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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로컬 브랜드 #1

텍스타일 창작 공예가들, 쿤스트호이테 in 인천

On April 01, 2021

텍스타일 공예가 오재엽, 윤서현 씨는 서울에서 작업 공간을 구하는 대신 고향인 인천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도시에서 값비싼 세를 내며 다른 사람이 만든 무대 주변에 있는 대신 로컬에서 창작가들이 모여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한 것. ‘Based in Incheon’은 쿤스트호이테를 말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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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새것보다 세월의 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의 진정성을 알아보는 밀레니얼들은 독창적인 로컬 브랜드를 응원한다. 트렌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터들 역시 이제 도시보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에 주목하는 추세다. 서울과 떨어진 작은 마을들엔 어떤 가치가 빛나고 있을까? 자발적으로 서울을 떠나 전국 각지에서 뿌리내린 로컬 브랜드를 만났다. 익숙해서 잊힌 가치를 끄집어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사회에 훈훈한 새바람을 불어넣은 이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여느 비즈니스 스토리와는 다른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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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스트호이테를 이끄는 텍스타일 공예가 오재엽, 윤서현 씨.

오늘의 공예, 인천

인천시 서구 가좌동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바쁘게 진화해왔다. 오래전 논과 밭이던 곳이 1970년대 산업화의 영향으로 커다란 화학공장 단지가 됐다. 공단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 2016년 이후에는 젊은 창작가들이 시작한 도시재생 건축 프로젝트의 재료로 쓰였다. 지금 가좌동은 건축가 양수인이 설계한 코스모40을 중심으로 젊은 창작가들이 모여들고, 또 정착한 동네다. 인천 문화예술의 태동지 같은 이곳에 텍스타일 공예 브랜드 쿤스트호이테(KUNST HEUTE)의 오픈 스튜디오도 있다.

독일어로 ‘오늘날의 작품’이라는 뜻의 쿤스트호이테는 공예가에게도 손님에게도 일상을 예술로 돌아보게 하는 브랜드다. 협소주택 같은 공간의 좁고 긴 창으로 아침부터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층고 높은 이들의 작업실은 스킵플로어 구조로 4개의 층을 만들어 공간이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은 그야말로 쿤스트호이테의 작업실이자 쇼룸인지라, 작가들이 활발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원단 재단부터 염색, 수세, 후가공 과정을 직접 이곳에서 한다.

합성염료와 식물성염료를 모두 사용하는 이들은 홀치기, 판염, 형염 등 다양한 전통 기법으로 패턴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텍스타일은 티셔츠, 스카프, 가방 등 패션 아이템은 물론 파우치, 코스터, 패턴 스크롤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된다. 쿤스트호이테가 전개하는 작업 중에는 니트작업도 있다. 색과 질감이 다른 원사 여러 개를 배합해 세상에 없는 털실로 만드는 작업이다.

“텍스타일 공예의 가장 큰 매력은 색인 듯해요. 공예가로서는 다양한 색을 직접 조색해 표현하고, 매번 희소한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오늘의 작업을 하는 기분이죠.” 오재엽 작가의 말이다. 일상 소품부터 공간을 채우는 패브릭까지 작업의 스펙트럼이 넓고, 특유의 온화한 미감이 있는 이들의 작업을 찾는 이가 많다.

“지난해에는 코스모40에서 오픈 스튜디오 형식으로 팝업 전시를 진행했는데, 넓은 4층 전체를 저희만의 공간처럼 사용했어요. 저희가 만든 제품은 물론이고 직접 디렉팅한 브랜드 영상과 오브제도 걸었죠. 우리가 공예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보고 싶었던 모든 방법을 다 실현해서 좋았어요.”  

쿤스트호이테는 섬유를 염색해 다양한 일상 기물을 만든다. 사진은 보자기로 만든 가방,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폐가구 염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든 소파다.

쿤스트호이테는 섬유를 염색해 다양한 일상 기물을 만든다. 사진은 보자기로 만든 가방,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폐가구 염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든 소파다.

쿤스트호이테는 섬유를 염색해 다양한 일상 기물을 만든다. 사진은 보자기로 만든 가방,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폐가구 염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든 소파다.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으로 알려진 ‘Cotton usa’ 면에 꼭두서니 염료를 사용해 홀치기(타이다이)로 염색한 티셔츠와 역시 옥스포드 면에 홀치기로 염색한 천가방.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으로 알려진 ‘Cotton usa’ 면에 꼭두서니 염료를 사용해 홀치기(타이다이)로 염색한 티셔츠와 역시 옥스포드 면에 홀치기로 염색한 천가방.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으로 알려진 ‘Cotton usa’ 면에 꼭두서니 염료를 사용해 홀치기(타이다이)로 염색한 티셔츠와 역시 옥스포드 면에 홀치기로 염색한 천가방.

꼭두서니 염료와 쪽(인디고)으로 염색한 미니 족자. 패턴은 형염이라는 염색 기법으로 표현했다.

꼭두서니 염료와 쪽(인디고)으로 염색한 미니 족자. 패턴은 형염이라는 염색 기법으로 표현했다.

꼭두서니 염료와 쪽(인디고)으로 염색한 미니 족자. 패턴은 형염이라는 염색 기법으로 표현했다.

서로 색과 질감이 다른 원사 여러개를 섞어 하나의 털실로 만드는 텍스타일 크래프트를 의자에 적용했다.

서로 색과 질감이 다른 원사 여러개를 섞어 하나의 털실로 만드는 텍스타일 크래프트를 의자에 적용했다.

서로 색과 질감이 다른 원사 여러개를 섞어 하나의 털실로 만드는 텍스타일 크래프트를 의자에 적용했다.

지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높은 층고를 따라 모노톤으로 염색한 천이 걸려 있다.

지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높은 층고를 따라 모노톤으로 염색한 천이 걸려 있다.

지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높은 층고를 따라 모노톤으로 염색한 천이 걸려 있다.

오재엽 작가가 사용하는 작업 기물들.

오재엽 작가가 사용하는 작업 기물들.

오재엽 작가가 사용하는 작업 기물들.

판이 없으면 만들어야지

인천 토박이인 오재엽, 윤서현 작가는 영화를 전공한 동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학교를 마친 후 영화 만드는 일을 함께했다. 창작을 하는 업이 젊은이의 인내를 요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고, 그건 영화업계도 마찬가지일 터. “어느 날 영화를 하면서는 자생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강하게 창작하자는 결심을 했죠.” 두 사람은 그때부터 전통 염색을 하는 오재엽 씨의 어머니에게 염색법과 텍스타일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잠시 독일에 머무는 동안 쿤스트호이테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작업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둘은 막연히 서울에서부터 작업실을 알아봤다. “서울 중서부권의 작업실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는데요. 작업 특성상 넓은 공간과 수도, 가스시설이 있는 곳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야만 했어요.” 두 사람은 고민 끝에 서울 대신 인천에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인천은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 많아요. 목재나 철물 등을 다루는 도매상가가 많으니, 거기서 빠르게 좋은 재료를 공수할 수 있죠. 외주로 봉제 작업을 맡길 일이 있을 때도 편해요. 서울과 경기도가 인접해서 미팅을 하거나 외부 행사가 있을 때도 불편함이 없고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인천을 기반으로 각각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과 연이 닿았다.

서울 합정에서 시작한 커피 브랜드 빈브라더스의 카페 앞마당에서 시작한 ‘인천 크리에이티브 마켓’을 통해서다. 인천 기반으로 서핑보드를 판매하는 서프코드, 핸드메이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까따, 모자 디자인 스튜디오 햇쓸까 등등…. 사람들이 모이니 시너지가 생기는 일이 많았다. “스스로 자생할 환경을 만들려다 보니 컬래버레이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와요. 워터 탱크 베이스먼트와 함께 목봉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렇게 협업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점들이 흥미로웠어요.”

쿤스트호이테는 이제 더 이상 서울에 작업실을 얻을 생각이 없다. 브랜드의 뿌리가 인천에 있기 때문이고, 문화예술인이 자생할 수 있는 지역으로서 인천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인천 가좌동을 배경지 삼아 더 많은 이가 인천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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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염색법으로 색을 낸 파우치.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니트 원사를 손으로 직조하고 있는 윤서현 작가.

새로운 직물로 태어나기 전,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원사 꾸러미들.

새로운 직물로 태어나기 전,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원사 꾸러미들.

새로운 직물로 태어나기 전,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원사 꾸러미들.

노란색을 내는 천연 염료인 금잔화로 염색을 하고 있는 오재엽 작가. 쿤스트호이테의 염색에 쓰이는 금잔화 꽃잎은 오재엽 작가의 부모님이 한 해 동안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노란색을 내는 천연 염료인 금잔화로 염색을 하고 있는 오재엽 작가. 쿤스트호이테의 염색에 쓰이는 금잔화 꽃잎은 오재엽 작가의 부모님이 한 해 동안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노란색을 내는 천연 염료인 금잔화로 염색을 하고 있는 오재엽 작가. 쿤스트호이테의 염색에 쓰이는 금잔화 꽃잎은 오재엽 작가의 부모님이 한 해 동안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텍스타일 공예가 오재엽, 윤서현 씨는 서울에서 작업 공간을 구하는 대신 고향인 인천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도시에서 값비싼 세를 내며 다른 사람이 만든 무대 주변에 있는 대신 로컬에서 창작가들이 모여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한 것. ‘Based in Incheon’은 쿤스트호이테를 말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CREDIT INFO

기획
김의미, 박민정 기자
사진
이지아,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