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의 상공간은 서울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계동 중심가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병원 건물부터 아르데코 양식이 눈에 띄는 삼성동의 옛 가옥까지. 누군가의 삶이 묻어 있던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때 더욱 편안한 공간. 새로운 서울을 보여주는 2개의 상공간과 그곳을 고친 사람들을 만났다.
계동 이잌
마을과 건축의 연속성을 생각한 식음 공간
요즘의 계동은 원주민과 그 거리를 아끼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그로 인해 생긴 독특한 분위기가 정취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엔 동네 사람들이 오랜 세월 랜드마크라고 부르는 붉은 벽돌 2층집이 하나 있었다. 1940년 첫 영업을 시작한 최소아과는 원장님이 80대에 이를 때까지 영업을 계속한 곳.
2018년 최 원장님이 별세한 후 이 건물은 여러 사람들의 임대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건물은 본래의 색을 조금씩 잃었다. 벽을 허물고 설치한 폴딩도어나 신식 간판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옆 동네인 삼청동에 사무실을 둔 포머티브건축의 고영성, 이성범 소장은 늘 이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 동네가 예전의 모습을 자꾸 잃어요.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니까요. 최소아과 건물은 계동의 중심부에 있으니, 계동 고유의 정서가 묻어나지 않으면 거리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죠.” 외식 브랜딩 & 디자인 스튜디오 이이오오(eeoo)의 이승환 대표 역시 서촌 골목을 오갈 때마다 ‘저 건물이 왜 방치되어 있나’ 궁금했다.
이이오오는 서울을 기반으로 이촌 이 , 포25, 오케이땡큐 등 색깔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해온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승환 대표는 새로운 와인 바 오픈을 준비하다 우연히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국내에서 구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고영성, 이성범 소장과 만나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모든 건축 공정에는 고영성, 이성범 소장이 세운 원칙이 적용됐다.
첫째는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 둘째는 건축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거리를 만들 것. 그래서 바닥재와 창틀은 기존의 최소아과가 운영되던 당시의 마감재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사용했다. 부실해진 건물의 골조를 다시 손보고, 내진설계를 추가하고, 천장의 서까래를 고치고, 창도 냈다. 누군가 무너뜨렸던 건물의 벽면은 원래대로 다시 세우고, 아주 오래전 계단이 있던 자리에 튼튼한 새 계단을 올렸다.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게 하기 위한 디자인도 적용했다.
2층의 창을 넓혀 길을 지나는 사람도 내부에 있는 사람도 계동에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포머티브건축이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을과 건축의 연속성이라는 요소가 이토록 건물의 모든 디테일에 여실하게 드러난다. 요즘,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활력을 얻은 계동 골목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오늘 저녁은 잔잔한 재즈가 흐르는 계동 이 에서 대표 메뉴인 해산물 주빠와 살치살 오소 부코에 와인을 곁들여도 좋겠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4길 28(계동) 문의 070-8865-2255
지금 서울의 상공간은 서울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계동 중심가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병원 건물부터 아르데코 양식이 눈에 띄는 삼성동의 옛 가옥까지. 누군가의 삶이 묻어 있던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때 더욱 편안한 공간. 새로운 서울을 보여주는 2개의 상공간과 그곳을 고친 사람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