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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기차 여행

일본 홋카이도의 정취 속으로 들어갔다. 이 계절에도 들판과 강, 도시가 겨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었다.

UpdatedOn August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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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는 초록이 우거진 계절이었다. 덴구산 로프웨이를 타고 해발 500여 미터 전망대에 올라 오타루 시내를 내려다봤다. 방파제 안쪽으로 포구와 운하, 건물이 옹기종기 모였으며 수평선은 구름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산허리를 스치는 동안 푸른 공기를 묻힌 해풍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털어 주었다. 풀벌레 우는 전망대를 숲의 경관과 함께 계속 산책했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는 여름이었고, 섬 서편 자그마한 도시 오타루엔 숲 향기가 다부지게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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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싱그러운 경관, 오타루

겨울 설원이 떠오르는 홋카이도를 이 계절에 여행했다. 신치토세 공항역에서 열차를 타고 오타루, 비에이, 후라노를 감상하는 여정이었다. 바다부터 구릉지까지 자분자분 훑으면서 눈 내린 벌판의 이미지는 잠시 접어 두었다. 지금으로도 홋카이도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오타루역으로 향하는 열차가 보여 준 바다, 덴구산 전망대 풍경, 그리고 오타루 운하의 정취로 마음은 선선하게 젖어 들었다. 덴구산 전망대에서 내려와 상점가인 사카이마치 거리를 걸어 오타루 운하에 다다랐을 때는 어스름이 내리는 중이었다. 과거 선박에서 하역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였으나, 이제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된 공간에 밤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했다. 어느덧 가스등을 켠 운하 산책로를 따라서 오타루의, 홋카이도의 싱그러운 밤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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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비에이와 후라노의 들녘

삿포로로 돌아와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를 탔다. 꽃이 만발하는 6~8월에 홋카이도를 임시 운행하는 열차로, 라운지 객차 좌석이 차창을 마주한 덕분에 경치를 누리기에 더할 나위 없다. 열차는 들녘을 평온하게 가르며 비에이로 나아갔다. 고이 흘러내리는 능선, 누렇게 익어 가는 땅의 목가적 풍경이 내내 차창에 투영되었다.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비에이는 곳곳에 놓인 구릉이 감탄스럽도록 아름다워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후라노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비에이에 도착하자 열차에서 본 것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겨울이면 눈이 수 미터씩 쌓이는 날이 많기에 홋카이도는 도로 가장자리에 표지판을 일렬로 세웠다. 설원에서야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일 테지만, 눈이 없는 계절에 표지판들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이정표 같다. 도로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발 디딘 그 자리에서부터 드넓은 구릉이 시작되는 것이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구릉에는 밀, 옥수수, 보리가 땅의 축복을 받으면서 자란다. 신에이 언덕, 호쿠세이 언덕에 조성한 전망 공원을 차례차례 들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대지의 물결, 귀를 기울이는 데마다 사각사각 생명이 숨 쉬는 소리.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까? 말을 지운 입에서 나지막하게 감탄사만 나왔다. 15만 제곱미터(약 4만 5000평) 면적의 시키사이 언덕에서는 온갖 식물이 축제를 벌였다. 구릉을 에워싼 라벤더, 피튜니아, 마리골드, 샐비어가 공기를 온통 제 향기로 채우고는 넘치는 향기를 언덕 너머로 날려 보냈다. 꿈결에 만난 양 몽환적인 꽃밭을 빠져나와 비에이 남동쪽 아오이이케로 갔다. 아오이이케는 ‘청의 호수’라는 뜻이다. 1988년에 도카치다케산이 분화한 뒤 방재 사업을 했는데, 공사로 인해 고인 물이 푸른빛을 띠었다. 알루미늄 성분이 섞인 지하수가 강과 합류하는 과정에서 햇살을 푸르게 반사하는 입자가 발생한 것이었다. 자작나무와 낙엽송이 반영하는 청색 호수는 신비로우며 더없이 우아했다. 눈이 시리게 맑은 홋카이도의 장면들.

‘라벤더 성지’로 불리는 팜토미타 농원이 마지막 여정이었다. 1900년 무렵에 황야를 개척하고 대대로 라벤더를 심어 광활한 공원을 완성한 후라노의 대표 여행지다. 경사가 완만한 비탈이 모두 보랏빛으로 물든 장관 속을 걱정할 것 하나 없다는 듯이 느릿느릿 걸었다. 홋카이도에서는 유해한 일은 망각해 버리고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기에. 결국에는 우리가 이러한 순간만을 기억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에. 이제 홋카이도는 가을로 물들겠다. 또한 겨울도, 봄도 홋카이도는 물들어 갈 것이다.

삿포로에서 비에이, 후라노를 잇는 철도 구간에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와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 같은 열차가 운행한다.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는 좌석이 차창을 향하고 있으며,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는 양옆이 트인 관광 열차다.

삿포로에서 비에이, 후라노를 잇는 철도 구간에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와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 같은 열차가 운행한다.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는 좌석이 차창을 향하고 있으며,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는 양옆이 트인 관광 열차다.

삿포로에서 비에이, 후라노를 잇는 철도 구간에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와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 같은 열차가 운행한다.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는 좌석이 차창을 향하고 있으며,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는 양옆이 트인 관광 열차다.


홋카이도, 한 발짝 더

  • 삿포로 시계탑

    홋카이도 진출 역사를 상징하는 문화재로 1878년에 건설했다. 일본은 19세기 중반 홋카이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홋카이도대학교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는 이 건물을 지어 연구실 등으로 사용했다. 오늘날 삿포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삿포로 시계탑은 내부 역사관에서 건립 당시 자료를 전시한다. 시계탑 인근에 여름 맥주 축제, 겨울 눈 축제가 열리는 오도리 공원이 있다. 문의 www.sapporoshi-tokeidai.jp

  • JR 타워 호텔 닛코 삿포로

    삿포로역과 연결된 JR 타워 호텔 닛코 삿포로는 기차 여행객에게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근처에 백화점과 각종 쇼핑몰이 자리해 호텔에서만 한나절 일정을 잡아도 좋다. 삿포로 시민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는 호텔 1층 로비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만끽하는 순간도 즐겁다. 오후 1시~5시, 오후 5시~7시에 망고·라즈베리 무스, 럼 건포도 쿠키 등과 그에 곁들이는 우롱차 같은 음료를 내놓는다. 문의 www.jrhotels.co.jp/tower

  • 오타루 오르골당

    오타루 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소다. 사카이마치 상점가 기점에 위치한 오르골당은, 먼저 1915년에 지은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자마자 3200종류, 3만 8000여 개의 오르골이 만들어 내는 휘황찬란한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오르골을 전시했는데, 1층에선 인형 등 아기자기한 오르골을, 2층에서는 작가와 협업한 오르골 등을 만난다. 문의 www.otaru-orgel.co.jp

  • 후라노 치즈 팩토리

    후라노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후라노 치즈 팩토리는 제조 공정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치즈를 맛보고 만들어 보는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 공간이다. 후라노 낙농 역사를 담은 전시관, 카망베르식 치즈 제조 과정을 구경하는 시설 등 볼거리를 알차게 마련했다. 오징어 먹물로 착색한 치즈처럼 후라노가 자랑하는 치즈를 시식하고 아이스크림, 피자 가게에 들르는 시간이 흡족하다. 문의 www.furano-cheese.jp

  • 후라노 도메누 레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와이너리. 밭에서 키우는 염소의 퇴비로 포도 농사를 지으며, 와인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염소에게 먹이는 순환 방식이다. 40만 제곱미터(12만 1000평) 면적의 인근 밭에서 포도 12종을 직접 재배한다. 여행객이 감상하도록 와이너리에도 소규모 포도밭을 경작한다. 니카 후라노 케루나 등 화이트 와인 9종과 레드 와인 3종을 판매하고 레스토랑도 운영한다. 문의 www.domaine-raison.com

  •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가제노 가든

    ‘바람의 정원’이라는 뜻의 가제노 가든은 신후라노 프린스 호텔 내에 자리한 영국식 정원이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뒤 차를 타고 2분 정도 가면 정원에 도착한다. 2008년에 일본에서 인기를 끈 동명 드라마를 촬영한 정원에는 360여 가지 꽃을 비롯한 식물 2만여 본이 아름다운 산책로를 배경으로 자란다. 나무 덱 길 곳곳에 유리·가죽 공방이 들어선 닝구르테라스도 이 호텔의 볼거리다. 문의 www.princehotels.com/shinfurano

JR홋카이도 레일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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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이 JR홋카이도 레일패스 덕분에 더욱 만족스럽다. JR홋카이도 레일패스는 철도 회사 JR홋카이도가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구성한 통합형 열차 할인 티켓이다. 신치토세 공항, 삿포로, 오타루, 노보리베쓰를 4일간 자유롭게 이동하는 ‘삿포로-노보리베쓰 에리어 패스’와 신치토세 공항, 삿포로, 오타루, 후라노, 비에이, 아사히카와를 4일간 자유롭게 이동하는 ‘삿포로-후라노 에리어 패스’로 나뉜다. 지역을 한정한 두 상품과 달리 ‘홋카이도 레일패스’는 홋카이도 모든 지역을 5일간 혹은 7일간 신칸센을 제외한 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 이번 홋카이도 여정은 ‘삿포로-후라노 에리어 패스’를 9500엔(약 9만 2000원)에 구매해 열차로만 이동했다. 이 여정의 승차권을 각각 구입했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총비용이 1만 6000엔(약 15만 6000원) 든다. JR홋카이도 레일패스는 한국 여행사와 일본 신치토세 공항역, 삿포로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문의 www.jrhokkaido.co.jp/global/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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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규보
photographer 김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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