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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감도가 묻어나는 곳

사진 작가 장우철의 첫번째 공간 '미러드'

On June 08, 2021

사진작가 장우철이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첫 번째 공간 ‘미러드(@mirrored_____)’를 만들었다. 이곳은 그의 사진 작업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이자, 그가 만든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 작가가 직접 정성스레 창문과 액자, 테이블을 닦는다. 고양된 감각으로 작업을 하듯 꼼꼼히 큐레이션한 곳이라 작가의 감도가 구석구석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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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드에서 액자를 닦고 있는 장우철 작가. 10평 남짓 작은 공간을 작가는 매일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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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에너지를 뿜는 장우철 작가의 작업 ‘Flower, Well-Tempered’시리즈. 여름의 꽃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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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물 사진 작업 위에 여름의 향수가 느껴지는 레몬을 올려두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웰컴 드링크를 준비했어요. 별것은 아니고, 오란씨입니다(웃음). 보통은 샴페인을 드리는데, 일하러 오신 거니까. 이게 색이 제일 비슷하더라고요. 샴페인 잔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갤러리 숍을 여는 게 흔한 일은 아닌 듯한데요. 작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고 싶은데 가끔 열리는 전시 외에는 볼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꼭 내 공간을 차려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는데, 팝업스토어나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올 초 정도부터 하게 됐어요. 저는 작업에만 파고드는 작가는 아니고, 이런저런 협업을 많이 하니까요. 전시를 할 때는 전시만을 위한 에너지를 쏟기로 한 거죠.

왜 이화동인가요? 집에서 2분 43초 정도 걸리는 거리예요. 집에 뭔가를 두고 오거나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부담이 없죠. 계약하고, 디자인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온갖 의자를 보고, 새로운 공간의 24시간을 관찰하기도 하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언가를 하는 성격은 아니라 한 달 만에 해치워버렸어요. 밖에 남아 있는 옛 간판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기도 하고, 작은 화단에 넝쿨장미를 심고 싶기도 하고, 에어컨도 달아야 하지만….

‘미러드’는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인가요? 미러, 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수동태 동사들이 저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특히 미러드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무언가를 반사, 투영하는 사진 작업과 통하는 단어고, 영어로 써도, 한글로 써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공간을 만들다 생긴 에피소드도 있나요? 거의 당근마켓과 관련한 것들입니다(웃음).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런 걸 사고 있을까, 했던 순간들이 좀 있었어요. 일산 식사동까지 대리석 테이블을 거래하러 갔는데 ‘아… 내가 본진을 치고 들어왔구나’ 싶게 거대한 대리석 테이블 창고를 만난 적도 있고, 산본까지 가서 중고 카르텔 고스트 체어를 좋은 조건에 거래하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1980년대 록밴드 ‘건아들’의 드러머에게 드럼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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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파레’라는 제목의 주제 사진과도 같은 나리는 아트 굿즈로 미러드에서 만날 수 있다.

‘팡파레’라는 제목의 주제 사진과도 같은 나리는 아트 굿즈로 미러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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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넝쿨과 꽃 클레마티스가 놓인 자리. 그에 따르면 클레마티스는 ‘반칙’이다. 어떤 순간에 놓여도 훌륭한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넝쿨과 꽃 클레마티스가 놓인 자리. 그에 따르면 클레마티스는 ‘반칙’이다. 어떤 순간에 놓여도 훌륭한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전시를 ‘팡파레(Fanfare)’라 칭한 이유는 뭔가요? ‘전시’보다는 ‘제목’이라고 하고 싶어요. 매번 새로운 타이틀로 무언가를 소개할 거니까요. 처음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싶었고, 입구에 걸린 사진 ‘+서울 11번’을 보면 ‘팡파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저 사진은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활짝 핀 나리꽃을 찍은 사진이에요. 아, 오픈 첫날엔 제목에 맞는 작은 행사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트럼펫 연주자 이동열 씨가 나리꽃 사진에 어울리는 곡을 지었고, 이곳에 와서 나발을 불어줬죠. 부드러운 선들이 모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작가님의 정물 사진이 꽤 많은 이들에게 평화와 나만의 작은 즐거움을 주고 있는 듯해요. 특히 꽃을 찍은 ‘Flower, Well-Tempered’ 연작과 아트 포스터 굿즈가 그렇죠. 작가 장우철만의 감도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해요. 저에게 꽃은 ‘완벽함’이에요. 제가 색약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민망한 감정을 갖고 있는데, 꽃만은 색이 명확하죠. 저는 꽃시장에서 꽃을 사온 후 2~3일 정도를 기다려요. 어떤 상태로 놓아두던 그쯤 되었을 때는 자기들끼리 뭔지 모를 균형을 회복하거나, 이뤄요. 꼭 한 교실에 있는 아이들 같아요. 동물적이고 극악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죠. 잡아 죽일 듯 다른 꽃을 감아낸다거나. 매번 발견하는 순간은 아니니 기다려야 해요. 어떤 콘셉트가 아니라 꽃들이 스스로 이룬 질서와 균형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정물 사진을 어떻게 걸고, 배치하면 더 좋을까요? 제 작업은 찍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일정한 크기를 정하고 프레임의 소재와 두께, 인쇄 방식을 결정하고 에디션의 개수를 정하는 것까지예요. 그게 온전히 작품 하나로서 의미가 있어요.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죠. 코로나19로 인해 꽃을 보러 갈 수 없으니 집에 꽃을 들이자, 같은 마음으로 저의 아트 굿즈 포스터의 판매가 이뤄지는 경향도 있다고 봐요. 저는 순간을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다만 계절감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하면 조금 더 수월하시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계절감이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순간들이 있잖아요. 저기 있는 사진은 이 계절의 꽃이거든요. 여름이 더 잘 어울리고, 굳이 낮술을 하자면 샴페인 같은 걸 먹고 싶어지는 공간과 계절에 걸리면 더 좋겠죠. 꽃을 찍은 정물 사진을 진짜 꽃처럼 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팡파레>가 끝나면 다음 전시의 제목은 무엇이 될까요? 아마도 ‘엄마의 장미’가 될 거예요. 가톨릭에서는 5월을 성모성월이라 하고, 5월은 장미가 필 때고, 장미는 제가 처음으로 꽃으로 인식한 대상이고. 이렇게 또 잘 맞아 들어가네요.

사진작가 장우철이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첫 번째 공간 ‘미러드(@mirrored_____)’를 만들었다. 이곳은 그의 사진 작업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이자, 그가 만든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 작가가 직접 정성스레 창문과 액자, 테이블을 닦는다. 고양된 감각으로 작업을 하듯 꼼꼼히 큐레이션한 곳이라 작가의 감도가 구석구석 묻어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이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