흡 명상을 위해서는 아로마를 깊이 들이마시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천연의 재료로 제대로 만들었어요.”

한옥에서 나는 나무의 향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툇마루’, 한옥 특유의 건축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리프레싱을 돕는 ‘기와’, 통풍이 잘되는 한옥에서 만나는 시원한 바람같은 향으로 감각을 깨워주는 ‘바람길’까지. 그레이스 씨가 조향하고 상현 씨가 브랜딩한 제품들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부부는 요즘 같은 삶을 위해 지난 평생을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저와 남편이 하는 일, 그리고 취미가 한데 어우러져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어쩌면 저희가 누리는 일상의 기쁨 속으로 타인을 초대하기 위해 계속 스테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 같고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견고해진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그 안에서 부부는 명상하듯 고요한 기쁨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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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반건조식으로 설계했고, 작은 욕조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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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모빌은 지인에게 받은 선물.

한옥이란 본디 사방으로 열린 구조다. 이렇게 열려 있는 집은 주인이 여럿일 수밖에 없다. 골목을 지나는 바람, 마당의 담벼락 위에 앉은 새, 밥을 얻어먹으러 온 길고양이…. 북촌의 스테이 공간 ‘디귿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현과 명상 지도자 최그레이스 부부는 이런 집에 살며 손님으로 찾아오는 모든 이를 보듬는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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