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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해 뜨는 동해안으로

새해, 푸른 동해 바다에 떠오른 말간 해를 마주한다. 강원도 강릉에서 출발해 고성, 동해, 삼척, 속초, 양양에 이르는 해맞이 여행을 떠나 볼 때다.

UpdatedOn December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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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로운 태양, 새 마음으로

검푸른 수평선에 환한 빛이 스미기 시작하자 가슴께가 뜨거워진다. 먼 옛날부터 태양의 운행은 시간을 헤아리는 기준이었다.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풍경은 미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일깨우고,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한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기운을 간직한 새해. 저 눈부신 일출을 거듭 마주한다. 어제의 해가 오늘도 무사히 떠올랐음에 안도하면서, 햇살을 향해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다. 이렇게 또 한 번 시작점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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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동해안 해맞이 여행

시속 25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에 몸을 맡긴 채 동쪽 바다로 간다. KTX를 타고 출발하니 눈 깜짝할 새 강릉역이다. 무수한 일출 명소를 거느린 강원도 강릉을 해맞이 여행의 들머리로 삼는다. 태양의 기운을 충전한 뒤엔 다정한 이웃 도시로 걸음을 옮겨 본다. 산세가 아름다운 고성, 푸른 바다와 호수의 고장 속초, 파도가 유려한 양양, 이름부터 기상이 남다른 동해, 에메랄드 물빛을 간직한 삼척. 동해안 여섯 개 도시의 찬란한 해돋이가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강릉 江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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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 해 뜨는 바다

날마다 솟아오르는 해를 왜 굳이 마중하느냐고 묻는다면, 정동진의 일출 풍경을 답으로 내놓겠다. 구름처럼 하얗게 밀려오는 포말, 붉게 번져 가는 하늘, 바위에 위태롭게 걸린 듯한 범선. 이 모든 것이 자아내는 초현실적 장면 앞에 설 땐, 그 어떤 수식어나 감탄사도 빛을 잃고 만다. 해맞이 여행 1번지인 이곳이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가로운 어촌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되새겨도 좀처럼 실감 나지 않는다. 1962년 여객 수송 업무를 시작한 정동진역은 오랜 세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헤치며 광부와 어부, 민초의 삶을 굽어 살폈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한 이래 무수한 여행자가 정동진역과 ‘모래시계 소나무’를 찾았고, 해돋이의 감동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KTX를 타고 서울에서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는 동해 바다, 정동진에서 2024년의 시작을 외친다.
위치 강릉시 강동면 정동역길 17
문의 033-640-4531(경포관광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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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이스트씨네

정동진에는 해 뜨는 시각에 맞춰 문을 여는 책방이 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책방일 것이다. 서울 상도동에서 대륙서점을 운영하며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즐겨 찾던 오승희∙박일우 대표는 2020년 정동진 헌화로 언덕바지에 영화 전문 독립 서점 이스트씨네를 차리고 강릉 이주를 감행했다. 영화 팬에 의한, 영화 팬을 위한 소우주인 이곳은 극장 입구를 꼭 닮은 외관부터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입구로 들어서니 스크린 가득 밀려오는 파도가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귓가에 맴도는 영화 사운드트랙을 음미하면서 서가를 둘러보니 영화인이 쓴 책, 영화 전문 서적은 물론 영화 원작 소설을 모아 둔 책꽂이에 절로 손이 간다. 박남옥에서 임순례, 변영주, 윤가은에 이르는 여성 영화감독의 이름을 새겨 넣은 의자도 기분을 유쾌하게 한다.
위치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73
문의 0507-1356-8732

맛있는 여행

비건 올리브 치아바타와 커피 세트

해맞이꾼이라면 매주 토∙일∙월요일에 열리는 아침 상영회 ‘이스트씨네에서 아침을’에 참여해도 좋다. 단편 독립영화를 관람하는 동시에 이스트씨네 주방에서 직접 구운 천연 발효종 비건 올리브 치아바타와 영화 <패딩턴>에 등장한 오렌지 마멀레이드, 커피를 한데 즐길 수 있는 행사다. 도서를 구매하면 미니 사이즈 팝콘도 제공하니, 배 부른 만큼 마음도 넉넉해진다.
홈페이지 linktr.ee/EAST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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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항⸺ 맛있는 바다

이름을 떠올릴 때부터 기분이 너그러워지는 곳, 안인항.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두 친구가 나란히 선 해변은 여느 강릉 바다와 달리 호젓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간직한다. 칠사당을 기준으로 동쪽에 펼쳐진 안인리는 ‘강릉 동쪽의 편안한 곳’이란 뜻이다. 정동진과는 등명해변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주변엔 괘방산과 대양산, 바다를 마주한 사찰 등명낙가사가 자리한다. 1996년 9월 18일 북한 상어급 잠수함이 침투했던 자리에 조성한 강릉통일공원도 이 근방이다. 안인항은 낚시꾼이 사랑하는 바다로도 명성이 높다. 군선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이라 숭어가 많은 것은 물론 가자미, 넙치, 대구 등이 잘 잡힌다. 운 좋게 물고기를 낚았다면 항구 주위로 늘어선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회를 즐긴다. 안인 바다를 입안 가득 우물거린다.
위치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길 47
문의 033-640-4531(경포관광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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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하슬라아트월드

고구려에 속하다가 신라의 영토가 된 하슬라는 경덕왕 16년에 명주라는 이름을 얻는다. 짐작하겠지만 하슬라와 명주는 오늘날의 강릉이다. 옛 지명을 품은 하슬라아트월드는 괘방산 자락에 올라선 절묘한 위치 덕에 강릉의 산과 바다를 두루 조망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회화, 조각, 설치에 이르는 다채로운 작품을 자유분방하게 전시한 ‘현대미술관’과 동화의 순수함을 간직한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을 살피는 동안 마음이 푸르러지는 걸 느낀다. 가시지 않은 여흥을 되새기고 싶다면 오션 풋 스파를 체험하면서 온기 어린 시간을 보낸다. 하슬라아트월드 뮤지엄 호텔 풋 스파 전용 객실에서 바다를 마주한 채 족욕을 즐기고 따끈한 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이다. 소중한 이와 두런두런 정담을 나누며 잠시나마 차가운 겨울바람을 잊는다.
위치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문의 033-644-9411

맛있는 여행

대구지리

안인항에서 20여 년간 주방을 지킨 ‘늘푸른집’ 박일금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에만 영업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힘 닿는 한 정성껏 요리하고 싶어서다. 안인 앞바다에서 공수한 대구와 채소를 넣어 말갛게 끓인 대구지리가 대표 메뉴지만, 반찬으로 오르는 서더리 깍두기의 감칠맛이 단골을 끌어 모으는 숨은 공신이다. 이따금 식당 앞 철길을 지나가는 기차가 낭만을 더한다.
위치 강릉시 강동면 안인일출길 24
문의 033-643-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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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항⸺ 향긋한 바다

안인항에서 바다를 따라 죽 올라가면 남항진해변과 안목해변 사이에 자리한 강릉항에 닿는다. 요트가 정박한 이국적인 마리나와 경북 울릉행 유람선이 드나드는 여객터미널이 이곳에 있다. 남대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자 강릉 해안선의 한가운데이기도 한 강릉항은 순두부가 유명한 초당동과 눈부신 경포호, 안목 카페 거리와 솔숲, 강릉의 새로운 문화 공간 아르떼뮤지엄 등이 인접한 여행 중심지이기도 하다. 즐길 거리도 여럿이다. 남항진해변에서 솔바람다리를 건넌 뒤에 죽도봉 산책로를 따라 바다를 감상하거나, 아라나비 바다하늘자전거를 타고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며 수면 위를 비행한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 그보다 더 짙푸른 물결을 바라보면서 호연지기를 키운다. 강릉의 자연을 품 안에 끌어안는 순간이다.
위치 강릉시 창해로14번길 일대
문의 033-640-4531(경포관광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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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커피커퍼박물관

아메리카노를 주식 겸 간식으로 삼는 현대인으로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커피라는 단어가 아랍어로 포도주를 뜻하는 ‘카흐와(Qahwah)’에서 왔다는 것. 알코올 음용을 엄금한 무슬림 사회가 포도주 대체 음료로 커피를 즐겼고, 이집트 카이로에 문을 연 최초의 카페가 커피 문화를 널리 퍼트린 결과다. 커피커퍼박물관이 아니었다면 어원과 내력도 모른 채 커피 생활을 영위했을 테다. 로스터리 카페와 박물관을 겸한 이곳은 전 세계의 진귀한 커피 관련 유물과 커피의 유장한 역사를 한데 전시해 놓았다. 약 30분간 추출 방식과 도구 등 설명을 들으며 커피를 시음하는 핸드 드립 체험, 도자기 컵에 그림을 그려 특별한 기념품을 완성하는 나만의 컵 만들기 체험 등 이색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위치 강릉시 해안로 341
문의 033-652-5599

맛있는 여행

강릉샌드 & 강원옥 초당 순두부 찹쌀떡

맛있는 기념품 강릉샌드와 초당 순두부 찹쌀떡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버터 쿠키 안에 크림치즈와 솔트 캐러멜을 풍성하게 채운 강릉샌드는 커피 맛, 딸기 맛에 이어 옥수수 맛을 출시했다. 강원도산 찹쌀로 빚은 떡에 초당 순두부와 크림치즈를 넣은 초당 순두부 찹쌀떡은 강릉 관광 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담백하면서도 혀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위치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89-8
문의 0507-1449-0599

고성 高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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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청

ⓒ 고성군청

공현진 ⸺ 바위와 바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바다도 좋지만, 바위가 우뚝 선 바다는 단조로운 수평선에 역동감을 자아내며 오묘한 풍경을 이룬다. 해 뜰 무렵 죽왕면 공현진항이 인파로 북적이는 까닭이다. 공현진 해안선 옆에 늘어선 바위 세 개는 예부터 삼속도라 일컬었다. 이를 입말로 풀어 쓴 것이 수뭇개다. 한때 이 바위는 여러 가지 별칭으로 불리다가, 2017년 고성군이 기존에 혼용하던 옵바위 대신 수뭇개바위의 역사성을 인정해 공식 명칭으로 삼았다. 오랜 세월 거친 파도와 매서운 바람이 갈고 닦은 수뭇개바위는 낮이고 밤이고 늘 담담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섰는데, 햇덩이가 솟아오르는 찰나엔 감춰 두었던 유려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그 모습이 꼭 신비로운 사원이나 신성한 제단 같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노란빛이 드리울 때면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까지 환한 기운이 스며든다.
위치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일대
문의 033-68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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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송지호 & 송지호해수욕장

공현진1리해수욕장에서 오봉천을 건너자 곧 송지호와 송지호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옥빛 호수와 잉크색 바다가 나란한 동해안 특유의 풍광은 언제 보아도 낯설고 매혹적이다. 그래서일까, 송지호오토캠핑장, 오호캠핑장 등 무수한 캠핑장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섰다. 수뭇개바위가 그러하듯 이곳 바다엔 바위섬 죽도의 존재감이 당당하다. 죽왕이란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을 만큼 오랜 세월 이 고장 사람들의 삶과 역사에 영향을 미친 자연물이다. 죽도 방향으로 뾰족하게 이어진 모래톱을 지나면 또 하나의 영묘한 암석 서낭바위에 닿는다. 오호리 마을의 서낭당에서 이름을 딴 이 바위는 불룩한 윗부분과 잘록한 아랫부분의 형상이 가분수처럼 독특해서 시선을 잡아 끈다. 바위 주변에 울창한 송림이 이어지니, 칼바람을 피해 잠시 숲속으로 몸을 숨겨도 좋다.
위치 고성군 죽왕면 일대
문의 033-680-3356

동해 東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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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시청

ⓒ 동해시청

추암 ⸺ 용이 사는 바다

촛대바위로 유명한 동해의 추암은 ‘송곳 추(錐)’ 대신 늪 또는 웅덩이를 의미하는 ‘추(湫)’ 자를 쓴다. 이 일대의 옛 지명이 ‘용이 사는 늪’이란 뜻을 지닌 용추(龍湫)였기 때문이다. 성난 파도와 사투를 벌인 끝에 살아남은 추암의 기암괴석군은 과연 용의 거처라는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 위용을 자랑한다. TV ‘애국가’ 영상 도입부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촛대바위를 포함해, 이곳엔 독특한 형태를 지닌 돌기둥이 숲을 이루듯 빽빽하게 늘어섰다. 풍화된 석회암이 바닷물에 씻겨 나가면서 드러난 신비로운 지형이다. 선인들도 이 비경을 찬탄해 정자를 짓고 감상하기를 즐겼다. 촛대바위 옆에 위치한 해암정은 고려 시대 학자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 만들어 올린 건물이다. 수백 년 전 사람과 같은 풍광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위치 동해시 촛대바위길 6
문의 033-530-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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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 해랑전망대

비 내리는 까만 밤이면 푸른 도깨비불이 번쩍거렸다는 도째비골. 자연에 대한 경외가 깃든 옛 지명이 다시 떠오른 건 동해 묵호항과 어달항 사이에 들어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 덕분이다. 묵호 앞바다에 자리한 총연장 85미터의 산책로 해랑전망대는 교량 바닥 일부를 유리 타일로 만들어 파도가 발밑으로 밀려드는 듯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이 짜릿함은 한층 증폭된다. 높이 59미터. 막힘 없이 탁 트인 바다를 고층 빌딩 높이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구름을 탄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제 담력을 시험하는 두 가지 놀이 기구, 스카이사이클과 자이언트 슬라이드에 도전한다. 외줄에 매달린 채 바퀴를 구르거나, 순식간에 87미터 길이 슬라이드를 미끄러지거나. 새삼 땅에 닿은 두 발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위치 동해시 묵호진동 2-109
문의 033-534-6955

삼척 三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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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시청

ⓒ 삼척시청

정라진 ⸺ 기운찬 바다

옛사람들은 삼척항을 정라진이라 불렀다. 항구를 둘러싼 정라동이라는 행정 지명에 그 역사가 녹아 있다. 정라진 방파제에서 삼척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엔 이사부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신라 시대에 동해 바다를 개척한 이사부 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산책로다. 남다른 기운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면, 해 뜰 무렵 이사부광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이사부사자바위에 다다라 일출을 바라본다. 이사부 장군도 흐뭇하게 여겼을 눈부신 햇살이 바다에 드리운다. 바다를 끼고 조금 더 걸어 나간다. 소망의 탑, 비치조각공원을 지나자 곧 작은후진해변이라 불리는 한갓진 바다가 나타난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아직 붉은 기가 감도는 아침 바다를 마주한다. 바지런한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위치 삼척시 새천년도로 100
문의 033-575-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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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대금굴 & 맹방해변

삼척항에서 오십천을 따라 내륙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두타산 자락 신기면 대이리에 위치한 별세계, 대금굴이 나타난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환선굴이 있지만, 대금굴의 풍채와 아름다움도 그 못지않다. 높이 8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폭포와 웅장한 지하 호수, 억겁의 세월이 빚어 낸 종유석과 석순의 모습은 연신 감탄을 자아낸다. 눈이 어둠에 적응할 즈음, 다시 환한 햇살 아래 나아간다. 이번엔 삼척항 남쪽에 펼쳐진 말간 바다 맹방해변에서 채도 높은 풍광을 즐긴다. 해발 53.9미터로 야트막한 덕봉산에 오르면 시원한 바다 전망을 누린다. 눈치 챘겠지만 이곳은 BTS 싱글 앨범 <버터>의 커버 촬영지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진 ‘아미’ 성지다. 파라솔 그늘이 드리운 선베드에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고, <버터>의 여운을 되새긴다.
위치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대금굴), 근덕면 일대(맹방해변)
문의 033-541-7600(대금굴), 033-572-3011(맹방해변)

속초 束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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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시청

ⓒ 속초시청

동명항 ⸺ 숨 쉬는 바다

산과 바다와 호수가 이처럼 밀도 높게 모인 도시가 또 있을까? 속초를 여행하는 동안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까닭이다. 설경을 헤치고 설악산을 오르거나 어둠이 내린 대포항의 활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 계절에 속초를 찾는다면 한 번쯤은 해맞이의 감동을 온전히 느껴 보길 바란다. 이 고장의 첫 번째 일출 명소는 바로 동명항이다. 해가 동쪽에서 밝아 오는 곳. 동명(東明)이란 지명이 이미 해돋이를 은유한다. 싱그러운 아침의 숨결을 간직한 동명항에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포착할 최적의 포인트는 단연 영금정이다. 널따란 암반 위에 올라 앉은 정자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데다, ‘영금(靈琴)’이라는 이름처럼 영묘한 거문고 소리를 내며 밀려오는 파도가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말갛게 씻어 준다.
위치 속초시 영금정로 43
문의 033-639-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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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속초해수욕장 & 외옹치바다향기로

일출의 여흥은 속초해수욕장 뒤꼍 산책로를 거닐며 음미한다. 속초사잇길 제5길, 속초해변길을 따라 걸음을 옮길 차례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송림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구간에 다다른다. 한때 군사 지역으로 지정되어 접근할 수 없는 철책 길이었으나, 2018년에 덱을 놓고 주변을 정비한 뒤 근사한 이름을 붙여 개방한 외옹치바다향기로다. 한편엔 투명한 바다, 다른 한편엔 청청한 솔숲이 이어지니 상쾌한 기운을 한껏 만끽한다. 솟아오른 해가 다시 저문 뒤에도 속초의 즐거움은 스러지지 않는다. 다시 속초해수욕장으로 돌아와 한낮보다 휘황한 밤을 맞는다. 해변 한가운데 우뚝한 ‘ㅅㅊ’ 조형물 너머, 경관 조명을 환하게 밝힌 방파제 헤드랜드를 걷는다. 형형색색 조명이 물결을 따라 춤출 때 우리 마음도 덩달아 일렁거린다.
위치 속초시 조양동·대포동 일대
문의 033-639-2362

양양 襄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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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항 ⸺ 자비로운 바다

언제나 관세음보살이 보우하는 산. 인도 보타락가산에서 유래한 이름인 낙산엔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사가 깃들여 있다. 해수관음상의 자비로운 미소가 떠올라서일까, 낙산 바다를 바라볼 때면 복잡하던 마음도 일순 잔잔해진다. 양양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가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이라지만, 낙산해변의 넉넉한 풍경을 감상하며 해돋이를 마주하는 순간은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설악산 정기를 이어받은 낙산 자락엔 솔숲이 무성하고, 끝없이 펼쳐진 저 바다엔 물빛이 창창하니 새해의 길운이 이곳으로 한데 모이는 듯하다. 길을 나선 김에 백사장을 따라 남대천까지 걸어 본다. 남대천 물길과 바다가 만나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낙산대교 방향으로 들어가 연어생태공원과 양양송이조각공원까지 두루 살피면서 부지런한 아침을 보낸다.
위치 양양군 강현면 해맞이길 59
문의 033-67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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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양양 서핑비치로드

파도 타기 좋은 날이면 양양 현남면으로 간다. 동산해변, 죽도해변, 인구해변으로 이어지는 양양 서핑비치로드는 적당한 세기, 얕은 수심, 유려한 풍광을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서핑 포인트 중 하나다. 군사 보호구역으로 한동안 출입할 수 없던 이들 해변이 40여 년 만에 빗장을 풀자 때 묻지 않은 바다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가 하나둘 늘었다. 그중 몇몇은 몰아치는 파도에 몸을 맡겼고, 너울이 좋은 바다로 입소문 나기 시작하면서 서프 숍과 서프 하우스가 자리 잡았다. 하와이나 발리 같은 남국의 서핑 여행지가 연상되는 알록달록한 거리는 서핑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도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양양시는 이 일대를 양양십경으로 지정해 더 많은 여행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위치 양양군 현남면 일대
문의 033-670-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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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두면 좋은 동해안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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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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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참판댁’으로 이름난 경남 하동 악양면의 작은 부락, 입석마을. 미술가 하의수와 박인봉 이장, 주민 이성심 도슨트를 따라 마을 구석구석에 스민 예술을 만났다.

  • LIFE STYLE

    새해, 새 맛

    시작하는 날, 전남 강진의 깊고 너른 맛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

  • LIFE STYLE

    이토록 간편한 명절 음식

    전 부치느라 쩔쩔매는 명절은 이제 그만. 굽거나 가열해서 간편하게 먹는 명절 음식을 네 명의 에디터가 맛봤다.

  • LIFE STYLE

    비건도 논비건도 다 함께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서울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다 누구나 즐길 만한 비건 옵션 식당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