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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로컬 브랜드 #4

곡식 창고에서 빚어낸 감성템, 콜랭에클로에 in 양평

On April 02, 2021

박예슬, 염정수 씨는 양평 시골 마을의 곡식 창고를 고쳐 작업실을 마련했다. 물건도, 공간도, 사랑도 오래된 것에 진심을 다하는 이들의 따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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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새것보다 세월의 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밀레니얼들은 독창적인 로컬 브랜드를 응원한다. 트렌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터들 역시 이제 도시보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에 주목하는 추세다. 서울과 떨어진 작은 마을들엔 어떤 가치가 빛나고 있을까? 자발적으로 서울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뿌리내린 로컬 브랜드를 만났다. 익숙해서 잊힌 가치를 끄집어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새바람을 불어넣은 이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여느 비즈니스 스토리와는 다른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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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지만 정교한 조형미가 느껴지는 콜랭에클로에의 세라믹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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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작업실의 2층.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로 연출했다.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작업실의 2층. 오래된 가구와 소품들로 연출했다.

나를 품어주는 고향 마을에서

흙으로 오브제를 빚는 박예슬, 염정수 씨 커플은 오래된 것에서 애틋함을 느낀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며 작업 메이트였던 두 사람은 독일에 머물며 앤티크 마켓에서 빈티지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할머니들이 아끼던 물건을 마켓에 소개하는 모습, 상처 입은 오래된 물건들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오래된 것들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인지 세월을 견디며 흠집이 나고 색이 바랜 물건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저희도 오랜 시간 누군가의 곁에서 온기를 줄 다정한 물건을 만들고 싶어졌죠.”

대학을 졸업한 뒤 각자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두 사람은 독일 여행을 계기로 세라믹 오브제를 다루는 브랜드 ‘콜랭에클로에(Colin et Chloé)’를 함께 론칭했다. 지난해 영화 <Call Me by Your Name>에서 영감을 얻은 첫 번째 라인을 출시하고, 작업실에서의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오네, 곡식창고>를 시작했다. 양평의 시골 마을에 작업실을 두고 생활하는 아티스트 커플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주된 소재다. 유튜브 영상의 배경이 되어주는 작업실은 원래 시골 마을의 곡식 창고였다.

고향을 떠나 20대를 보내던 염정수 씨는 자연과 가깝고 여유를 주는 양평이 그리워졌고, 부모님이 창고로 사용하던 이곳을 작업실 삼기로 했다. 벽체와 지붕이 전부였던 네모난 창고의 바닥을 파내고 수도, 난방 설비부터 목공과 페인팅까지 직접 하느라 완성까지 2년이 걸렸다. 냉랭했던 곡식 창고는 빈티지 소품, 부모님이 쓰던 장식장, 두 사람의 작품이 어우러진 따스한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1년을 보내며 민들레로 봄 내음이 가득한 파스타를 만들고, 가을에는 햇밤을 주워 밤잼을 만들고, 함박눈이 내린 겨울엔 추운 줄도 모르고 눈을 맞았다. 마음이 복잡할 땐 강가를 거닐고, 틈틈이 텃밭을 돌보며 자연에게 위로를 받는다. “양평에서 지내는 동안 작업에 확실히 몰두하게 됐는데, 오히려 여유가 늘었어요. 지금은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지만 언젠가 저희의 공간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쇼룸이나 카페, 아니면 심야 식당이 될 수도 있고요.”

다듬어진 작품은 가마에 넣어 초벌 굽기 하고, 유약 작업을 한 뒤 다시 가마에서 재벌 굽기 후 완성한다.

다듬어진 작품은 가마에 넣어 초벌 굽기 하고, 유약 작업을 한 뒤 다시 가마에서 재벌 굽기 후 완성한다.

다듬어진 작품은 가마에 넣어 초벌 굽기 하고, 유약 작업을 한 뒤 다시 가마에서 재벌 굽기 후 완성한다.

발을 형상화한 작품은 콜랭에클로에의 캔들 홀더 ‘Albergoni’. 새하얀 돌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굴곡이 느껴진다.

발을 형상화한 작품은 콜랭에클로에의 캔들 홀더 ‘Albergoni’. 새하얀 돌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굴곡이 느껴진다.

발을 형상화한 작품은 콜랭에클로에의 캔들 홀더 ‘Albergoni’. 새하얀 돌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굴곡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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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녹차와 함께 봄 햇살을 만끽하는 박예슬, 염정수 씨. 두 사람은 4월에 결혼식을 한다.

반려견 녹차와 함께 봄 햇살을 만끽하는 박예슬, 염정수 씨. 두 사람은 4월에 결혼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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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랭에클로에의 신제품인 ‘잠’시리즈. 얕은 잠을 자는 남자, 깊은 잠을 자는 여자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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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작업 공간에서의 박예슬 씨. 틀에서 꺼낸 작품을 섬세하게 다듬는 중이다.

1층 작업 공간에서의 박예슬 씨. 틀에서 꺼낸 작품을 섬세하게 다듬는 중이다.

도예가 가족이 모여 살아요

콜랭에클로에는 오래된 물건뿐 아니라 오래된 감정과 기술을 탐닉한다. 자식에 대한 깊고 오랜 사랑, 도예가인 부모님의 특별한 도자 기법이 그것. “작가로서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아버지를 떠올리게 됐어요. 사랑 안에서도 자식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은 결이 다르잖아요. 그걸 느끼면서 자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인 작업을 할 땐 가족을 주로 다뤘는데, 도자기 작업을 하고 브랜드를 만들면서 부모님과 더 가까워졌어요. 저희 곡식 창고 옆에 바로 부모님의 도자 공방이 있어서 자주 오가면서 기술을 보완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보다 견고하고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졌죠. 부모님이 직접 개발한 이라보 유약을 다양한 제품에 응용해 그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콜랭에클로에는 서평도예의 이라보 유약을 계승해 빈티지한 옐로부터 밤색, 황갈색, 흑갈색 등의 다채롭고 깊은 색감을 갖게 되었다. 색이 깊고 풍부하며 흙이 지닌 소박함을 유지해 오래 길들인 물건처럼 따스함도 있다. 부부는 독특한 유약과 상감 기술로 빚어낸 부모님의 도자기를 젊은 세대들이 자주 사용할 만한 아이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자신들을 넉넉히 품어주는 자연과 가족이 있는 양평에서 두 사람은 요즘 어떤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을까?

“남편에게서 소재를 얻었어요. 남편은 평소 고민이 많은 밤이면 잠을 통 못 자고 낮 동안 쪽잠을 자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전 새벽에 눈이 떠질 때면 잠든 남편의 모습을 확인하며 안도해요. 잘 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베개에 기대 잠자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만들었어요.” 서로를 아끼는 이들의 애정이 담겨서인지, 눈을 감은 조각상의 얼굴에 평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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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사용하던 낡은 수납장을 물려받았다. 칸마다 오브제를 배치해 그 자체로 작품같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낡은 수납장을 물려받았다. 칸마다 오브제를 배치해 그 자체로 작품같다.

콜랭에클로에의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 제품 하나하나의 색감과 질감이 조금씩 다르다.

콜랭에클로에의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 제품 하나하나의 색감과 질감이 조금씩 다르다.

콜랭에클로에의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어 제품 하나하나의 색감과 질감이 조금씩 다르다.

여행을 다니며 빈티지 소품을 모아온 염정수, 박예슬 씨의 감각이 느껴지는 공간.

여행을 다니며 빈티지 소품을 모아온 염정수, 박예슬 씨의 감각이 느껴지는 공간.

여행을 다니며 빈티지 소품을 모아온 염정수, 박예슬 씨의 감각이 느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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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드에 흙을 주입하는 염정수 씨. 그는 서평도예를 운영하는 도예가 부모님의 영향으로 흙을 다루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몰드에 흙을 주입하는 염정수 씨. 그는 서평도예를 운영하는 도예가 부모님의 영향으로 흙을 다루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힙한 로컬 브랜드 시리즈 기사
#1 텍스타일 창작 공예가들, 쿤스트호이테 in 인천
#2 토종 곡물 탐구생활, 곡물집 in 공주
#3 양질의 먹거리를 팔아요, 앵강마켓 in 남해
#4 곡식 창고에서 빚어낸 감성템, 콜랭에클로에 in 양평

박예슬, 염정수 씨는 양평 시골 마을의 곡식 창고를 고쳐 작업실을 마련했다. 물건도, 공간도, 사랑도 오래된 것에 진심을 다하는 이들의 따스한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박민정 기자
사진
이지아,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