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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새롭게 보다

매일 앉는 의자 해부학 w.터프 스튜디오

On May 10, 2021

한 점의 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기능과 소재와 디자인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위해, 의자를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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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CHAIR

LILY CHAIR

이보다 플라이우드를 잘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70년 아르네 야콥센이 프리츠한센과 협업해 내놓은 릴리 체어는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암체어이기도 하다. 얇은 다리와 곡선이 주는 미감을 극대화한 디자인이 특징. 플라이우드를 휘게 해 곡면을 만드는 작업을 ‘플라이우드 벤딩’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설비와 전문가가 함께하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 아르네 야콥센은 이 공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로부터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미감을 살렸다. 구조는 단순하다. 크롬으로 만든 팔걸이와 다리 구조체 하나, 등받이 면과 좌판 하나, 거기에 각각의 목재 팔걸이뿐. 이 또한 생산 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깊은 고민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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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 CHAIR + BIKINI PAD

WIRE CHAIR + BIKINI PAD

1951년 찰스 & 레이 임스 부부가 출시한 디자인으로, 바구니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내구성 높은 알루미늄 소재의 와이어를 구부려 좌판과 등받이 면을 하나로 만들었는데, 등받이 면과 좌판 크기에 맞는 패드를 함께 구성했다. 위, 아래 패드를 모두 끼우고 나면 비키니를 입은 사람을 연상케 해 비키니 체어라고도 불린다. 좌판에 고정하는 의자의 다리는 건축물처럼 구조적인 형태를 띤다. 바닥 면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4개의 다리가 좌판에 가해지는 무게를 중앙의 사각형 구조물에 실었다가 다시 각각의 와이어로 내려보낸다. 와이어 체어에 앉았을 때 편안한 착석감이 느껴지는 건 바로 이런 독특한 구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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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18

CHAIR18

유럽 카페 의자로 국내에 처음 알려지게 된 이 의자는 1876년 게브리더 토넷(Gebrüder Thonet)이 디자인한 체어18이다. 헤어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등받이의 면은 체어18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이 의자의 고향은 의자를 출시하는 브랜드 톤(TON)의 본사가 위치한 체코의 비스트르지체포트호스티넴 지역이다. 비치 우드 숲이 우거진 곳으로, 톤은 160여 년간 비치 우드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어왔다. 비치 우드는 결이 조밀하고 단단해 곡선으로 구부리는 벤트우드 공정을 거쳐도 견고함을 잃지 않고, 외려 내구성이 높아져 건물 20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부러지지 않는다. 구조는 무척 간결하다. 좌판과 연결된 앞쪽 다리와 등받이 면과 연결된 다리를 다양한 곡선의 구조체가 앞쪽에서 한 번, 뒤쪽에서 또 한 번 받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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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2

LC2

1928년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 샬로트 페리앙이 함께 디자인한 LC2는 모더니즘의 정점에 있는 의자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완벽한 정육면체를 이루는데, 같은 시리즈의 다른 의자들과 달리 몸에 꼭 맞는 좌판과 암 레스트가 매력적이다. 당대 너무 급진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이탈리아 가구 회사 카시나가 1965년 재생산을 시작했다. 쿠션을 쓰지 않을 때 담아두는 바구니인 쿠션 바스켓을 본뜬 이 의자는 실제로도 쿠션과 프레임을 따로 제작해 한데 합치는 것이 생산 공정의 전부. 5개의 쿠션은 고정 장치 없이 프레임에 딱 맞는 크기로 제작된다.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에서 추구한 합리성과 표준화 정신이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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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SILY CHAIR

WASSILY CHAIR

바우하우스를 이끈 전설적 디자이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바실리 체어. 이 의자는 의도적으로 그 구조를 쉽게 알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강철 파이프로 좌판과 등받이 면, 팔걸이 면을 각각 나누어서 만든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강철 프레임과 가죽이 엇갈리며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라, 가죽 스트랩을 잘라내지 않는 이상 완전히 분해할 수 없다. 실용성을 강조했던 미스 반 데어 로데답게 다른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에 비해 생산과 조립이 간편한 편이다. 게리트 리트벨트의 적청 의자(Red & Blue Chair)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자료가 남아 있는데,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영향 받은 ‘데 스틸 운동’이 바로 이 의자에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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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스튜디오 구선우, 이준우 공동대표

‘트레저 헌터’를 자처하는 터프 스튜디오(@tuffstudio)는 빈티지 가구를 복원, 판매하는 숍이자 팀이다.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2층 규모의 쇼룸과 작업실에서 이들은 매일 가구를 닦고, 고치고, 복원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가구를 해체하고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통해 그들만의 콘텐츠를 만들며, 거장의 디자인을 몸으로 배운다. 터프 스튜디오를 이끄는 구선우, 이준우 공동대표가 이달 <리빙센스>와 함께 가구를 해부하고자 메스를 들었다.

터프 스튜디오(이하 터프)를 이끄는 두 사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향은 다르고 취향은 같은 형제 같은 두 사람입니다. 경영을 공부한 구선우와 건축을 전공한 이준우가 컬렉팅의 영역을 넘어 진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가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좋은 상태의 가구를 잘 관리해 오래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터프는 어떤 작업을 하는 팀인가요?
‘터프’는 ‘튼튼하다, 강하다’라는 단어이기도 하고, ‘쿨하다’의 대체어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소개하고 싶은 가구의 미감, 일을 하며 지향하고자 하는 태도를 설명하는 중의적 단어예요. 근본적으로는 빈티지 가구 숍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바잉, 복원, AS까지 풀 서비스를 제공해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빈티지 가구에 대한 소비층이 두터운 국가에서는 이미 저희 같은 작업을 하는 이들이 꽤 많아요. 저희가 하는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저희도 배우는 게 많습니다. 저희를 시작으로 좋은 가구를 오랫동안 잘 관리하며 쓰는 문화가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방식이 결국엔 업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믿습니다.

터프가 소개하는 가구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저희는 ‘All around player’ 가구를 소개하는 데 집중해요. 시대성, 기능, 미감, 구조, 가격이란 5가지 기준 모두가 적당한 균형감을 이루는 가구를 좋아합니다. 특히 기능 집약적이고 합리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가구를 선호합니다. 이번에 <리빙센스>와 함께 작업한 가구 중엔 고가의 제품들이 많았는데, 사실 저희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웃음).

터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낸 가구 또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네덜란드 디자이너 프리소 크라머의 가구입니다. 단순한 디자인과 보편적인 기능을 추구했던 네덜란드의 디자인 운동 ‘데 스틸(De Stijl)’ 시기를 가장 명확히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이죠.

터프는 가구 레스토레이션 작업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구 레스토레이션에는 어떤 종류와 방식이 있나요?
크게는 클리닝, 리페어, 리피니시, 리스토어, 업홀스터리 이렇게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을 듯해요. 가구에 묻은 때를 불려서 닦는 것이 클리닝, 뒤틀린 구조나 부러진 것을 고치는 것이 리페어, 오일을 발라 재코팅하는 작업이 리피니시, 없어진 부품을 새로 주문하거나 대체할 것을 찾거나 3D프린팅으로 만들어내 제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 리스토어 영역이죠. 업홀스터리는 패브릭을 교체하는 것을 뜻해요.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련의 방식을 거꾸로 되짚어나가는 과정인 거죠. 작은 디테일이 큰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전 과정을 꼼꼼히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빈티지 가구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진짜배기라고들 하던데요.
가구가 배치될 공간과 사용할 사람의 성향에 맞춰 복원의 정도를 제안하는 게 복원 전문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상공간이라면 러프한 맛을 살려 리피니시해서 보내는 경우도 있고, 가정에서 쓰는 가구라면 조금 더 깨끗한 상태로 복원하려고 해요.

최근 레스토레이션을 한 가구 중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번에 <리빙센스>와 함께 소개하기로 한 비키니 체어입니다. 최근 등받이와 좌판에 씌우는 패드를 복각하고, 업홀스터리를 하는 작업 중이에요. 이를 위해 패드의 패턴을 꼼꼼히 살피는 과정만 3~4주가 소요되었어요. 패드의 형태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사실 엄청난 연구의 산물임이 느껴질 정도로 복잡한 패턴을 지녔더군요. 소재는 최소한으로 쓰면서도 와이어 체어를 더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한 찰스 & 레이 임스 부부의 고뇌가 느껴져서 기억에 남아요.

디자인적 가치가 훌륭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가구를 해체, 조립하다 보면 느껴지는 점들도 있을 듯한데요.
시대가 보여요. 빈티지 가구의 경우 당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예측해볼 수 있고, 디자이너가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도 보이죠. 인건비가 저렴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가구는 사람들의 손을 거친 흔적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당대의 디자이너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점의 가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기능과 소재와 디자인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위해, 의자를 해부했다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정택
취재협조
터프스튜디오(www.tuff.kr), 플롯(pleasureal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