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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가 만난 추상화가 오수환

On January 18, 2017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 옻칠하는 작가 허명욱에 이어 이번 달에는 추상화가 오수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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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리는 길라잡이 ‘마크 테토’. 평소 마크 테토가 문화 산책을 위해 가나아트센터에 드나들며 눈여겨보던 작가가 있다. 바로 추상화가 오수환이다. 1946년 태어나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을 겪고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한 역사의 산증인.

50여 년간 추상화를 그리고 있는 노장의 오수환 작가를 경기도 장흥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오수환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적막의 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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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에 위치한 오수환 작가의 작업실 전경.
  •  50여 년 작품 활동의 역사가 묻어 있는 붓과 수만 장에 달하는 스케치. 50여 년 작품 활동의 역사가 묻어 있는 붓과 수만 장에 달하는 스케치.
  •  한국 현대미술의 대부격인 추상화가 오수환(71). 한국 현대미술의 대부격인 추상화가 오수환(71).
  •  50여 년 작품 활동의 역사가 묻어 있는 붓과 수만 장에 달하는 스케치. 50여 년 작품 활동의 역사가 묻어 있는 붓과 수만 장에 달하는 스케치.

M 안녕하세요. 마크 테토입니다.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오수환입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아주 잘 하네요.

M 제가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는데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웃음).
훌륭한데요. 지금 한옥에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도 10년간 혜화동의 한옥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해 살고 있어요. 한옥에 사니 운치가 좋지요?

M 한옥이 예뻐서 살기 시작했는데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한옥에서 살면서 한지와 기와, 수막새에 궁금증이 생겼고 지금은 한국의 고가구와 고미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너무 좋은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한옥은 한국 문화의 집약체죠. 특히 북촌은 남향으로 자리해서 따뜻하고 풍수가 좋아 양반들이 살았던 동네로 유명해요.

M 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저를 ‘선비’ 같다고 놀려요(웃음). 특히 인근에 갤러리가 많아서 북촌이 더욱 좋은데요. 평창 가나아트센터도 자주 가요. 거기서 지난 8월 분청사기와 함께 놓여진 작가님 그림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 전시를 보셨군요. <놀다 보니 벌써 일흔이네 : 유희삼매>라는 전시였어요. 저와 나이가 같은 도예가 윤광조 작가의 분청사기와 제 그림이 함께 전시되었죠. 도자기도 우리의 전통 미술품이에요. 세계적인 도예가인 영국의 버나드 리치도 한국 도자기를 극찬했어요.

M 네. 저도 도자기의 담담한 선에 매료되었어요. 그리고 전통적인 도자기와 작가님의 그림이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어요. 작가님 그림의 강렬한 색채가 서양 그림 같다가도 서예와 같은 붓놀림이 보여서 참 동양적으로 느껴졌어요. 혹시 서예를 공부하셨나요?
글씨는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썼어요. 늘 가까이했죠. 요즘은 일본, 중국 등지를 다니면서 동양의 좋은 글씨를 많이 보고 있어요. 서양의 캘리그래피와 또 다른 느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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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천 위로 큰 캔버스와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간 모은 스케치를 놓는다.

텐트 천 위로 큰 캔버스와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간 모은 스케치를 놓는다.

  • 텐트 천 위로 큰 캔버스와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간 모은 스케치를 놓는다. 텐트 천 위로 큰 캔버스와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간 모은 스케치를 놓는다.
  • 처음 공개되는 오수환 작가가 그림 그리는 모습.처음 공개되는 오수환 작가가 그림 그리는 모습.
  •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일필휘지하듯 힘찬 붓질로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오수환 작가의 작업 모습.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일필휘지하듯 힘찬 붓질로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오수환 작가의 작업 모습.
  •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일필휘지하듯 힘찬 붓질로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오수환 작가의 작업 모습.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일필휘지하듯 힘찬 붓질로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오수환 작가의 작업 모습.

M 네. 에너지가 느껴져요. 캔버스에 그린 유화 그림이지만 이러한 터치가 더해져서 동양적인 아름다움도 느껴지고요.
저는 동양, 특히 한국의 화가로서 지역성을 잃지 않으려 해요. 제 작품은 한국의 문화가 그러하듯 도교, 불교, 유교의 정신에 맥락을 두고 있어요. 특히 노자의 가르침인 자연과의 일치를 추구해요.

M 자연과의 일치라…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마치 파도가 그냥 치는 것처럼, 나무가 그냥 서 있는 것처럼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의 것이에요. 모두 자연스러움, 우연, 무위일 뿐이지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지도,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이러한 자연을 표현하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끄집어낸 저의 본성 그대로 그림을 그려요. 그래서 물감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번지기도 하는 등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그대로 캔버스 위에 담지요.

M 흥미로운 방식이에요. 나무, 호수, 하늘 등의 자연을 형상 그대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어 표현하는 방식과는 다르네요. 새로워요.
일종의 평면 위에서 행하는 몸짓이죠. 이런 걸 동양화에선 ‘기운생동’이라고 해요. 기운 ‘기(氣)’, 운치 ‘운(韻)’, 날 ‘생(生)’, 움직일 ‘동(動)’이란 한자를 합친 단어예요. 즉흥적인 직관에 의지한 빠른 붓질과 색감이 내뿜는 작풍을 말하죠. 사실적인 묘사나 글자 없이도 자연의 생명력과 원시성, 야성을 담고 있어요. 그렇게 표현한 제 그림이 제2의 자연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감이 마르면 세워서 본 다음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서 그린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 오수환 작가와 경청 중인 마크 테토.

50년간 붓질을 이어온 오수환 작가의 손과 맞닿은 마크 테토의 손.

50년간 붓질을 이어온 오수환 작가의 손과 맞닿은 마크 테토의 손.

50년간 붓질을 이어온 오수환 작가의 손과 맞닿은 마크 테토의 손.

 떨어지거나 번지는 물감으로 무위자연을 표현한 오수환 작가의 작품.

떨어지거나 번지는 물감으로 무위자연을 표현한 오수환 작가의 작품.

떨어지거나 번지는 물감으로 무위자연을 표현한 오수환 작가의 작품.

M 그림에 어떠한 글씨나 기호도 적혀 있지 않지만 마치 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계속 보고 있으면 기운과 메시지가 느껴져요. 작품에는 어떤 제목을 붙이셨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그린 작품은 ‘적막’이라 이름 붙였어요. 적막 속 고요한 울림을 주고 싶은 작품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변화’라는 작품이에요. 만물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변하죠. 사람이 나고 죽듯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있어요. 궁극의 변화와 생명의 리듬을 표현했어요.

M 작가님의 기법이 가슴에 와 닿아요. 수많은 선이 엇갈리고 자유로이 그려졌지만 이 모든 게 조화롭게 어우러져요. 선의 움직임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이 생동적이고요.
요즘 현실이 거칠고 삭막하지요?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의 해결 방안은 결국 정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술은 황폐한 현실의 견제 장치가 될 수 있어야 해요. 보는 이를 편안하고 차분하게 하며 힘을 전해주기도 해야 해요. 그래서 예술가란 탐험가와 같은 임무가 있어요.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세상을 겪어야만 깨닫게 되는 궁극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져줄 수 있어야 해요.

M 어느 박물관 관장님한테 들은 얘기인데요. 요즘 들어 박물관 입장객이 확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보다 차분한 마음과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네, 맞아요. 타자를 위해, 여러 사람을 평화롭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라고 봅니다. 한국 미술사학자인 고(故) 김원룡 선생은 “한국 미술은 소박하고 크다”라는 말을 했어요. 저 또한 제 그림으로 소박하지만 큰 울림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요.

M 제가 최근에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작가님의 울림처럼 고요하면서 평온한 음을 내는 악기라 푹 빠져 있어요.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네, 감사해요. 그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린 마크 테토. 한국에 산 지 7년째로, 예스러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미학과 기품을 품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달 <리빙센스>를 통해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공유하고 있다.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 옻칠하는 작가 허명욱에 이어 이번 달에는 추상화가 오수환을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