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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18탄

쇳가루로 풍경을 그리는 작가 김종구

On February 09, 2021

쇳가루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생명을 불어넣는 김종구 작가. 북한산 자락의 부암동에 위치한 작업실은 쇳가루 산수화를 만나기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한국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크 테토가 김종구 작가를 찾아 그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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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작업실 마당에 걸려 있는 김종구 작가의 작품들

부암동 작업실 마당에 걸려 있는 김종구 작가의 작품들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작업실 곳곳에 걸린 작품들. 시간이 흐르면서 쇳가루가 부식되어 붉은색으로 변하며 작품 스스로 색을 만들어낸다.

작업실 곳곳에 걸린 작품들. 시간이 흐르면서 쇳가루가 부식되어 붉은색으로 변하며 작품 스스로 색을 만들어낸다.

작업실 곳곳에 걸린 작품들. 시간이 흐르면서 쇳가루가 부식되어 붉은색으로 변하며 작품 스스로 색을 만들어낸다.

야외 조각 전시에 초대되어 통 쇠로 깎은 인체 조각을 전시했는데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밑동만 남긴 채 사라진 작품을 보고 허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돌아왔는데, 쇠를 깎으면서 남은 쇳가루가 눈에 보였죠.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쇳가루를 열심히 쓸어 모았습니다.

작가의 초기작인 인체 조각과 최근작인 쇳가루 산수화들.

작가의 초기작인 인체 조각과 최근작인 쇳가루 산수화들.

작가의 초기작인 인체 조각과 최근작인 쇳가루 산수화들.

탁 트인 마당에 전시한 작품이 풍경과 어우러진다.

탁 트인 마당에 전시한 작품이 풍경과 어우러진다.

탁 트인 마당에 전시한 작품이 풍경과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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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사진 작품은 쇳가루로 쓴 글씨를 옆면에서 촬영한 것. 바다 위에 섬들이 떠 있는 풍경 같다.

왼쪽의 사진 작품은 쇳가루로 쓴 글씨를 옆면에서 촬영한 것. 바다 위에 섬들이 떠 있는 풍경 같다.

‘쇳가루 산수화’로 잘 알려진 김종구 작가. 쇳가루로 창조해내는 그의 세계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다. 비자연 소재처럼 느껴지는 쇠는 자연에서 추출해낸 자연 소재이자 이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이며 인간에게 이로운 물건들로 만들어져 도움도 주지만 살생 무기로도 둔갑한다. 그는 쇳가루로 이 세상의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영국 챌시 미술대학에서 공부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1990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한다. 통 쇠를 깎아 만드는 인체 형태를 주로 제작했던 작가는 한 전시에서 작품이 도난당하는 경험을 하고 그때부터 작품 세계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소재와 형태에 연연하지 않는 그의 작품 세계는 외연을 확장하며 잃어버림을 통해 얻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독일 리튼아트파운데이션, 싱가포르 비즈니스센터 등 세계 전역의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고, 국내에서도 새로운 관점의 전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작가의 오랜 팬이었던 마크 테토가 작업실이 있는 부암동을 찾았다. 산수화의 한 풍경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만남 역시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김종구 작가가 마크 테토에게 쇳가루 산수화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종구 작가가 마크 테토에게 쇳가루 산수화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김종구 작가가 마크 테토에게 쇳가루 산수화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M 안녕하세요. 부암동의 전망이 좋은 건 알았지만, 산이 보이는 작업실 뷰가 정말 좋네요!
여기는 부암동 중에서도 높은 곳에 자리해 건물보다 산이 많이 보여서 좋죠.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고도 합니다.

M 작가님 작품은 우연히 접했는데 첫인상이 굉장히 신선했거든요. 쇳가루로 그림을 그린다는 방식도 새로웠고요. 어떻게 쇳가루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조각을 전공했어요. 초기 작품은 통 쇠를 깎아 형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죠. 어느 날 영국의 한 전시에 초대돼서 제 작품 세 점을 전시했는데, 그 작품이 전시장에서 도난당한 거예요. 정말 충격이었고 허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돌아왔는데, 그 작품을 만들면서 깎여나간 쇳가루들이 보였어요. 그래서 그걸 쓸어 모아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됐죠.

M 충격적인 사건이네요. 그런데 그 사건이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 전환점을 만들어주게 되었나 봐요.
조각가에게 형체를 잃어버렸다는 건 정말 큰 사건입니다. 예술과 창작에 대한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잃어버리고 나서 그걸 대신해서 쇳가루를 모았고, 그 소재를 활용해 나의 사유를 표현하게 된 거죠. 이런 작업을 통해서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형태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나는 같은 사람이고 소재가 달라진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는 거죠.  

작가에게 쇳가루로 글씨 쓰는 법을 배운 마크 테토가 자신의 이름을 써보았다.

작가에게 쇳가루로 글씨 쓰는 법을 배운 마크 테토가 자신의 이름을 써보았다.

작가에게 쇳가루로 글씨 쓰는 법을 배운 마크 테토가 자신의 이름을 써보았다.

김종구 작가의 주요 작업 소재인 쇳가루.

김종구 작가의 주요 작업 소재인 쇳가루.

김종구 작가의 주요 작업 소재인 쇳가루.

작업실 한쪽에는 쇳가루를 다루기 위한 작업 도구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작업실 한쪽에는 쇳가루를 다루기 위한 작업 도구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작업실 한쪽에는 쇳가루를 다루기 위한 작업 도구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작업실 바닥에서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작업실 바닥에서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작업실 바닥에서 쇳가루로 글씨를 쓰는 작가.

M 쇳가루로 제작한 작품이 이렇게 잘 굳어서 그림으로 표현된 것도 신기하네요.
요즘 작품은 아교풀을 뿌려서 굳히지만 처음엔 그냥 쇳가루 상태로 작업을 했죠. 작업실에서 전시실로 옮길 때 쇳가루가 흩어지지 않게 하려고 눕힌 상태로 조심히 옮기느라 고생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쇠는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고 금방 녹이 슬어요. 언젠가 한 번 비행기로 작품을 옮긴 적이 있는데 녹이 슬고 굳어서 온 거예요. 작품이 변형됐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저는 그때를 계기로 제 작품이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아 있기 때문에 변할 수도 있는 거지요.

M 녹이 슬어서 색이 변하니까 더 멋있는 것 같기도 해요.
쇳가루로 작업한 작품을 세워두면 쇳가루가 천천히 흘러내립니다. 녹이 슬면서 색도 변하지요. 그러면서 캔버스에 농담이 생겨나고 산수화의 느낌을 표현하죠. 쇳가루가 살아 숨 쉬면서 흘러내리며 산수화를 완성해 가는 거예요. 부식이 되면서 글씨가 부풀어 오른다든지 녹물이 흘러내리면서요. 제 작품은 일부러 부수지 않은 이상 오랫동안 남아 있을 거예요. 철기시대의 유물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건 모두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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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를 쌓으면 산처럼 보이고, 바닥에 쓴 글씨도 옆에서 보면 풍경처럼 느껴진다.

쇳가루를 쌓으면 산처럼 보이고, 바닥에 쓴 글씨도 옆에서 보면 풍경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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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자를 써서 만든 작품 ‘쇳가루 6000자 독백’ 시리즈.

6000자를 써서 만든 작품 ‘쇳가루 6000자 독백’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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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가루가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내는 문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산수화의 농담을 닮아간다.

쇳가루가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내는 문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산수화의 농담을 닮아간다.

  • 쇳가루가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내는 문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산수화의 농담을 닮아간다. 쇳가루가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내는 문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산수화의 농담을 닮아간다.
  • “쇳가루 전문가가 밀가루 작품을 만들었어요”라며 김종구 작가가 직접 만든 빵을 대접했다. “쇳가루 전문가가 밀가루 작품을 만들었어요”라며 김종구 작가가 직접 만든 빵을 대접했다.
  • “쇳가루 전문가가 밀가루 작품을 만들었어요”라며 김종구 작가가 직접 만든 빵을 대접했다. “쇳가루 전문가가 밀가루 작품을 만들었어요”라며 김종구 작가가 직접 만든 빵을 대접했다.
언젠가 탱크를 쇳가루로 만드는 평화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김종구 작가의 바람이다.

언젠가 탱크를 쇳가루로 만드는 평화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김종구 작가의 바람이다.

언젠가 탱크를 쇳가루로 만드는 평화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김종구 작가의 바람이다.

M 살아 있고 사라지지 않는 작품이라니, 대단한데요.
저는 숙성시킨다고 말하기도 해요. 처음에 만든 작품은 약간 날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시간이 지나 숙성되면 좀 더 자연스럽고 친근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쇠는 가루로 만들 때 마찰에 의해 타서 검정색이 되는데, 숙성되면서 붉은색을 띠게 되고, 그렇게 색의 농담이 생겨나는 게 동양의 산수화와 비슷하죠.

M 산수화를 보면 산만 있는 게 아니라 글씨도 있고, 상징적인 부분도 보이는데요.
동양에는 ‘시서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한 폭의 작품에 시를 쓰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작가라고 하면 하나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고, 명필이어야 하고, 좋은 시도 쓸 줄 알아야 하는 거죠. 제 작품 중 산 중턱에 기다란 쇳덩어리처럼 보이는 그림은 ‘운중산수’라는 작품인데요. 쇳덩어리를 구름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예요. 늘 날씨가 맑으면 좋겠지만, 요즘 세상은 이런저런 문제들이 구름처럼 해를 가리잖아요. 그런 걸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M 쇳가루로 쓰신 글의 필체가 정말 멋있어요. 아주 큰 캔버스에 글씨를 쓰신 작품도 있던데 그런 작품엔 주로 어떤 내용을 담으세요?
쇳가루로 써서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웃음). 작업하기 전에는 내가 어떤 글을 쓸지 몰라요. 무대에 올라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 캔버스 위에 올라가면 문장이든 단어든 내 안에서 떠오르는 글을 써 내려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오늘 오전에 느낀 첫인상에 대한 생각, 날씨가 어땠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나 이런 것들이죠. 3000자를 쓰는 데 한 일곱 시간 걸리더라고요.  

김종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마크 테토.

김종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마크 테토.

김종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마크 테토.

M 사진 작품은 오늘 처음 봤는데 처음에는 풍경을 촬영한 줄 알았어요. 다시 보니 쇳가루를 찍으신 거네요.
쇳가루가 입체적이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거든요. 위쪽에서 보면 쇳가루 글씨로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쇳가루 산맥처럼 보이죠.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빔프로젝트로 보면 풍경처럼 보여요. 작품이 하나의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없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걸 선호해요.

M 언제부터 미술가의 꿈을 꾸게 되셨어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가족 중에 예술가는 없었는데,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친절한 미술 선생님들을 만나서 제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당시 학교의 도움으로 방학 때 미술 전람회를 준비한다고 친구들과 합숙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거든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미술 선생님께 조소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시골에서 유학 온 저를 본인 집에 데려가 살게 하고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운이 좋았죠.

M 시골에서 자랐다고 하셨는데 고향은 어떤 곳이었어요?
충남 합덕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예당평야가 있는 평평한 지대로 너른 평야에 전봇대들이 서 있고, 나지막한 언덕에 세워진 교회 첨탑 같은 게 풍경의 전부에요. 수직과 수평의 세계였죠. 영국에서 공부하고 다시 고향을 찾았을 때 제 작업의 구도가 어릴 때 보고 자란 환경의 영향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M 어떤 학생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좀 특이한 학생이었죠. “이미 예술은 다 창조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서 교수님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고요. 왜냐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도, 발에 차이는 돌도 모두 자연스럽고 완벽하기 때문에 ‘창조’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죠. 그리고 졸업 작품 전시명이 ‘똥을 쌌어요’였는데(일동 웃음), 교수님들이 저를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하셨어요. 이미 똥조차 완벽하게 만들어진 건데 더 이상 내가 할 게 없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인위적인 것을 되도록 피하고 싶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M 너무 재미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의 쇳가루 작품까지 오게 된 거네요. 앞으로 가장 하고 싶으신 작업은 어떤 건지도 궁금해요.
글로벌한 작업을 꿈꾸고 있어요. 사막에 가면 전쟁 중에 쓰고 버려진 탱크가 많다고 하거든요. 쇠라는 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물질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총이나 총알, 탱크 같은 살상 무기로도 쓰이잖아요. 탱크를 쇳가루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평화를 얘기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규모가 큰 프로젝트라 섣불리 시도할 수는 없고요. 글로벌 대기업에 제안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M 쇳가루가 상징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가님의 탱크 프로젝트를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시작하게 되면 꼭 연락 주세요.
마크 씨가 제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니 정말 고마워요. 탱크 프로젝트는 언젠가 시작하게 될 거예요. 꼭 연락할게요!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생활 11년 차,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며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매일 누리고 있다.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을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중 한 명. 매달 〈리빙센스〉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쇳가루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생명을 불어넣는 김종구 작가. 북한산 자락의 부암동에 위치한 작업실은 쇳가루 산수화를 만나기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한국의 예술을 사랑하는 마크 테토가 김종구 작가를 찾아 그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