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효율성을 따져가며 뻔한 공간에서 살 바엔, 동서남북에 창을 낸, 층고가 5m에 달하는 집을 짓고 말겠다. 일러스트 작가 김상인의 집, 아우어 하우스.

우리 맘대로, 우리 집
김상인 작가는 어디에나 자신의 방식대로 그릴 수 있다. 오래된 사진, 티셔츠, 다큐멘터리 등에 위트 있는 콜라주 기법을 적용한다. 빈폴, 캠퍼 등의 패션 브랜드와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과도 협업하며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올봄 그는 집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직접 완성했다. 건축적 요소부터 직접 만든 가구와 공들여 구한 빈티지 소품들까지. 모두 작가의 취향이다. 그는 작업실에 내는 월세가 아깝고, 마음껏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집 짓기를 결심했다.
대지를 매입하고, 설계를 하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과정마다 또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선택의 잔인함을 경험하고 결심이 흔들리기도 했다.


아내 지연섭 씨는 바실리, 김상인 작가는 비초에 의자에 앉았다. 왼쪽 벽면의 개성 있는 그림은 김상인 작가의 작품 ‘Dance’, 중앙의 펜던트 조명은 베르판, 주방 가구는 포스트 스탠다즈에서 제작했다. 미술을 가르치는 아내 지연섭 씨의 제자가 론칭한 브랜드라 부부에겐 뜻깊은 주방이 됐다.

아내 지연섭 씨는 바실리, 김상인 작가는 비초에 의자에 앉았다. 왼쪽 벽면의 개성 있는 그림은 김상인 작가의 작품 ‘Dance’, 중앙의 펜던트 조명은 베르판, 주방 가구는 포스트 스탠다즈에서 제작했다. 미술을 가르치는 아내 지연섭 씨의 제자가 론칭한 브랜드라 부부에겐 뜻깊은 주방이 됐다.
“집을 짓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아파트가 좋다, 보수가 어렵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둥, 온갖 말들이 쏟아졌어요. 골조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난방 효율이 걱정된다고들 했는데. 저는 효율을 따질수록 값어치가 떨어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충고는 마음으로만 받고, 결국엔 이 집에 사는 우리 부부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떠올렸어요.”
층고는 높고, 벽이 없고, 창문과 테라스가 많아 빛이 가득한 집을 보고 누군가는 용감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부부에겐 단순히 살고 싶었던 집일 뿐이다.
“아우어 하우스니까요. 우리 집이라는 뜻이에요. 저희 고양이 이름도 그냥 야옹이거든요.”
아침이 있는 삶
결혼 후 줄곧 야행성으로 살던 부부의 삶이 달라졌다. 부부의 침실은 3층에 있다. 아침이면 네모난 천창에서 햇살이 떨어져 기분 좋게 눈을 뜬다. 새들은 규칙 없이 가까이, 때로는 멀리서 풍성한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어느 날엔 침대에 누워 1층의 오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 소리를 듣는데, 이런 게 행복인가 싶었다고.
김상인 작가는 항상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가구를 곁에 두고 싶었다. 머리맡에 있는 의자 역시 그가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인 히로시마 체어다. 그밖에도 아우어 하우스에는 해외 작가의 작품과 빈티지 소품이 많다. 맘에 드는 제품이 없을 땐 직접 만든다. 만들 수도 없을 땐 이케아 등 아예 실용적인 브랜드의 제품으로 구매한다. 애매한 것들은 결국 잊힐 뿐이니까! 예술에 임하는 태도가 그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묻어난다.
친절하니까, 커피를 합니다
김상인 작가는 작업실로 사용하는 1층에 카페를 함께 열었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예술가들은 보통 불친절해요. 전시가 열릴 때만 작품을 접할 수 있고, 작가를 직접 만나기는 더 어렵고요. 저는 그림을 보다 보면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거든요. 제 작품을 실제로 보고, 저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을, 커피를 핑계로 오시게 하면 어떨까 했죠. 저를 직접 만나서 제 작품이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좋아요. 작가로서의 저를 알리는 것 또한 작업의 일부니까요.”
간판도 없고, 문 여는 날도 아직 불규칙하지만 마음만은 친절하다.
작가 김상인을 아우르는 작업실, 컴바인스
1층 작업실의 이름은 컴바인스(COMBINES). 작년 여름에 일찌감치 정해뒀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기법인 컴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에서 이름을 따왔다. 쉽게 말하면 음악, 패션, 책, 커피 모든 것을 아우르겠다는 뜻이다.
김상인 작가는 집을 짓고, 가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목공을 배웠고, 옷을 좋아하다 보니 자수도 공부했다. 오디오를 수집하고,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간단한 집수리를 하고, 가구를 제작하고 커피를 만드는 등, 작품 밖에서도 독창적인 일상을 이루어가는 사람. 컴바인스는 곧 작가 김상인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송죽길 30,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것저것 효율성을 따져가며 뻔한 공간에서 살 바엔, 동서남북에 창을 낸, 층고가 5m에 달하는 집을 짓고 말겠다. 일러스트 작가 김상인의 집, 아우어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