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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위로를 하는 하림 취향 작업실

On May 14, 2021

나만 힘들다고 느껴질 때 노래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위로의 음유시인’ 하림의 취향으로 가꾼 작업실에서 음악과 위로의 상관관계를 논하던 어느 봄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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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처음 접하고 지금까지 즐겁게 음악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가수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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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재를 활용해 제작하거나 주워온 가구들만으로 감각 있게 꾸민 하림의 작업실.

폐자재를 활용해 제작하거나 주워온 가구들만으로 감각 있게 꾸민 하림의 작업실.

하림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전통 악기를 섭렵했다. 사진 속 악기는 아랍의 전통 악기인 우드.

하림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전통 악기를 섭렵했다. 사진 속 악기는 아랍의 전통 악기인 우드.

하림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전통 악기를 섭렵했다. 사진 속 악기는 아랍의 전통 악기인 우드.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찾게 되는 노래가 있다. “외롭다 말을 해봐요 다 보여요 그대 외로운 거 힘들다 말해도 돼요 괜찮아요 바보 같지 않아요”라고 노래하는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지친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는 힘이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가수 하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위로’가 2004년에 발표한 곡이니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실연의 상처와 고단한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었다.

많은 팬이 그의 3집을 기다렸지만, 그는 대중음악가의 길을 걷는 대신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경험하고 노래하는 삶을 선택했다. 지난 10여 년간 ‘하림의 국경 없는 음악회’, ‘기타포아프리카’ 등 문화가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거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보는 다양한 문화 기획 활동을 통해 우리의 삶을 살피고 노래하고 있다.

악기가 없어 음악을 즐기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기타를 전달하고, 약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들은 또 다른 방식의 위로가 아닐까? 요즘도 다양한 활동으로 바삐 지내고 있다는 그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아 주인장을 꼭 닮은 공간이었다.  

버스 위에 앉아 버스킹을 하는 그의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

버스 위에 앉아 버스킹을 하는 그의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

버스 위에 앉아 버스킹을 하는 그의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

작업실 한쪽에 진열해둔 CD와 LP들. 중학생 시절 신해철을 숭배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그다.

작업실 한쪽에 진열해둔 CD와 LP들. 중학생 시절 신해철을 숭배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그다.

작업실 한쪽에 진열해둔 CD와 LP들. 중학생 시절 신해철을 숭배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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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드렐라이어를 연주할 때 착용했던 가면들을 작업실 진열대에 전시해두었다.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아랍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하림.

#위로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슬퍼도 울지 못한 채 살죠눈물 흘려요 이제껏 참을 만큼 참았어요 손 올려 닦지 말아요 그저 흘러갈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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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위로는 잘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못하면 위로도 폭력이 될 수 있잖아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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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곳곳에 미술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작업실. 사진 속 작품은 외국인 미술가 친구가 하림의 모습을 그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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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네온, 마두금, 아이리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들이 작업실에 모여 있다. 악기 소리를 테스트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반도네온, 마두금, 아이리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들이 작업실에 모여 있다. 악기 소리를 테스트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하림은 그동안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타를 전달하는 ‘기타포아프리카’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기타를 받은 어린이중 한 명이 자기가 사용하던 기타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깡통과 나무로 만들어 볼품은 없지만 하림에겐 특별한 기타다.

하림은 그동안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타를 전달하는 ‘기타포아프리카’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기타를 받은 어린이중 한 명이 자기가 사용하던 기타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깡통과 나무로 만들어 볼품은 없지만 하림에겐 특별한 기타다.

하림은 그동안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타를 전달하는 ‘기타포아프리카’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기타를 받은 어린이중 한 명이 자기가 사용하던 기타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깡통과 나무로 만들어 볼품은 없지만 하림에겐 특별한 기타다.

한때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는 하림. 타자기로 쓴 일기나 시를 베껴 적은 종이를 벽면에 붙여두었다.

한때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는 하림. 타자기로 쓴 일기나 시를 베껴 적은 종이를 벽면에 붙여두었다.

한때 수동 타자기로 글을 쓰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는 하림. 타자기로 쓴 일기나 시를 베껴 적은 종이를 벽면에 붙여두었다.

#위로의 말은 누가 해주나요
세상이라는 골짜기에서 무언가를 찾는 모험가처럼 두려움 없이 아무 의심도 없이 좋은 사람들만 믿고 따라가 매일 조금씩 달이 차오르듯이 온통 상처뿐인 너의 마음도 조금씩 차오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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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을 접하고 부르다 보니 음악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세계적으로 주요한 음악들은 사람들이 힘들 때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더라고요. 저 역시 제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면 좋겠어요.
철근 조명은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직접 디자인한 것.

철근 조명은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직접 디자인한 것.

철근 조명은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직접 디자인한 것.

악기들이 가득한 작업실 분위기가 남달라요. 가수 하림의 취향이 한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죠? 취향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제가 직접 가꾼 공간이긴 해요. 10년 전쯤 이곳을 구하고 잡지에서 찾은 멋있는 공간 사진을 스크랩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시는 분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완성했거든요. 인테리어 예산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고 당시 군부대를 빌려서 아트 캠프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나온 폐자재를 가져와서 가구를 만들었어요. 여기에 있는 가구 중에 새로 구입한 건 거의 없어요. 좌식 소파도 홍대 앞 작업실을 사용할 때 누가 멀쩡한 걸 골목에 버려놨길래 주워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모양이 다 제각각이고 세련미는 없지만 나름 친환경 인테리어였던 것 같네요.

폐자재를 잘 활용하면 이렇게 멋진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오히려 제 눈에는 제자리에 줄 맞춰서 진열돼 있는 소품들이 먼저 보이는데요? 왠지 어지르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의 진열장이지만요. 그렇게 보였나요? 결벽증은 아니니 걱정 마세요(웃음). 다만 먼지가 굴러다니거나, 유리에 얼룩이 남아 있다거나, 혹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테이블 위에 쌓아두는 것을 안 좋아할 뿐이죠(일동 웃음). 정리 정돈하면서 힐링하는 저의 이런 성향 때문에 아내가 편리한 점도 많죠.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쓸고 닦는 데다 물건도 잘 고쳐서 쓰거든요. 하하.

작업실이지만 한가운데 꾸며놓은 좌식 공간 때문인지 사랑방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사랑방 맞아요. 음악 작업을 하려고 만든 곳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거든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선후배들과 주방에서 만든 간단한 요리와 함께 술 마시고 밤새도록 이야기하는 게 주요 일과였죠. 생활공간은 아니었지만 갈 곳 없는 후배들이 가끔씩 와서 자고 가기도 했고요. 지금도 미팅할 일이 있으면 대부분 이곳에서 논의하곤 해요.

벽 한쪽에 진열된 악기들이 인상적이에요. 생소한 것도 많은데 여행하시면서 모은 것들인가요? 한동안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악기를 모으고 사용법을 배우는 게 저의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현지의 악기 판매점에 가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려주거든요. 그곳에서 몇 시간 정도 배우면 따라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익힐 수 있고, 길에서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다룰 수 있게 되죠. 전문 연주자의 수준은 아니지만 덕분에 다른 가수들이 색다른 사운드를 표현하고 싶어 할 때 제가 연주한 적도 있어요. 그런 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특별한 악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에요? 각각 스토리가 있지만 ‘드렐라이어’(허디거디라고도 함)라는 악기가 좀 특별해요. 소리가 약간 특이한 현악기인데요. 유럽의 전통 악기예요. 홍대 앞 작업실을 사용할 때는 1년 넘게 가면을 쓰고 이 악기로 거리 연주를 했어요. 데뷔 이후였는데 누가 알아보든 말든 거리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연주했어요. 대중음악을 하다 보니 일상은 정신없이 바쁘고,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과 음악을 잘하고 싶은 마음들이 충돌하는 시기였는데요. 길 위에서 내 자신이 온전히 즐기는 연주를 하고 해 질 무렵 사람들이 찾아와 연주를 듣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참 힐링이 됐어요. 제 자신에게 많은 위로가 됐죠.

하림 씨의 노래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원래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를 받죠. 음악이라는 게 늘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을 해왔거든요. 저 역시 음악이 주는 속성 중에 사람을 위로하는 특성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 게 쌓이다 보니까 제 노래에서 위로를 받는 분들이 생겨나고 저에게 그런 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도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그런 수식어가 생긴 것 같아요.

위로의 음유시인은 우연히 얻게 된 별명이네요? 알고 보면 제 노래 중에 위로를 주제로 한 노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사랑, 여행,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다만 제 노래 중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위로’ 같은 곡이 알려진 편인데 많은 분들이 듣고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전 음악을 뭔가 멋들어지게 하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마음에 닿게 하는 제 목표였거든요.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를 또박또박 읽고, 가사를 쓸 때도 최대한 마음을 울리는 그런 글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해요.

하림 씨 본인은 주로 어디서 위로를 받아요? 저는 햇볕을 쬐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집에서도 해가 잘 드는 창가에 의자를 두고 앉아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하고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더욱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간절해지네요.

문화 기획 활동도 활발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정규 앨범만 내지 않았을 뿐 음악도 계속 만들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음악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노력도 해오고 있고요. 10년 전 한 청년이 산업재해로 용광로에 빠져 사망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 사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를 노래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함께 불렀어요. 매스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진 않았지만 SNS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며 공유해준 분들도 많았고,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법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그 캠페인 덕분에 얼마 전 법이 제정되기도 했어요. 그때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행복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로 바쁠 예정이세요?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 많이 없어져서 시간이 남아돌 줄 알았는데, 오프라인 행사가 없어지는 만큼 다른 일들을 기획할 기회가 많더라고요. 한가할 줄 알고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해서 앞으로 4년 동안 바쁠 예정이고요,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어요. 다음 주에는 바다를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제주도에 갈 계획이고, 그 외에도 기획한 일이 참 많네요. 올 한해는 진정한 N잡러의 삶을 살게 될 것 같아요.  

나만 힘들다고 느껴질 때 노래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위로의 음유시인’ 하림의 취향으로 가꾼 작업실에서 음악과 위로의 상관관계를 논하던 어느 봄날의 기록.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