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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테토의 아트스페이스 21탄

제주의 일상을 해학으로, 화가 이왈종

On July 26, 2021

제주에서의 일상을 아름다운 색감과 해학적인 기법으로 표현해온 화가 이왈종과 한국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크 테토가 만나 나눈 인생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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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화풍이 떠오르는 작가가 있다. 화가 이왈종은 제주를 대표하는 작가로, 또 독특한 그림 스타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추계예술대학교의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자유롭게 그림만 그리고 싶어 제주로 훌쩍 떠나온 지 30년. 서울에서의 명예와 평온을 뒤로하고 정착한 제주에서 그는 수행자처럼 작업에 몰두하며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반영한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인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은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불교의 철학과 접목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평소 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화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좋아했다는 마크 테토가 이왈종 작가를 만나기 위해 제주 서귀포를 찾았다. 제주를 사랑한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미술관과 아름다운 정원에서 그의 작품 세계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왈종 작가의 작업실.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왈종 작가의 작업실.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왈종 작가의 작업실.

작업 도구와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업실 내부.

작업 도구와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업실 내부.

작업 도구와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업실 내부.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크릴을 비롯한 서양의 채색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왈종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M 안녕하세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드디어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미국인 마크 씨가 제 작품을 좋아하고, 또 멀리 제주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M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미술관과 작업실이 정말 아름다워요. 제주가 고향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제주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당시에 민주화 운동으로 데모가 많아서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1년 안식년을 제주에서 보냈죠. 그때가 1989년이었어요. 근데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가 싫더라고요. 학교를 그만두고 제주에 작업실을 차리게 됐죠. 이후 벌써 31년이 지났네요.

M 제주의 어떤 점이 좋으셨어요? 밥 먹고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야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보고 왜 좋은 직장 그만두고 제주에 가냐고 말린 사람도 많았어요. 그래도 싫은 걸 어떡해요.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요.

M 그때의 과감한 선택 덕분에 지금의 작가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당시에도 동양화 스타일의 작업을 하셨나요? 제가 느끼기엔 작가님의 작품은 동양화풍이지만 그리는 대상은 전통적인 오브제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할 당시는 우리나라가 한창 발전할 때예요. 고속도로가 여기저기 뚫리고 한강에도 다리가 많이 생기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변화들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통적인 기법이나 대상만 그리기보다는 제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걸 그리려고 한 거죠. 제 그림을 현대 풍속화라고 생각하면 돼요.  

작업실 선반에 작가의 인생 모토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를 써 넣은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작업실 선반에 작가의 인생 모토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를 써 넣은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작업실 선반에 작가의 인생 모토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를 써 넣은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세라믹 부조 작품이 놓여 있는 작업실 책상.

세라믹 부조 작품이 놓여 있는 작업실 책상.

세라믹 부조 작품이 놓여 있는 작업실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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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이왈종 작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이왈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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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이왈종 작가.

정원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이왈종 작가.


제 작업은 장르의 경계가 없어요. 조각이나 도예를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의 작품 스타일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누군가 저에게 돈도 안 되는 걸 왜 이렇게 하냐고 물었는데, 저는 돈이 목표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지, 돈 따라서 하면 작가는 모두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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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있는 왈종미술관 전경.

서귀포에 있는 왈종미술관 전경.

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가꾼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곳곳에 작품들이 숨어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가꾼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곳곳에 작품들이 숨어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가꾼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곳곳에 작품들이 숨어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정원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이왈종 작가.

정원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이왈종 작가.

정원에서 식물을 바라보며 스케치하는 이왈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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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왈종 작가와 마크 테토.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왈종 작가와 마크 테토.

M 조선시대의 민화 같은 걸 보면 당시 일상을 표현한 게 많은데, 그런 전통 작품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으셨나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중에 신윤복의 그림을 좋아했어요. 아마도 그런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당시의 풍속화에는 해학이 있고, 저는 그 점을 높이 사요. 그리고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것을 표현했죠. 제 그림에 골프 치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낯설어 했지만, 김홍도나 신윤복도 우리와 동시대에 살았다면 분명 작품 속에 골프 치는 사람이 등장했을 거예요. 저도 제주에 와서 제가 좋아하고 경험한 것들을 풍속화처럼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죠.

M 동양화로 시작하셨는데 처음부터 채색을 했나요? 처음엔 수묵화의 전통 기법인 ‘발묵기법’으로 작업을 많이 했어요. 붓으로 형태를 그리는 게 아니라 종이 위에 먹이 번져 퍼지게 하는 방법인데 하는 사람이 별로 없죠. 저는 그 기법으로 인기 작가로 선정되고 그림도 잘 팔리는 편이었어요. 그 후에는 수묵과 채색을 혼합해서 쓰기도 하고, 요즘은 장지에 아크릴을 써요. 그리고 도자기 작업은, 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향로를 구하다가 마음에 드는 걸 못 찾았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면서 도자기로 작품을 만들어보게 된 거예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기법이나 장르가 계속 변해요.

M 대표작 ‘제주생활의 중도’ 연작에서 ‘중도’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나요? 세상이 선과 악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고, 사랑의 반대가 증오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아요. 저는 그렇게 양극으로 치우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었어요. 그리고 모든 것은 생겨났다가 사라지거든요.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이렇게 어떤 순리에 의해 순응하는 질서, 그게 바로 연기(緣起)의 질서인데, 그 속에서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M 작가님이 그리는 대상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주제는 굉장히 철학적이네요. 제가 학교를 그만둘 때쯤 종교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요. 그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게 불교의 《반야심경》이었어요. 어떤 종교는 사람을 무조건 죄인 취급하기도 하는데 그건 무섭더라고요. 《반야심경》은 오히려 평정심을 갖게 해줘요. 만물은 상대적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가르침이 있어요.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내 마음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죠. 지금까지도 가장 의지하는 책이에요. 최근엔 좋아하던 골프를 끊고 전국의 고찰을 답사하면서 마음을 수양하고 있어요. 천년 사찰만 다니고 있는데 곳곳마다 그 특징이 정말 달라요. 욕심 사나운 곳도 있고, 소박하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절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한눈에 보이죠. 이제까지 가본 곳 중에서는 백양사가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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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꼭 찾아서 사진을 찍고 가는 꽃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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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종미술관의 전시실 전경.

왈종미술관의 전시실 전경.

M 저는 작가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꽃, 동물, 사람들이 밝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좋았는데, 그런 철학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되니 더 자세히 보고 싶네요. 최근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일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을 만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예술지상주의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죠. 예술이 최고의 가치가 되다 보니 주제가 점점 무거워지고요. 저는 지금도 제가 예술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려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옛날부터 친구들을 만나면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서로의 일상이나 관심사를 공유했지, 예술가라고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M ‘제주생활의 중도’는 자세히 살펴보면 좀 재미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성적인 모습도 등장하는데 자연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모습을 그린 거죠. 워낙 일상적인 모습을 담다 보니, 골프 치는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을 그렸을 때는 갤러리에서도 첫반응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전시를 취소할 뻔도 했는데, 대중에게 반응이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 후엔 갤러리에서 골프를 주제로 전시를 한 번 더 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다 지난 얘기지만요. 그리고 성적인 모습도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성은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가는 원동력이죠. 새끼를 낳지 않으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 원초적인 힘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거죠.

M 큰 나무나 마당이 등장하고, 그 안에 꽃과 동물, 사람들이 담겨 있는데, 그 표정이나 행동이 인상적이에요. 꽃이나 식물은 제가 정원에서 키우는 것들을 그린 거예요. 예뻐 보이는 것들은 사진으로 촬영해 두었다가 그리기도 하고요. 동물들은 제가 키우던 것, 사람들은 저를 포함한 제 주변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이죠. 다들 비슷비슷한 크기로 보이는 건 어떤 생명이든 모두 평등하다는 걸 표현한 거예요.

M 작가님의 작품에서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문구를 봤는데. 그게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요약할 수 있는 말인가요? 네, 살아보니까 인생에서 겪는 일은 다 그럴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어떤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생각하면 좀 덜 힘들어지고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런 위로가 필요하죠.

M 저도 그 문구를 곱씹을수록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작업실 마당에 꾸미신 정원도 정말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어요. 제주에서 살면서 가장 공들여서 꾸민 게 정원이에요. 그런데 정원도 내 마음대로 안 돼요. 내가 키우고 싶어서 심은 것들보다 어디에서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운 것들이 더 잘 자라더라고요. 정원에서 마음대로 씨앗을 내리고 피어나는 풀들을 보면서도 굳이 뽑지 않고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생각해요(웃음).

M 그 문구가 앞으로 제 인생의 모토가 될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도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하시는 작가님의 일상에서 큰 가르침을 얻어갑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제주생활의 중도’를 만나고 싶어요. 멀리까지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저도 오늘 좋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돼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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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마크 테토.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마크 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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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옥상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바다을 배경으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옥상에도 작품이 전시되어 바다을 배경으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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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작가의 세라믹 작품인 ‘제주 생활의 중도와 연기’ 시리즈.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1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아름다운 색감과 해학적인 기법으로 표현해온 화가 이왈종과 한국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크 테토가 만나 나눈 인생학개론.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
취재 협조
왈종미술관(064-76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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