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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주택

동양화가 남현주의 경계에 서있는 집

On June 26, 2014

따뜻한 남향을 해바라기 하고 선 언덕 위 반듯한 대지. 경사진 지붕과 한 땀 한 땀 빛을 들인 창문의 배치가 눈길을 끄는 집. 화가 남현주는 매일 꿈을 꾸듯 이곳으로 출근한다.

단정한 선과 면이 만나는 외관. 경사진 지붕 라인이 재미있는 집은 1층은 콘크리트 RC 구조, 2층은 경량목 구조로 지어졌다.

주방과 연결되는 테라스 공간. 작업실은 마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가벽을 세우고 가림막처럼 지붕을 얹어 실내 개념으로 사용하는 야외 공간에는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한 목재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닫으면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고, 열면 바람길을 내어준다.

꿈, 현실이 되다

시간과 공간, 동서양의 모티브가 조화되는 통섭의 미학을 추구해온 여류화가 남현주. 국내외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녀는 지난겨울, 아늑한 자연의 품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양평 서종면의 작은 마을. 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명당자리에 남현주 작가의 특별한 공간이 위치해 있다.

작품 활동과 대학 강의, 두 아이 양육까지 하느라 집과 작업실을 겸해서 서울 생활을 하던 그녀는 늘 작품에 영감이 되는 자연에 보다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개인전만 10회를 넘으며 작업량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생활공간과 작업실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간절하게 들었다. 전원생활에 대한 바람은 남편과도 막연하게 계획을 세웠던 일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로망에 그칠 것 같던 계획이 얼마간 앞당겨진 건 남현주 작가의 성실함이 한몫 했다. 그녀에게 집짓기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만큼 무척 흥미로운 과제였다. 땅 고르기부터 시작해 설계, 건축가 선정 등 짬날 때마다 관련 책과 기사 검색, 현장답사와 주민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9개월 동안 즐거운 발품을 팔았다.  

지붕에 경사를 내면서 실내는 조형적인 선의 교차가 이루어지는 리드미컬한 공간이 되었다.  

경사진 지붕 구조 덕분에 실내에는 다양한 선과 면이 생기고,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이들이 교차되며 입체적이고 독창적인 공간을 만든다. 남현주 작가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공간의 구조를 닮은 입체적인 조명은 아르떼 제품으로 작가가 직접 골랐다.

이젤 앞 긴 창문 너머로는 양평의 건강한 자연 경치가 한눈에 펼쳐진다. 작가의 작품 속 배경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특별한 풍경은 이렇게 삶 속에서 일상이 되어 돌아온다. 작품은 <근대보기>.

빛으로 만든 작업실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집은 내부 구조도 독특하다. 일반 주거 공간과 달리 1층은 방이나 거실 없이 바로 주방으로 시작된다. 집 모양을 따라 세로로 긴 형태의 주방은 게스트들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덕성여대와 상명대, 목원대 등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오고 있는 그녀는 세미나를 이곳에서 열기도 하고, 제자들과 현장 수업을 갖기도 한다.

본격적인 공간은 2층부터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천고가 월등히 높은 작업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높은 층고와 크고 작은 창 배치를 통해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빛이 들어오는 2층은 작품을 창작하는 작업실이자 서재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심플한 화이트 벽면에 풍부한 채광, 내추럴한 나무 바닥재와 앤티크 가구 등 따뜻한 느낌의 목재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자아낸다.

빛은 이 공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어느 공간에서든지 창이 걸쳐져 자연을 실내로 들이면서 빛의 흐름에 따라 공간에는 풍부한 표정이 생긴다. 목공 작업으로 일일이 수작업 해 넣은 사각의 작은 코너 창은 빛의 동선을 따라 채광의 온도와 양을 달리하며 실내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층 주방 전경.

(좌) 존재감 있는 가구들을 절제되게 배치한 작업실에서 그녀의 정갈한 취향과 감각이 느껴진다. 병에 담긴 것은 물감 대신 사용하는 천연 가루, 아크릴 물감이 빨리 말라 요즘에는 한지에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천연가루를 이용해 색을 내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해 그림을 그린다.

(우) 작업실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

화이트 벽면, 빛의 배치를 예민하게 계산한 코너 창, 젠 스타일의 간결한 가구로 군더더기 없이 꾸민 침대방. 작은 수가 놓인 화이트 침구를 두어 차가워 보이지 않게 공간에 온기를 더한 감각이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진다. 모든 가구는 직접 골라 구입한 것으로 집에 두고 사용하던 것을 옮겨왔다. 침대는 숙위홈, 침구는 프랑스 수입 제품.

(좌) 벽면 코너에 놓인 암체어는 15년 여 전부터 사용하던 것. 세트 구성 중 유독 빛바랜 듯한 가죽 컬러와 프레임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 따로 남겨서 두고두고 사용하고 있다. 청년 때부터 남편의 취미생활이었던 바둑판과 터키 여행에서 구입한 원형 러그도 멋스러운 빈티지 소품으로 활약한다.

(우) 1.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은 또 다른 침실이다. 높이감이 있는 1인용 앤티크 침대를 두어 낭만적인 느낌을 냈다. 모든 공간에는 그녀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방 하나하나가 갤러리 같은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2개의 방을 지나 가장 끝에 욕실이 위치해 있다. 욕실 너머로는 뒷산이 펼쳐져 욕조에서 눈높이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로로 긴 창을 내어 운치를 더했다. 해가 눕는 오후 시간, 벽면으로 빛이 눈부시게 부서진다.

높은 천고를 활용해 계단으로 연결되는 다락방을 만들었다. 딸아이가 오면 머무는 공간으로 사방에 걸리는 빛과 초록의 잔상으로 신비롭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가능성을 이야기하다

땅을 보러 다닌 기간만 9개월, 건축가를 만나고 설계가 나오기까지 또 8개월. 집을 짓는 과정은 하나의 작품을 창작하는 것과 같은 애정과 품이 들어갔다. 건축가와 소통하는 기간 동안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밤에도 전화를 거는 등 함께 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남현주 작가의 의견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설계를 맡은 아이아크의 신승현 소장 역시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작품 철학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마음의 문을 열듯 조심스럽게 밀어 열게 만든 방문이라든지, 반짝이는 빛을 집 안 곳곳에 담아 판타스틱한 느낌을 내는 코너창, 분할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공간 계획 등이 그렇다. 그녀의 화두인 경계는 나무와 콘크리트로 된 건축의 재료에도 반영되었다. 쉽지 않은 시공 과정은 대목수 출신인 김성희 소장의 손끝에서 완성되었다. 경계와 경계가 넘나들고, 뷰와 뷰가 중첩되는 공간, 무한한 빛의 스펙트럼이 매일 찬란하게 춤추는 집. 이 공간의 또 다른 이름은 가능성이다.  

중첩으로 이루어지는 입체적인 공간의 모습.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남현주 작가. 올해는 전시 대신 새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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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대지면적 600.00㎡
    건축면적 92.34㎡
    연면적 172.75㎡
    건물규모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경량목 구조
    설계 아이아크(iarc) 신승현
    시공 소요건축 김성희

따뜻한 남향을 해바라기 하고 선 언덕 위 반듯한 대지. 경사진 지붕과 한 땀 한 땀 빛을 들인 창문의 배치가 눈길을 끄는 집. 화가 남현주는 매일 꿈을 꾸듯 이곳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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