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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16탄

단색 화가 김태호

On February 28, 2018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의 도예가 김익영에 이어 이번 달에는 2세대 단색 화가 김태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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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고 지켜나가기 위한 길라잡이 ‘마크 테토’. 한옥에 살며, 한국의 고가구를 모으고 우리의 전통 악기인 거문고를 배우기까지 한국의 문화에 푹 빠져 있다. 더불어 한국의 작가와 작품을 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파 매달 <리빙센스>에서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이라는 칼럼의 스피커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추상화가 오수환을 시작으로 사진작가 배병우와 구본창, 나무 조각가 이재효, 설치미술가 지니 서, 현대미술가 전광영과 이배, 단색 화가 박서보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만나왔다. 이달에 만난 작가는 1948년생으로 50여 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단색 화가 김태호다. 무한한 붓질로 평면의 작품에 내재율을 더하고 더할 나위 없는 화려한 색의 덧겹을 입히며 단색화의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는 2세대 단색 화가 김태호. 정겨운 부산 사투리를 쓰며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김태호 작가를 만나러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간 이야기.

김태호 작가의 수평·수직 구조를 표현한 콘크리트 작품.

김태호 작가의 수평·수직 구조를 표현한 콘크리트 작품.

김태호 작가의 수평·수직 구조를 표현한 콘크리트 작품.

김태호 작가의 인물 사진이 놓인 작업실 한쪽.

김태호 작가의 인물 사진이 놓인 작업실 한쪽.

김태호 작가의 인물 사진이 놓인 작업실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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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간의 작품 활동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장으로 지낸 세월이 엿보이는 서재에서 김태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마크 테토.

50여 년간의 작품 활동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장으로 지낸 세월이 엿보이는 서재에서 김태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마크 테토.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크릴 물감통. 대부분 비워져 있어 평소 작품 활동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크릴 물감통. 대부분 비워져 있어 평소 작품 활동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크릴 물감통. 대부분 비워져 있어 평소 작품 활동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M 작가님 안녕하세요. 고향이 부산이시죠? 제가 제2의 고향을 부산이라고 할 정도로 부산을 좋아해요. 틈만 나면 KTX를 타고 부산 여행을 가요. 부산을 아껴주니 감사하네요. 저는 부산 범일동이라는 곳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사생대회에 오게 되었어요. 부산 촌놈이 서울의 네온사인에 눈이 돌아가서 ‘아! 큰물에서 놀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알게 된 곳이 서울예술고등학교였어요. 본격적으로 미술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시험을 봐서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서울에서의 유학 생활이 시작되었죠.

M 고등학생 때 혈혈단신 서울로 유학을 오셨다니 추진력이 대단하세요! 그리고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부산 사투리가 너무 정겹습니다. 당시만 해도 학교에 시골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때 선생님들이 제 사투리를 들으려 맨날 말을 시켰어요. 그때 제 별명이 ‘모르겠심더’였고요(웃음).

M 그렇게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셨죠? 네. 1968년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추상화를 공부했어요. 제가 그때 한국을 대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단색 화가 박서보 선생님께 추상화를 배웠어요.

M 박서보 작가님은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10탄에서 만났어요! 박서보 작가님의 제자가 작가님이었군요! 네. 아직도 제 스승님이지요. ‘추상화란 뭡니까?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하는 패기로 배웠어요. 그때 배운 큰 가르침이 있어요. 당시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작업했는데 그릴 때마다 그림이 변하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께 물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상태로 안정적인 개인전을 할 수 있는지도요. 그때 선생님이 이 또한 발전이며 작품이란 자꾸 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제 작가 활동의 가장 큰 모토가 ‘예술가는 자기만의 기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며 끝없이 찾아내야 한다’가 되었어요. 실험정신 또한 강해야 하고요.  

한 작품당 사용되는 20여 가지 색은 즉흥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작업 전, 작가의 영감에 따라 선택되고 조합되며 그 색들이 층층이 캔버스에 도포된다.

한 작품당 사용되는 20여 가지 색은 즉흥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작업 전, 작가의 영감에 따라 선택되고 조합되며 그 색들이 층층이 캔버스에 도포된다.

한 작품당 사용되는 20여 가지 색은 즉흥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작업 전, 작가의 영감에 따라 선택되고 조합되며 그 색들이 층층이 캔버스에 도포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작업 의자 또한 셀 수 없는 물감으로 덮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작업 의자 또한 셀 수 없는 물감으로 덮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작업 의자 또한 셀 수 없는 물감으로 덮였다.

수평·수직 구조에 맞춰 깎는 작업에 매진하는 김태호 작가의 모습.

수평·수직 구조에 맞춰 깎는 작업에 매진하는 김태호 작가의 모습.

수평·수직 구조에 맞춰 깎는 작업에 매진하는 김태호 작가의 모습.

M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작품은 여느 단색화와 달리 정말 독특해요. 한국의 정서가 읽히면서도 그 어떤 서양화 못지않게 화려하고요. 한국 작가로서 다른 시선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서양의 기법과 기술을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우리만의 정서, 우리만의 문화가 늘 작품 바탕에 깔린다고 봐요. 예를 들면 선 하나를 그어도 다 다를 수밖에 없고요. 자기 몸에 배어 있는 토양, 정서가 나타나죠. 한동안 한지로 작업을 했었고 지금은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해요. 어느 날 한지로 작업했을 때와 같이 수십 종의 아크릴물감을 칠하고, 다시 깎아내는 반복 작업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깎아낸 물감의 층이 드러나는데 그 색이 너무 고운 거예요. 평면 캔버스가 물질감을 가진 작품이 되었어요.

M 무수하면서 규칙적인 격자무늬가 수많은 물감 층을 깎아낸 흔적이군요! 바라보았을 때 제일 편안한 게 수평·수직 구조예요. 그 구조를 빌려 계속 물감으로 선을 그어요. 세로로 칠하고 다시 캔버스를 돌려 이전 물감 선과 수직이 되게 물감 선을 칠하고요. 그렇게 칠한 다음 다시 수평·수직 구조로 깎아내죠. 그걸 벌집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햇빛이 드리운 잔잔한 바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어요.

M 총 몇 가지 색을 칠하시나요? 스무 가지 이상의 물감으로 스무 번 이상 칠을 해요. 겉으로 보면 하나의 색깔이지만 그 속에 칼로 깎아냈을 때 나타나는 색감은 10여 가지가 보여요. 나머지는 속에 있어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물성과 정신을 결합시킨 단색화예요. 쌓았다가 사라지는 것. 생성과 소멸이 제 작업의 포인트죠. 이런 것이 바로 한국의 단색화와 외국의 모노크롬, 즉 흑색 또는 한 가지 색만 사용해서 표현하는 그림과의 차이에요.

M 저는 처음 봤을 때는 세포, 생물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추상의 묘미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요. 구상은 딱 뭔가를 제시해주지만 추상은 얼마든지, 사람마다 자신의 미적 체험에 의해 보고 느끼는 게 다를 수밖에 없지요. 칼로 깎아낸 면마다 드러나는 무수한 색과 선으로 복잡하지만 규칙적인 격자무늬의 묘한 아이러니를 선사하는 것처럼요.

M 한편으로는 거대한 평면 회화가 아닌 리드미컬한 조형물같이 느껴져요. 이렇게 작품을 만드는 데는 얼마쯤 걸리나요? 오래 걸려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진짜 빨라야 석 달이에요. 공이 많이 들어가요.

M 보라색 작품도 너무 예뻐요. 멀리서 보면 보라색처럼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등 여러 가지 색이 다 있어요. 또 정면으로 보는 것과 측면으로 보았을 때의 색이 달라요.

M 작가님이 만들어낸 무한한 행위의 축적으로 인해 매우 차분해 보이면서도 수많은 색의 향연이 매우 다채롭게 느껴져요. 너무 아름다워요. 왜 작품명이 ‘내재율(Internal Rhythm)’인지 알 거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수많은 인간의 군상이 쌓이듯 제 작품 안에도 각각 다른 모양과 색을 담고자 했어요. 마크 테토 씨가 감명을 받았다니 작가로서 너무 뿌듯합니다. 오늘도 마크 테토 씨를 비롯한 대중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에 행복하고 감사해집니다. 귀한 걸음을 해줘서 고마워요. 무수히 쌓고 깎는 작업을 이어가 앞으로 또 달라질 내재율의 표정을 보여드릴게요.

마크 테토가 매료된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Internal Rhythm)’ 시리즈.

마크 테토가 매료된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Internal Rhythm)’ 시리즈.

마크 테토가 매료된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Internal Rhythm)’ 시리즈.

최근 작부터 2000년대 중반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오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최근 작부터 2000년대 중반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오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최근 작부터 2000년대 중반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오는 3월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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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술린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1)에서 열리고 있는 김태호 작가의 개인전을 찾은 마크 테토. 2017년부터 작업해 2018년 1월에 완성된 ‘Internal Rhythm 2018-1’, ‘Internal Rhythm 2018-2’ 앞에 발길이 멈췄다.

애술린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1)에서 열리고 있는 김태호 작가의 개인전을 찾은 마크 테토. 2017년부터 작업해 2018년 1월에 완성된 ‘Internal Rhythm 2018-1’, ‘Internal Rhythm 2018-2’ 앞에 발길이 멈췄다.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린 마크 테토. 한국에 산 지 8년째로, 예스러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미학과 기품을 품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달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리빙센스> 독자와 공유한다.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의 도예가 김익영에 이어 이번 달에는 2세대 단색 화가 김태호를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어시스트
신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