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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로컬 브랜드 #2

토종 곡물 탐구생활, 곡물집 in 공주

On April 01, 2021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촌에서의 삶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공주에 곳간을 차린 김현정, 천재박 씨 부부는 그렇다고, 어느덧 마음의 곳간까지 차오를 거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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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새것보다 세월의 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밀레니얼들은 독창적인 로컬 브랜드를 응원한다. 트렌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터들 역시 이제 도시보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에 주목하는 추세다. 서울과 떨어진 작은 마을들엔 어떤 가치가 빛나고 있을까? 자발적으로 서울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뿌리내린 로컬 브랜드를 만났다. 익숙해서 잊힌 가치를 끄집어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새바람을 불어넣은 이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여느 비즈니스 스토리와는 다른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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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패키지에 소포장해 선물용으로도 좋은 곡물집의 제품들.

패턴 패키지에 소포장해 선물용으로도 좋은 곡물집의 제품들.

곡물집에서 선보이는 토종 곡물들. 대추밤콩, 선비잡이콩, 푸르대밤콩 등 재미난 이름의 콩을 만날 수 있다.

곡물집에서 선보이는 토종 곡물들. 대추밤콩, 선비잡이콩, 푸르대밤콩 등 재미난 이름의 콩을 만날 수 있다.

곡물집에서 선보이는 토종 곡물들. 대추밤콩, 선비잡이콩, 푸르대밤콩 등 재미난 이름의 콩을 만날 수 있다.

돼지찹쌀로 떡을 만들어서 구워낸 와플과 볶은 콩으로 만든 빈 라테.

돼지찹쌀로 떡을 만들어서 구워낸 와플과 볶은 콩으로 만든 빈 라테.

돼지찹쌀로 떡을 만들어서 구워낸 와플과 볶은 콩으로 만든 빈 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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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는 ‘어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남편 천재박 씨와 곡물집의 운영을 담당하는 김현정 대표.

농부와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는 ‘어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남편 천재박 씨와 곡물집의 운영을 담당하는 김현정 대표.

곡물집의 인테리어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연구소’, 가구와 집기는 ‘레어바이크’ 와 협업했다.

곡물집의 인테리어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연구소’, 가구와 집기는 ‘레어바이크’ 와 협업했다.

곡물집의 인테리어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연구소’, 가구와 집기는 ‘레어바이크’ 와 협업했다.

기획자 부부, 토종 곡물에 꽂히다

기획이 체질인 김현정, 천재박 씨 부부는 공주에 곡물집을 차리기 전까지 분당에 살았다. 각자 네이버 라인프렌즈, 쌈지농부에서 경력을 쌓아온 부부는 쌍둥이 딸들을 낳고 나서 직장, 육아, 삶 전반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결국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할 차례. 앞서 10년간 농업 콘텐츠를 다뤄온 남편 천재박 씨가 먼저 아내에게 동업 겸 창업을 제안했다.

아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농부들과 함께하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여러모로 존경을 받는 농부분들이 있어요.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는데, 정말 멋진 전문가이면서도 철학자 같고 배움이 있어요. 특히 토종, 친환경 농사를 짓는 분들은 항상 자연을 생각하는 겸손한 분들인데, 돈이 되지 않아도 명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거든요.”

오래전부터 꿈꿔온 로컬 비즈니스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부부는 고심 끝에 ‘토종 곡물’을 아이템으로 확정했다. 부부가 세운 곡물집의 콘셉트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곡물이 지닌 현재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브랜드’다. 토종 곡물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토종이라는 개념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가능성을 확장하자는 취지에서다. 토종 곡물과 함께하는 보람찬 미래를 꿈꾸며 부부는 지방 도시 탐색에 나섰다. 새것이라 세련된 곳보다는 세월과 역사의 정취가 묻어나는 지역을 찾던 이들은 최종적으로 김현정 씨의 고향인 공주에 정착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곡물집의 카페 겸 쇼룸은 공주의 원도심에 있다. 차로 10분만 나가면 토종 곡물을 기르는 농부들을 만날 수 있는 위치다. 곡물집의 운영을 도맡아 하는 김현정 씨는 이곳에서 토종 곡물을 주제로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쁜 1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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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집의 곳간에는 작년에 수확한 햇곡물이 풍성하다. 곡물집이 다루는 것은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수확까지 때를 기다리는 즐거움과 긴장감이 있다고.

곡물집의 곳간에는 작년에 수확한 햇곡물이 풍성하다. 곡물집이 다루는 것은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수확까지 때를 기다리는 즐거움과 긴장감이 있다고.

빈 라테에 사용하는 볶은 콩 미숫가루.

빈 라테에 사용하는 볶은 콩 미숫가루.

빈 라테에 사용하는 볶은 콩 미숫가루.

올 상반기 온라인 쇼핑몰 론칭을 앞둔 곡물집에서는 토종 곡물을 사용한 스프레드 개발에 한창이다.

올 상반기 온라인 쇼핑몰 론칭을 앞둔 곡물집에서는 토종 곡물을 사용한 스프레드 개발에 한창이다.

올 상반기 온라인 쇼핑몰 론칭을 앞둔 곡물집에서는 토종 곡물을 사용한 스프레드 개발에 한창이다.

자연과 사람이 주는 가르침 속에서

부부는 실제로 논밭에서 농부들을 만나고, 귀한 토종 곡물을 직접 경험하며 메뉴를 개발하는 동안 생각과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꼈다고 한다. “토종 작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작물을 대하는 마음은 정말 애틋해요. ‘이 껍질 생김새 좀 봐, 열매 맺힌 것 좀 봐! 너무 사랑스럽다’면서 기뻐하세요. 1년 내내 농사를 짓느라 고생할 줄 알면서도 너무 예뻐서 또 심을 수밖에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이런 애정이 낯설었는데, 그분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에너지를 받고 저도 농작물들을 바라보는 시선, 나아가 저희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도 깊어지더라고요.”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지역의 장인,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이들의 응원까지 받았다고. “옹기장 이현배 선생님께서는 저희가 주최한 식경험 워크숍을 위해 1인용 솥을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멋진 어른들이 오셔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시니 일을 하면서도 배움이 있어 좋아요. 같은 일을 서울에서 했으면 불가능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고 참 감사하죠.” 남편 천재박 씨는 이와 같은 삶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도시에 있었다면 상품을 재빠르게 출시하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임대료 내기 바빴을걸요. 저희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다 보니, 목표로 두었던 경험과 협력을 발전시켜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곡물집은 느리지만 차분하게 우리의 토종 곡물을 경험하고, 손님들에게 그 경험을 나누는 중이다. 20여 종의 곡물을 소포장해 소개하고, 토종 등틔기콩을 섞은 커피 블렌드를 비롯한 카페 메뉴를 개발해냈으며, 곧 곡물 스프레드를 비롯한 각종 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토종 곡물을 주제로 한 워크숍의 일종인 ‘식경험 디자인’ 프로그램에도 주력하는 이들은 지난 워크숍의 경험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비대면 키트도 출시하려 한다. 사업엔 효율이 중요하다지만 고도가 제한된 오래된 마을에서 살면서는 효율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때를 기다리는 농부처럼, 침착하게 알찬 열매를 키워가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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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봉황동의 2층 한옥에 입주한 곡물집.

공주 봉황동의 2층 한옥에 입주한 곡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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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종의 토종 곡물과 곡물 파우더를 소개하는 코너. 제품의 맛과 유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서가 붙어 있어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여 종의 토종 곡물과 곡물 파우더를 소개하는 코너. 제품의 맛과 유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서가 붙어 있어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촌에서의 삶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공주에 곳간을 차린 김현정, 천재박 씨 부부는 그렇다고, 어느덧 마음의 곳간까지 차오를 거라 답했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박민정 기자
사진
이지아,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