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노마드로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겐 리멜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런던 북부에 자리한, 19세기 지어진 교회 예배당이 매력적인 심플 하우스로 변신한 이야기.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밝고 모던하게 변신한 실내. 높다란 층고를 활용해 복층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서재를 마련했다. 마치 나무 상자를 삽입한 듯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복층 공간은 사생활 보호는 물론 공간 전체를 심플하게 유지해준다.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밝고 모던하게 변신한 실내. 높다란 층고를 활용해 복층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서재를 마련했다. 마치 나무 상자를 삽입한 듯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복층 공간은 사생활 보호는 물론 공간 전체를 심플하게 유지해준다.


대도시에서 찾은 밝고 긍정적인 공간
미국에서 태어나 10년 전 런던에 정착하기까지, 모겐 리멜(Morgwn Rimel)은 몬트리올, 도쿄, 싱가포르 그리고 시드니에서 살면서 무려 25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덕분에 한때는 수도승처럼 살았다고 말하는 모겐은 이러한 노마드적 삶을 통해 ‘소유’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엄격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잘못된 것을 갖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 런던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을 만나고 역량을 펼치면서 정착을 결심한 모겐은 진지하게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찾았고, 런던 북부 아치웨이에서 교회 예배당으로 사용됐던 19세기 건물 최상층의 아담한 공간을 발견했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이 들고, 키가 큰 4개의 아치 창문 사이로 자연광이 풍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실내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런던에 처음 왔을 때 밀실 공포증을 느꼈어요.” 높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 시드니의 모던한 유리 건물에서 살다 온 모겐에게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거 같은 런던의 잿빛 하늘과 비좁은 방은 극복하고 싶은 대상이었고, 이 집이라면 충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공간은 생각보다 쉽게 우리를 흥분시키거나 지치게 만들죠.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집이 음울해서는 안 되고, 답답한 대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숨통이 트이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평생 보금자리
현재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 슈퍼컬처(Superculture)를 운영하며 디자인 컨설턴트이자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모겐이 런던에 오게 된 건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에서 디렉터로 재직하게 되면서였다.
일상의 수많은 질문에 철학, 역사, 문학, 사회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예술 등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적용해 가치 있는 삶의 길을 제시하는 인생학교에서 7년간 열정을 쏟은 모겐은 이 시간을 배움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이때 쌓은 경험은 유용했고,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감성지능 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업무에 주력했던 모겐은 이 집을 개조할 때 자아분석에 근거한 심리적 디자인을 적극 반영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침실. 지붕 바로 밑 다락을 개조한 침실은 ‘내향적인 사람을 위한 평온한 은신처’를 목표로 한 곳으로, 모겐이 도쿄에 머물 때 살았던 일본 전통가옥의 다다미방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마치 우드 패널로 만든 상자 속 같은 침실에는 침대와 명상용 스툴만 놓여 있고, 창가에 설치된 슬라이딩 우드 패널을 닫으면 암흑이 가득하다. “내 안에 쌓인 모든 감정을 풀어내고, 다시 나를 세상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곳이 침실입니다.”

생기발랄 디자인 컬렉션
모겐의 집은 매우 경쾌하고 심플하며 편안한 분위기지만, 이를 연출하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은 꽤 진중했다. 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입주하기 전 리노베이션을 담당했던 업체를 섭외해 침실 확장 공사를 맡겼고, 자재 역시 첫 번째 개조 시 사용한 것과 같은 것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가구와 소품을 선택할 때는 실험적인 디자인부터 역사적 가치를 지닌 희귀한 컬렉션까지, 열린 마음으로 임했다.
그 결과 거실에는 최첨단 3D 입체 조각, 플라스틱 폐기물 등을 녹여서 만든 테이블, 남미에서 사온 보헤미안 스타일의 해먹이 독일 바우하우스 직조 워크숍의 발전을 이끈 군타 스퇴츨(Gunta Stölzl)이 짠 러그 위에서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2년 전, 모겐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에 자신의 집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웃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루이즈 그레이와 함께 신진 디자이너 작품들을 선별해 실제 주거 공간에 적용한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것은 물론 수백 명의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생소한 디자인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 얼마든지 유쾌하고 편안한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가 끝난 후 그는 몇몇 전시품과 헤어지지 못했다. 이 집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확실했기에 말이다.
오랜 시간 노마드로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겐 리멜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런던 북부에 자리한, 19세기 지어진 교회 예배당이 매력적인 심플 하우스로 변신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