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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센스뮤직로그

가수 호란의 파라다이스, 작업실

On August 05, 2021

고양이 두 마리와 연주할 수 있는 기타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말하는 가수 호란의 뮤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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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더덕이와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호란. 더덕이는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데, 촬영 현장에서 호란 엄마와 환상 케미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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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좋아해주는 팬들과 작고 단단한 파라다이스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호란.

노래를 좋아해주는 팬들과 작고 단단한 파라다이스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호란.

#Paradise
눈을 뜰 것도 없어/ 나를 바라보는 네 눈빛/ 찬란한 오후 sunlight처럼/ 나를 만지는 널 느끼고 있어/ 손끝에서 세상이 지워지네/ 시작되는 우리의 paradise
-
복잡하고 시끄러운 바깥 세상에서 돌아와 평온하게 온전히 내 자신이 되는 공간이 바로 집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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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애정하는 배재민 작가의 작품이 걸린 거실 한쪽 벽면.

어느덧 데뷔 17년 차.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걷기 시작한 뮤지션의 길이 클래지콰이, 이바디를 거쳐 솔로 활동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가수 호란. 사적인 공간에서 인터뷰와 라이브를 요청했을 때 어떤 주제가 적합할지 고민하다 그녀가 가장 최근에 피처링한 곡 ‘paradise’가 떠올랐다. Jeiff, 영도(Young Do)의 곡으로 피처링 의뢰를 받고 너무 마음에 들어 흔쾌히 부르게 되었다는 노래. 몽환적이면서도 감미로운 호란의 보이스와 잘 어울리는 곡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녀에게 파라다이스는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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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입주한 아파트의 방 하나는 방음 시공을 하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기타, 피아노, 소파로 채운 공간은 그녀가 SNS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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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은 피아노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호란은 피아노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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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직접 그려준 그림과 기념품들을 붙여둔 작업실 벽.

팬들이 직접 그려준 그림과 기념품들을 붙여둔 작업실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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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입주한 아파트의 방 하나는 방음 시공을 하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기타, 피아노, 소파로 채운 공간은 그녀가 SNS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통로이기도 하다.

10년 전 입주한 아파트의 방 하나는 방음 시공을 하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기타, 피아노, 소파로 채운 공간은 그녀가 SNS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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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이 아끼는 기타들을 모아둔 공간.

#춤
어둠이 사라지면 구름이 지나가면/ 이제 눈물은 걷고 사랑스런 미소만/ can you ever understand?/ end you’re always on my heart/ put your arms around my soul till I get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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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호란. 팬들 앞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다.

호란 씨가 최근에 피처링한 곡 ‘paradise’를 듣고 이번 인터뷰의 주제가 결정되었어요. 호란 씨의 보이스와 참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에 빠진 연인이 휴양지에서 수평선이나 노을을 바라보면서 그 사랑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여행을 가본 지 진짜 오래됐거든요. 작년 8월 이후 집에서 20km 이상 떨어진 곳을 가본 적이 없어요(웃음). 원래는 여행을 되게 좋아하지만 여행에 목말라 있을 때 이 노래를 만나게 된 거예요. 원래 친분이 있는 팀이 아니었는데 그 감성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아무 조건 없이 하겠다고 했고, 저도 노래하면서 파라다이스의 감성에 마음껏 취할 수 있었죠.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제가 태국에서 정말 좋아하는 섬이 생각나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와 파라다이스를 떠올리면서 불렀던 곡이에요.

파라다이스라는 주제로 다른 곡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클래지콰이의 ‘춤’을 골라주었잖아요. 그 곡은 어떤 면이 파라다이스와 닮았어요? ‘춤’은 클래지콰이 2집에서 불렀던 노래예요. 그때는 제가 보컬로서 좀 설익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데뷔하자마자 바로 다음 해에 2집이 나온 데다 이 곡은 보컬인 제가 주도를 해야 했는데 녹음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함께 작업하던 엔지니어가 조언을 해주었어요. 너무 꾸미려고 하지 말고 내 목소리로 내가 갖고 있는 느낌으로 끌어내보라고요. 저에게는 그 말씀이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다음 번 녹음에서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더라고요.
 
그때 지옥에서 천국으로 넘어갈 수 있었나 봐요. 파라다이스로 가는 동아줄을 잡은 거였죠. 그전에는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해야 되고 생각했던 대로 안 되면 너무 괴롭고, 억지로 맞추려고 하다 보니 데뷔 초기에 리듬감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늘 제 자신을 부족하다고 평가했어요. 하지만 ‘춤’이라는 곡을 만나고, 그 엔지니어의 조언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죠. 그런데 그분께서 그 후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셔서 충격이 굉장히 컸어요. 그분은 아마 저에게 해주셨던 그 조언이 제 인생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는데, 이 노래가 저에게는 무척 특별하고, 마음이 힘들 때 자주 듣게 돼요.
 
마지막으로 고른 ‘연예인’은 어떤 곡이에요? 2015년 솔로 가수 호란으로서 발매했던 첫 앨범에 수록된 곡이에요. 훨씬 전부터 회사에서는 솔로 앨범을 내자고 했지만 역부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욕심만큼 내가 안 돼 있으니까. 되게 멋들어지게 ‘나 이 정도 되는 사람이야’, 이런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정말 멋지게 ‘짠’ 하고 세상에 나오고 싶었는데, 제 자신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주저하다가 11년이 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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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집을 파라다이스로 만들어주는 것은 고양이, 악기, 음악이라고.

#연예인
나는 말이 없어요/ 어려운 얘기는 잘 몰라요/ 예쁘게 꾸민 내가 우스워/ 그저 어색할 뿐이죠/ 내게 말을 거네요/ 가만히 나는 듣고 있어요/ 싫은 소리는 할 줄 몰라요/ 그저 기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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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구와 악기들을 진열해둔 거실 한쪽. 아프리카 전통 악기와 고가구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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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곳곳을 고양이 얼굴의 오브제와 식물들로 꾸민 호란의 집. 고양이들과 근심 없이 지낼 수 있는 집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호란은 말한다.

집 안 곳곳을 고양이 얼굴의 오브제와 식물들로 꾸민 호란의 집. 고양이들과 근심 없이 지낼 수 있는 집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호란은 말한다.

집 안 곳곳을 고양이 얼굴의 오브제와 식물들로 꾸민 호란의 집. 고양이들과 근심 없이 지낼 수 있는 집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호란은 말한다.

집 안 곳곳을 고양이 얼굴의 오브제와 식물들로 꾸민 호란의 집. 고양이들과 근심 없이 지낼 수 있는 집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호란은 말한다.

솔로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우연히 친구가 주최하는 작은 클럽의 행사에 참석했다가 혼자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코너가 있었어요. 오래전 만들어놓은 ‘연예인’이란 곡을 불렀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클래지콰이가 워낙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을 받는 팀이라서 항상 부담감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동안 뭔가 화려하고 ‘삐까번쩍’한 허상을 추구했던 게 아닐까? 작더라도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더 쌓아 올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면, 그것도 작고 소박한 천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용기를 얻어서 작업을 시작하고 솔로 앨범을 내게 됐죠.
 
‘연예인’이 ‘나는 말이 없어요’라는 가사로 시작하잖아요. 연예인의 삶에 어떤 부담감 같은 게 있었나 봐요. 원래 제목은 요정이라는 뜻의 ‘픽시’였어요. 통조림이 된 요정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던 요정이 통조림이 되어서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거예요. 그 안에서 혼자 독백을 해요. ‘나는 통조림 안에 있는 요정인데, 날개가 시럽에 절여져 있고, 시식 코너도 있어요. 한번 맛보세요. 전 제 가격표가 보이지 않는데 이 가격표가 너무 비싼가요. 아니면 싼가요. 괜찮다면 구입해보세요.’ 이런 가사였어요. 저는 아직도 연예인이라는 단어가  좀 이상해요. 어떤 직업을 지칭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TV에 나오면 연예인. 어떤 직업군이든 TV에 나와서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면 연예인인 거예요. 가수도 배우도 작가도 사업가도…. 그래서 그 연예인이라는 말이 좀 이상해요. 저는 똑같이 살고 있는데 그리고 저의 목적은 항상 똑같았고 제가 생각하는 저의 아이덴티티는 그냥 똑같이 머물러 있었는데 제 직업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노래도 하고 예능도 하고. 거기에 저를 다시 적응시켜야 했어요. 근데 그 과정이 저에게는 좀 순탄치 않았어요.
 
솔로 활동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군요. 제 본명이 최수진인데 저는 그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데뷔할 때도 호란이라는 그릇에 음악인으로서 시작하는 저를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호란이 되게 낯설어요.  이 상품이 세상에 나가서 팔리고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각자 알아서 소비를 하면서부터 호란이라는 이름이 혼자 알아서 뭔가 다른 것으로 진화를 해가더라고요. 그걸 제가 다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혼자 쓰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지하달’이라고요. 호란은 공적 자아 같은 이름이고, 사적 자아 ‘지하달’은 사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쓰고요.
 
지하달은 어떤 이름이에요? 솔로 앨범 작업을 하면서부터 제 법인을 만들어서 발매를 하고 있는데 그 법인 이름도 지하달이거든요. ‘지하’는 그냥 소리가 예쁘고, 영어 철자로 써도 예쁘고 한글말로 써도 예쁘고, 어느 문화권에도 이 발음이 가능해서 고른 이름이고요. ‘달’은 마침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저자인 로알드 달의 단편집을 읽던 중이라 선택했어요. ‘달’이라는 성이 하늘의 달을 뜻하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뮤지션으로서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호란 씨만의 파라다이스에 좀 더 가까이 와 있는 것 같네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어때요? 호란 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저는 자타공인 집순이에요(웃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집에 있을 수 있어요.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외출할 일도 더 없어진 데다 ‘클럽하우스ʼ를 시작하면서 친구들, 팬들과 노래하고 수다 떠는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좋아졌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들과 놀 수 있는 이 공간이 저에게는 정말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에요. 제가 무장해제 되는 공간이죠. 물론 여행도 좋아하는데, 여행 후에 집에 돌아오는 그 순간이 훨씬 더 좋더라고요(웃음).
 
집이 호란 씨에게는 안정과 평화를 주는 공간인가 봐요. 외부 자극에 민감한 편이어서 집에서 외부의 스트레스를 정화하게 돼요.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밖에서 일하고 교류하는 에너지가 생기죠. 그리고 집을 예쁘게 꾸민 만큼 즐겨야 하잖아요. 저는 집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평화로워요.
 
집이 호란 씨에게 가장 편안한 둥지 같은 곳이네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올해 계획은 무엇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공연을 많이 못했고, 최근엔 피처링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리고 제 곡도 보컬 녹음만 하면 끝나는 곡이 있긴 해요. 마음만 먹으면 바로 녹음을 완료하고 한두 달 만에 낼 수 있는 상태인데, 이상하게 계속 미뤄지네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같은 게 다 얼어붙어 있으니 언제가 좋은 타이밍인지 확신이 안 서요. 그래도 최대한 빨리 작업해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고양이 두 마리와 연주할 수 있는 기타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말하는 가수 호란의 뮤직 라이프.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